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그동안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6월14일 항공업계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5월 전국 공항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보다 335% 급증한 94만8000명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선 여객도 전년보다 11% 증가한 349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위해 비행기를 알아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습니다. 비행기 값이 많이 뛰었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 못한 서비스도 얼굴을 찌푸리게 합니다.
◇비행기 삯 급등, 이유 알고 보니
“여름휴가를 위해 항공편을 검색하다 보니 우선 운행하는 비행기가 많이 줄었다. 있는 것 마저도 비쌌다. 그나마 땡처리로 나온 베트남 왕복 항공권을 52만원에 구했다. 땡처리 아니었으면 왕복 80만원에 결제했을 거다.”
올해 8월 베트남 나트랑으로의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있는 직장인 김유미(가명·30) 씨는 항공편을 검색하다가 비싸진 비행기 값에 놀랐다고 합니다. 2020년 초 나트랑 왕복 비행기 값은 25만~30만원 정도였습니다. 재고품을 급히 판매하는 ‘땡처리’ 상품이 아닌 정가 상품의 가격은 2년 전보다 2배 이상 오른 셈입니다.
떨어질 줄 모르는 비행기 삯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유가상승입니다.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영향으로 고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규모로 쓰이는 항공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국제 유가는 120달러를 돌파했죠.
유가가 오르면서 유류할증료도 덩달아 역대 최대로 뛰었습니다. 국제선 기준 대한항공의 유류할증료는 거리와 비례해 편도 기준 최대 29만3800원에 달합니다. 왕복으로 계산하면 약 60만원입니다. 이는 2016년 5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 구간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단계인데요, 항공업계에서는 매달 설정되는 유류할증료가 이달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나 해운사가 글로벌 유가 상승으로 생기는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비용입니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항공유 2달 평균가격에 따라 달라집니다.
또 다른 문제는 항공사에서 아직 노선을 증편하지 않은 것입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증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턱대고 해외노선 회복 기대감에 증편했다가 빈 좌석이 생긴다면 그 부담을 모두 항공사가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항공사들은 한편 이달 증편 계획안을 확정해 국토교통부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국토부는 항공사가 특정 노선 운항을 신청하면 이를 검토한 후 허가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전 국제선은 주당 4800편 운행했는데요, 다음 달 증편이 이뤄져도 이때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은 1700편 수준일 거라고 합니다.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수요조사와 국토부 허가를 마치고 마쳐 실제 노선을 운행하는 기간을 모두 감안하면 올가을 정도 돼야 항공권 가격이 안정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가격은 오르는데 서비스 질은 떨어져 논란
여행 수요가 오르면서 비행기 값도 올랐지만 항공사의 서비스 질은 떨어진다는 승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워서 담요 달라고 했더니 승무원이 제공이 불가하다며 죄송하다고 했다’, ‘음료 중에 맥주는 아예 없었다’ 등 대한항공의 기내 서비스 질 하락을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한 누리꾼이 648만원이 넘는 편도 비행기 삯을 내고도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았다며 글을 올렸습니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좌석을 타고 귀국했다는 A씨는 기내식 사진을 함께 올렸습니다. 감자 몇 알과 감자보다 작은 스테이크, 과일 몇 조각이 담겨있습니다.
A씨 글을 보면 첫 번째 식사 나오자마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얼마 뒤 라면을 시켰을 때도 조금 늦게 주문한 사람은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여전히 승무원들의 서비스는 최고였다”면서 “계속 사과하는 승무원들이 안쓰러워 주는 대로 먹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항공사가 제대로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것이 서비스에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대한항공의 승무원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대한항공 소속 직원 B씨는 ‘대한항공 이용 승객께 알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이제 거의 독점인 대한항공 항공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 비싸게 내고 타실 것”이라며 “콜라와 주스 등 음료를 요청하셔도 기내에 없어서 못 드린다. 캔 음료 하나를 컵 석 잔에 나눠 드리는 상황이다. 심지어 생수도 모자라게 실려서 장거리 비행 때는 물도 아껴 드린다”고 했습니다.
또 “식사 선택 시 퍼스트, 비즈니스 등 상위 클래스 승객들에게도 원하는 식사를 선택해서 드실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치즈 같은 디저트도 1인분을 1/2, 1/3로 아끼고 아껴 포를 떠 드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다른 직원 C씨는 “왕복 몇백만 원 내고 원하는 식사는 부족하게 실려 먹기 어렵고, 목말라도 맥주나 콜라는 딱 한 잔만 마실 수 있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오클랜드 노선은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 등 현지 방역 정책으로 현지 출발편에 한해 기내식 식재료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방콕노선의 경우 낮 출발편은 비상용 담요만 싣고 있으며 향후 서비스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주류, 음료, 치즈 등 기내 서비스 물품은 승객 증가에 따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어 여객 운항 정상화에 맞춰 서비스 향상이 이뤄질 것이다.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려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인력 절반만 가동하고 있어
서비스 질 하락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인원을 대규모로 감축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국내 6개 상장 항공사 직원은 2019년보다 2300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상 조업사 및 외주 업체들의 인력 감소는 더 크다고 합니다. 한국공항, 아시아나에어포트, 제이에이에스 등 주요 지상 조업사의 직원은 5800여 명으로 코로나 이전보다 약 25% 감소했습니다.
이런 문제는 저비용항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항공사 인력 40% 이상 휴직 중인 상황이라고 합니다. 실제 제주항공은 전체 인력의 60%, 에어부산은 50%, 에어서울은 60% 만 가동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 항공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제선이 코로나 전만큼 회복되지 않아 인력 확충이 어렵다. 떨어질 줄 모르는 유가에 여행객 수요 대비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아 인력을 100% 가동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코로나19 전 수준으로 항공업계가 완전히 회복돼야 모든 인력을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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