윤석열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할 때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국내 스타트업 발찌를 착용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착용해 화제가 된 어니스트 서울 발찌. /대통령실 캡처
해당 제품은 14K 또는 18K의 골드 체인에 다이아몬드 모조석인 모이사나이트 5개가 박힌 ‘모이사나이트 베젤 발찌’. 현재 기본 옵션 상품이 32만7200원에 판매 중이다. 김 여사는 6월 27일 대통령 전용기로 출국했을 때와 28일 마드리드에 있는 한국문화원을 방문했을 때도 이 발찌를 착용했다.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어니스트 서울 제품. /어니스트 서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캡처
어니스트서울은 네이버·카카오 출신 여성 창업자가 서울 종로 3가 등 금은방 거리를 온라인으로 옮기겠다는 취지로 2020년 11월 설립했다. 자금력 있는 중년 여성들을 목표 고객으로 삼고 있다.
어니스트서울 운영사인 트리플랩스는 지난달 초 김 여사의 이름, 서초동 자택 주소, 전화번호 등이 적힌 온라인 주문서를 확인하고 그가 해당 제품을 구매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최지은 트리플랩스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 발찌는 인기 판매 품목이 아닌데 어제부터 판매량이 평소의 20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구두도 국내 수제화 전문 브랜드 ‘마지앤바질리’
김 여사가 순방 기간 동안 신은 구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6월 27일 출국 때 하얀색 긴팔 원피스와 함께 신은 누드색 구두는 국내 수제화 전문 브랜드 '마지앤바질리' 제품이다. '마지앤바질리'는 서울 성수동에 있는 여성 수제화 전문점이다.
김건희 여사가 신은 '마지앤바질리' 구두. /조선 DB
이 누드색 구두의 가격은 16만~18만원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6월 28일 오후(현지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의 주 스페인한국문화원 전시장을 방문하고 K-패션 전시회를 둘러봤을 때 착용한 구두도 같은 브랜드 제품이다. 이 제품은 하운드 체크무늬 무늬고 20만원 대 후반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골라준 ‘바이네르’ 구두도 국내 중소기업 제품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핵심 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만큼 김 여사가 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국내 제품을 자주 착용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 여사는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을 방문해 윤 대통령에게 국내 기업 ‘바이네르’의 구두를 골라줬다.
바이네르 구두는 윤 대통령 부부가 5월 중순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바이네르 매장을 찾아 구두를 산 뒤로 이른바 ‘윤석열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대통령이 구입한 컴포트화(편안한 기능성 구두)가 동나는 등 판매량과 매출이 급증했다. 바이네르 김원길 대표는 “코로나 이후 전국 70여개 매장 중에서 월 매출 1억원을 넘는 곳이 없었는데, 5월에는 5곳이나 됐다. 6월에는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 한 장이 살린 사회적 기업, 아지오
대통령 사진 한장으로 폐업한 회사를 다시 일으킨 사례도 있다. 2017년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무렵 SNS에 올라온 사진이다. 사진은 2016년 5·18 민주화운동 36주년 기념식에서 무릎 꿇고 참배하는 대통령의 뒷모습이었다. 사진 속 대통령의 구두는 밑창이 까져 있었다. 시민들은 대통령의 검소한 모습을 칭찬하는 동시에 구두의 정체를 궁금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었던 아지오 구두. /JTBC Entertainment, 대한민국 정부 유튜브 캡처
그 구두는 아지오(AGIO)란 수제화 전문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다.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일하고 시각장애인 대표가 경영을 한다. 아지오는 개업 3년 만에 극심한 경영난을 겪다 폐업했다. 그러다 문 전 대통령이 신고 있던 아지오의 구두 사진이 화제가 되면서 2017년 극적으로 재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2년 국회에서 아지오의 구두를 구매했고 2019년 2월 다시 한 켤레를 샀다.
◇노무현의 막걸리, 농촌체험 때 맛보고 반해 청와대로 돌아가 만찬주로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봄 농촌체험마을이었던 단양군 가곡면 한드미마을을 방문했다. 식사자리에서 대강막걸리를 처음 마시고 연거푸 여섯 잔이나 들이켰다. 청와대로 돌아간 노 전 대통령은 대강막걸리를 정기적으로 주문해 마셨다.
