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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의 통찰] 병오년, 말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1.02 13: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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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본지 총괄 에디터


[CEONEWS=김병조 기자] 지난 한 해 우리는 쉼 없이 달려왔다.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탄핵과 선거, 내란 청산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는 급변하는 무역 환경이 모든 국민을 긴장시켰다. 그런 가운데서도 최대 수출 실적과 주가 고공행진이라는 성과도 냈지만, 고환율과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했다.

이처럼 지난 2025년의 한국 사회는 말 그대로 격동의 연속이었다. 정치·경제·외교·사회 전반에서 쉼 없는 충돌과 갈등, 불확실성이 이어졌고 국민은 하루하루를 긴장의 연속 속에서 버텨야 했다. 위기는 늘 '속도'를 요구했고, 사회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과연 충분히 숨을 고르고 있었는지, 스스로 돌아볼 여유를 가졌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말은 예로부터 역동과 진취, 비상과 도약의 상징이다. 그러다 보니 새해의 화두가 또다시 '더 달리자', '다시 비상하자'가 되고 있다. 과연 이것이 바람직한가? 올해만큼은 이 익숙한 연초의 다짐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강인한 말이라 해도 계속 채찍질만 한다면 결국 쓰러지고 만다. 말에게도 풀을 뜯으며 숨을 고르고, 근육과 정신을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도 그렇다. 병오년이 '말의 해'라는 이유만으로 또다시 속도를 강요하고, 경쟁과 효율, 성과의 언어로 다그친다면 한국 사회는 오히려 더 쉽게 지치고 분열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작정 앞으로 뛰는 에너지가 아니라, 제정신을 차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힘이다. 감정과 진영, 분노와 조급함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히 현실을 진단하는 태도, 과거의 선택과 정책, 사회적 관행을 냉정하게 성찰하는 시간이다. 성찰 없는 도약은 방향을 잃기 쉽고, 준비 없는 비상은 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26년은 그래서 '잠시 멈춤의 해'가 되어야 한다. 멈춘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재정비다. 속도를 늦춘다는 것은 퇴보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는 일이다. 열심히 일해온 말이 들판에서 유유자적하게 풀을 뜯으며 다음 여정을 준비하듯, 한국 사회 역시 평정을 회복하고 기초를 다지는 한 해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 '멈춤의 시간'은 사회의 각 주체에게 서로 다른 과제를 던진다.

정치권에는 무엇보다 절제가 필요하다. 지난 한 해 정치의 언어는 지나치게 빠르고 거칠었다. 즉각적인 반응과 단기적 유불리에 매달린 정치가 국민의 피로를 키웠다. 병오년의 정치가 해야 할 일은 더 큰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언어를 거두고 제도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속도전이 아닌 숙의, 대결이 아닌 책임의 정치가 지금 필요한 이유다.

기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성장과 확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얼마나 빨리'보다 '얼마나 오래'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됐다. 무리한 투자와 단기 성과 중심의 경영은 조직을 지치게 만든다. 병오년은 기업이 사람과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기술과 자본을 장기 전략 속에 차분히 배치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 쉼 없이 달려온 말이 체력을 회복해야 다음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듯, 기업에도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국민에게도 새해는 숨을 고르는 해가 되어야 한다. 분노와 불안,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타인의 속도에 휘말려 왔다. 정치와 경제, 미디어가 던지는 자극적인 신호에 즉각 반응하기보다, 한발 물러서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여유가 필요하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쟁과 비교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 리듬을 회복하는 것이 재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치에는 절제와 책임이, 경제에는 내실과 지속가능성이, 사회에는 신뢰와 회복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 각자에게도 마찬가지다. 더 많이 경쟁하기보다 더 깊이 생각하고, 더 크게 외치기보다 더 조용히 성찰하는 태도가 요구되고 있다.

진짜 도약은 그 이후에 가능하다. 충분히 쉬고, 제대로 준비한 말만이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다. 지금은 더 빨리 달릴 때가 아니라, 다시 제대로 달리기 위해 몸과 정신을 추스를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사회가 잠시 속도를 늦출 때, 비로소 방향이 보이고 길이 또렷해질 것이다. 달리지 않고 풀을 뜯으며 평화를 누리는 시간 속에서 다음 도약의 힘을 차곡차곡 비축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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