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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복의 뉴스프리즘 6] 끝나지 않은 승계의 방정식,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숙명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2.07 16: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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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지배구조의 숙명, 어떻게 개선, 정착시켜 나가야할지 숙고해야 할 때이다.


[CEONEWS=김정복 기자] 지난달 한화그룹이 공식화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재벌 승계의 전형적인 패턴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주)한화 지분 22.65% 중 절반가량인 11.23%를 세 아들에게 동일하게 증여했다. 표면적으로는 삼형제에게 균등하게 지분을 나눠준 형태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승계 전략이 숨어 있다. (주)한화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지배하는 사업 지주회사 격이다. 이번 증여 이후에도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다져놓은 상태다. 증여받은 지분은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확보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증여세 부담이다. 오너 일가는 세금 납부를 위해 지분 매각이나 연부연납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그룹 지배력 약화 없이 승계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대 과제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이번 움직임을 사전에 계산된 세금 전략과 지배구조 안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교과서적 사례로 평가한다.

■승계는 곧 사업 분할, 소액주주 권익 침해 논란


한국기업 지배구조의 숙명, 개선시키거나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키야 할 때이다.


대부분의 승계는 지주회사 체제 개편 또는 핵심 계열사 분할·합병을 동반한다. 오너 일가의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액주주 권익 침해다. 순환출자 해소, 계열사 간 합병 및 분할 등은 필연적으로 합병 비율 논란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라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승계 과정에서의 구조 개편이 장기적인 기업 가치 제고로 이어지는지, 아니면 단순히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 수단인지를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왕자의 난이 부르는 경영 불확실성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기업 이미지와 주가에 치명타를 입힌다. 과거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조현아-조원태 형제의 경영권 분쟁은 외부 자본의 개입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반도건설, KCGI 등 사모펀드와 연합해 조원태 회장에게 경영권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너 일가 내부 분쟁이 외부 세력에게 경영 참여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이는 다른 재벌 그룹들에게도 큰 경종을 울렸다. 가족 간 감정 싸움이 개입되면서 분쟁 양상은 예측 불가능해지고, 장기간에 걸쳐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 이 기간 동안 신규 투자나 핵심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CEO 개인 리스크의 그룹 전이


한국기업 지배구조의 숙명, 개선시키거나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키야 할 때이다.


승계 이슈는 아니지만, 경영을 주도하는 CEO 개인의 행보와 관련된 리스크도 기업 가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한때 '문화 대통령'이라 불리며 콘텐츠 산업을 선도했으나, 최근 불거진 사적 논란 등은 그룹 이미지에 흠집을 내고 있다. CEO의 사적 문제가 공적 영역으로 확장되는 이른바 '평판 리스크'는 주가 하락은 물론, 인재 영입과 사업 제휴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국 오너 리스크와 승계 리스크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부재에서 기인한다. 오너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업일수록, 개별 CEO의 리스크는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탈출의 열쇠

승계 이슈가 터질 때마다 한국 자본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은 '주주 가치 훼손'이다. 경영권 승계가 기업 성장이 아닌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저평가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와 낮은 주주 환원율이 꼽힌다. 승계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쪼개기 상장, 합병 비율 논란, 일감 몰아주기 등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일반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킨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주가 부양을 넘어, 기업들이 주주 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스스로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주 친화적 정책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때, 비로소 승계 리스크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거수기 사외이사와 행동주의 펀드의 부상


한국기업 지배구조의 숙명, 개선시키거나 시스템적으로 정착시키야 할 때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총수 일가의 전횡을 감시하고,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기업의 사외이사 제도는 '거수기'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독립성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특히 승계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막아야 한다. 최근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은 승계 이슈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단기적인 주가 상승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총수에서 시스템으로의 전환

경영권 승계는 피할 수 없는 기업의 운명이다. 그러나 그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총수의 시대'가 아닌 '시스템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지배구조, 독립적인 이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주주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철학이야말로 승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세금과 편법을 통한 승계 방정식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공식을 통해 글로벌 자본시장의 신뢰를 얻어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자본시장은 앞으로도 끝나지 않은 승계의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숙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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