만찬에도 올라갔던 대강막걸리. /ytn 뉴스, 술술술술 유튜브 캡처
경제 5단체장, 3부요인, 헌법기관장 등 중요한 손님을 모시는 청와대 식사자리마다 대강막걸리가 올라갔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 MVP로 금의환향한 하인스 워드가 청와대를 찾았을 때도 건배주는 대강막걸리였다.
그는 퇴임 후에도 그 맛을 잊지 못했던 것 같다. 봉하마을 사저로도 두 차례에 걸쳐 대강막걸리가 30병씩 담긴 박스가 배달된 기록이 있다. 퇴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주민들과 나눠 마신 술은 충북 단양 대강양조장에서 만든 대강막걸리다.
대강양조장의 시작은 1919년 충주에서 고(故) 김영태씨가 문을 연 ‘수안보양조장’이었다. 1979년 단양으로 옮기며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3대 조국환 장인과 4대 조재구 장인이 100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소백산 지하 400미터에서 나오는 천연암반수를 사용하며 8,90년 된 옹기 항아리 50여개에 술을 담근다. 대강양조장 2022년 매출은 2006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약 50% 늘었다.
대강막걸리를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 /노무현사료관 캡처
최근 대강양조장은 '화장품 맛집'으로 떠오른 '코스메 셰프’와 손잡고 백당고를 론칭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백당고는 흑당고, 녹당고에 이은 세번째 세안고체팩이다. 백당고의 핵심 재료는 소백산 지하 400m에서 나오는 천연암반수와 누룩이다. 전통막걸리 농축 지게미와 막걸리 원액 추출물 등이 들어간다.
◇대통령령으로 민속주 1호 지정…박정희 ‘금정산성 막걸리’
일반 막걸리보다 조금 더 비싼 고급 막걸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금정산성 막걸리다. 금정산성막걸리가 유명해진 계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막걸리로 알려진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에 본부가 있는 군수기지 사령관으로 일할 때 금정산성을 찾아 산성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1964년, 박 대통령은 식량이 부족해지자 쌀로 술을 빚지 못하게 했다. 그 결과 막걸리 자체가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금정산성 막걸리는 그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민속주 지정을 받은 제품들은 계속 생산할 수 있다는 정책 덕분이었다. ‘민속주 1호’가 바로 금정산성 막걸리다. 1980년 유한회사 금정산성토산주라는 양조장이 정식 출범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즐겨마셨던 금정산성 막걸리. /TV chosun 유튜브 캡처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급작스런 서거로 금정산성막걸리 파급력이 급속히 상실돼, 회사 경영은 신통찮았다. 주식도 절반 가량 외부로 넘어가고 술 판매량도 늘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97년 금정산성막걸리의 유청길 대표가 양조장 대표로 취임했다. 그가 처음 대표를 맡았을 당시 하루 술 매출량 60ℓ이었다. 2022년 현재는 하루 술 매출량이 6000ℓ다. 단순 계산으로는 대표를 맡은 지 25년만에 100배 정도 매출을 키웠다는 얘기다.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금정산성막걸리. /부산광역시 B공식채널 유튜브 캡처
그는 ‘막걸리는 술맛이 좋아야 한다’는 기본에서 다시 출발했다. 술을 만들고 만족스럽지 않으면 내다버렸다. 알코올 도수도 8도로 차별화했다. 일반 막걸리는 6도 정도다. 그가 대표를 맡은지 10년 정도 지난 2008년쯤부터 매출이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 2022년 금정산성 막걸리의 연간 매출은 25억~30억에 이른다.
한국외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이유나 교수는 “대통령이 중소기업 제품을 사용하는건 계획된 마케팅이나 PPL 협찬이 아니기 때문에 더 파급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나 가족이 사용하기만해도 SNS 등을 통해 사용하는 제품 정보 등이 바로 알려지기 때문에 꼭 신문, 방송에 나지 않아도 국산 브랜드 사기진작이나 판매 촉진에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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