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박현철 부회장의 안정적인 수비체제에서 오일근 대표이사로 CEO를 교체하며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변화와 쇄신을 꽤하고 있다.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롯데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정'보다는 '쇄신'에 방점을 찍은 이번 인사 태풍의 눈은 단연 롯데건설이다.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 속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박현철 부회장이 물러나고, 그룹 내 정통 '개발 전략가'로 통하는 오일근 부사장이 신임 CEO로 내정됐다. 이는 단순히 사람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롯데건설의 생존 전략이 '방어(재무 안정)'에서 '공격(개발·수주)'으로 180도 전환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CEONEWS는 롯데건설 CEO 교체의 막전막후와 향후 펼쳐질 '오일근 호(號)'의 경영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소방수'의 퇴장, 그리고 3년의 명암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박현철 부회장의 퇴진은 예정된 수순인 동시에, 롯데그룹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3년 전, 그는 그룹 내 최고의 '재무통'이자 위기 관리 전문가로서 롯데건설에 투입됐다. 당시 건설 업계를 강타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와 유동성 경색은 롯데건설의 존립마저 위협하던 상황이었다. 박 부회장은 지난 3년간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유상증자와 계열사 자금 대여 등을 통해 급한 불을 껐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건설 경기 침체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드라마틱한 실적 반등을 이뤄내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그룹 수뇌부는 이제 '관리'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왜 '오일근'인가?… 30년 '개발통'의 귀환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이사
새 사령탑에 오른 오일근 부사장의 이력은 롯데건설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1993년 롯데월드에 입사한 그는 30년 넘게 그룹의 굵직한 개발 사업과 전략 업무를 전담해 온 인물이다. 재무 제표를 들여다보던 전임 CEO와 달리, 그는 지도를 펴놓고 땅의 가치를 분석하고 건물을 올리는 '현장형 전략가'다. 재계 관계자는 "오 대표는 단순한 시공 관리를 넘어, 부지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수익을 극대화하는 디벨로퍼(Developer) 역량을 갖춘 인물"이라며 "롯데가 건설 부문에 있어 단순 도급 사업보다는 자체 개발 사업 비중을 높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일근 신임 CEO?] -1993년 롯데월드 입사, 30년 이상 그룹 개발·전략 업무 전담 -롯데그룹 주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총괄 경험 -디벨로퍼형 전략가로 평가, 부지 가치 극대화 노하우 보유 -재무 중심 경영에서 개발·수주 공격 경영으로의 전환 임무
■신동빈의 승부수, "금리 인하의 파도를 타라"
이번 인사의 배경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거시적인 안목이 깔려 있다. 현재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선제적 판단이다. 건설업은 타이밍의 예술이다. 경기가 바닥일 때 옥석을 가려 땅을 매입하고 사업을 준비해야, 호황기에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신 회장은 지금이 바로 그 '준비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오일근 체제의 롯데건설은 재무적 리스크를 관리하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수익성 높은 사업장을 선별하여 공격적으로 수주하는 태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서울 잠실에 있는 랜드마크 롯데월드타워.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 움츠려 있던 롯데건설의 DNA를 깨우고, 다가올 건설 경기 턴어라운드(Turn-around) 시점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겠다는 전략이다."
건설업계 전문가의 전언이다.
■'디벨로퍼 롯데', 그룹 자산을 깨워라
앞으로 롯데건설의 행보는 '단순 시공'에서 '복합 개발'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롯데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부동산 자산의 활용이다. 오일근 대표는 그룹 내 전략 업무에 정통한 만큼, 롯데쇼핑이나 호텔롯데 등이 보유한 노후 부지나 유휴 자산을 활용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외부 수주 경쟁에서의 출혈을 줄이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롯데만의 필승 카드가 될 수 있다. 자체 개발 사업(Design & Develop) 비중을 높여 수익률을 극대화하고, 주택 사업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것이 그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롯데건설 경영 전략의 전환 -박현철 체제 (2022~2025): 수비형 경영 -재무 건전성 확보 및 유동성 위기 극복에 집중 -리스크 관리 중심, 보수적 사업 선별
▲오일근 체제 (2026~): 공격형 경영 -디벨로퍼 전환, 자체 개발 사업 확대 -그룹 유휴 자산 활용한 복합 개발 프로젝트 주도 -금리 인하기 대비 선제적 수주 확대
■재무 위기 넘은 롯데, '성장통'을 이겨낼까
물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여전히 부동산 PF 리스크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공격 경영'은 자칫 재무 부담을 다시 가중시킬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일근 대표이사는 개발 전략에는 강하지만, 건설사 특유의 현장 관리와 원가 통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탄탄한 실무진과의 협업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롯데그룹의 절박한 쇄신 의지는 확인되었다. 재무통이 다져놓은 지반 위에, 개발통이 어떤 마천루를 쌓아 올릴지. 롯데건설의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역동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의 승부수가 롯데건설을 위기에서 기회로 도약시킬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리스크를 키우는 모험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오일근 신임 CEO의 첫발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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