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NEWS=김병조 기자] 봉지라면 1개에 1,000원 정도 합니다. 직접 끓여 먹는다면 1,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외식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그의 10배나 되는 10,000원은 듭니다. 매일 라면만 먹고 살 수는 없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서민들은 자주 그렇게 먹습니다. 이렇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저렴한 한 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는 경제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나 라면은 돈 없는 사람만 먹는 음식이 아니죠. 부자 중에도 라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특히 외국인들은 최근 한국 라면에 홀딱 빠졌습니다. 라면을 자주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것 같지만, 가끔 먹고 싶어서 또는 호기심에 라면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행복 바이러스가 생겨서 건강에 오히려 이롭습니다. 이런 경우는 인문학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외식 대신 라면을 끓여 먹듯, 또는 추억과 호기심에 라면을 먹듯, 특별한 이유로 열광하는 소비자들 덕분에 크게 성장하고 있는 2개의 기업이 있습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입니다.
두 회사의 최근 실적을 보면 놀랍습니다. 지난해 매출을 보면 ㈜아성다이소는 3조 9,689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14.7% 늘었고, CJ올리브영(주)은 4조 7,935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3.9%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614개사의 매출은 평균 5.43% 증가했고, 코스닥에 상장된 1,203개사의 매출은 평균 4.48% 증가했는데, 이에 비하면 다이소와 올리브영의 매출 증가율은 매우 두드러집니다.
이 두 회사는 최근 5년간의 매출 증가율도 눈부십니다. 다이소는 5년 전인 2019년 매출 2조 2,362억 원에서 지난해 3조 9,689억 원으로 77.4% 증가했고, 올리브영은 3,659억 원에서 4조 7,935억 원으로 무려 1,210%나 증가했습니다. 불황에 유통업 전체적으로는 성장이 둔화하거나 역성장한 가운데 두 회사만 유독 돋보이는 실적을 보인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소비자들이 '짠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 경제적 시각에서 분석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나 단지 아끼기 위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다이소야 대부분 상품이 1,000원, 3,000원,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올리브영은 저가부터 수십만 원대까지 가격 폭이 넓기 때문입니다. 그럼 무슨 이유로 고객들이 이들 두 기업에 몰릴까요.
저는 실용적인 구매 행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남의 눈을 잘 의식하지 않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소비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유용성을 더 따지는 소비로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거죠.
가령, 저는 화장품을 다이소에서 사는데, 스킨이나 로션 제품이 각각 2,000원에 불과합니다. 사용하기 편하게 스킨과 로션을 섞어놓은 제품은 3,000원입니다. 남자들은 면도하고 나서 스킨을 바르고, 피부에 수분과 영양이 부족한 계절에 로션 좀 바르면 되는데, 굳이 비싼 화장품을 살 필요가 있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실용적 사고입니다.
올리브영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비슷할 겁니다. 기본적으로 화장품 전문점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올리브영에는 체험공간이 있어서 뷰티 제품들이 자기에게 맞는지를 사전에 경험해보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으니 얼마나 유용합니까.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연계되어 있어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체험해보고 나중에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되니 선택의 폭도 넓고요. 이러니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될 수밖에요.
다시 라면으로 돌아가면, 돈이 없어 라면을 먹는 사람에겐 라면이 눈물의 한 끼가 될 수 있겠지만, 외국인들처럼 호기심에 먹는 라면은 행복한 한 끼가 될 겁니다. 전자는 '라면경제학'이요, 후자는 '라면인문학'이 될 겁니다. 비즈니스를 할 때는 경제학적 요소와 인문학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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