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나연 태화홀딩스 회장
[CEONEWS=김병조 기자] 강나연 태화홀딩스 회장, 고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의 이태원 자택을 228억 원 현금을 주고 매입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전까지 그는 대중에게 인지도가 거의 없는 사람이었다. 강나연은 어떤 사람일까?
CEONEWS는 서울 종로에 있는 태화홀딩스 사무실에서 강나연 회장을 만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이건희 자택 매입 사연과 창업스토리, 경영철학, 앞으로의 포부를 직접 들어봤다.
▲이건희 집을 산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살자고 마당 있는 집을 찾다가
첫인상은 수더분했지만, 눈매는 날카로웠다. 수수한 옷차림에 사람을 격의 없이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공개된 강 회장에 대한 기본 정보는 1984년생이고, 남편이 프랑스인이고, 2013년 10월에 창업해 2024년 기준 4,0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 정도다. 그런데 이건희 전 회장의 집을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것이 궁금해 그것부터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 집을 매입하게 된 이유는 삼성가나 이건희 전 회장과는 전혀 무관하고, 주택을 찾다가 마침 좋은 집이 있어서 사게 된 것입니다. 주인이 다른 분이었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겁니다. 우리 가족이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자는 취지에서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았을 뿐,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혹시 부자가 살았던 집에서 부자의 기(氣)를 받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세간의 흥미로운 관심 때문에 기사화되고 난 후 굉장히 부담되었다고 털어놨다.
그 일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강 회장은 사업가로서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나이 서른에 창업을 해서 10여 년 만에 매출 4,055억 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금수저'처럼 보여도 자수성가한 사업가
일견 '당연히 금수저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있는데,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자수성가했지만 집안 내력을 보면 사업가 DNA가 있었다. 강 회장의 친가는 3대째 사업을 하는 집안이다. 할아버지는 한의사이면서 본업에 안주하지 않고 약재 무역회사를 겸직해 경영했고, 할머니는 서울과 수원을 오가는 경수합승이라는 운수회사와 수원에 문화예식장, 금융 및 부동산 투자회사 등 여러 사업체를 경영했다.
강 회장의 아버지는 선대의 이런 후광을 전혀 입지 않고 자립해 ㈜일심IS 글로벌 등의 그룹사를 운영했다고 한다. 2010년경 정리했지만, 한국과 중국에서 의류 OEM 사업을 크게 했고, 중국 잉커우 쪽에 직원 수가 무려 8천 명까지 되는 사업체를 운영했던 자수성가 사업가였다고 한다. 강 회장의 할머니가 강 회장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으로 쓰라고 백지수표를 주었음에도 정중하게 돌려준 것이 집안에서는 유명한 일화다.

모범 납세자상을 수상하고 있는 강나연 회장의 부친 강한봉 회장
강 회장 또한 그 일화를 수백 번 들어서인지 아버지로부터 도움받은 초기 사업자금 5천만 원을 이자 4.6%와 함께 아버지에게 돌려줬단다.▲집안 내력인 '자립정신'과 '도전정신' 물려받아
강 회장의 아버지는 IMF 외환위기 시절에 외화벌이로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서 상도 여러 번 받았고, 큰아버지들도 한 분(강한빈 박사)은 자립해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하게 되었고, 다른 한 분(강한성 박사)은 경기도 한의사협회 회장직을 겸직하며 한의원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집안 내력 때문에 강 회장은 어린 시절부터 선대의 자립정신을 보고 자라서 '무조건 부모 돈은 내 돈이 아니다, 기부는 필수다'라고 생각하며 자수성가를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강 회장의 아버지는 "멍하니 있는 시간에 차라리 만화책이라도 보라"고 하시며, "실패해도 되니 뭐든 도전을 해봐라, 유명한 사람보다는 부지런하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라"고 가르침을 주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국회에서 일했던 외할아버지는 "세상은 넓게 보라, 외국어들은 꼭 어릴 적부터 암기해라, 국가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어라"라는 가르침을 주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이 모든 것이 합해져서 '무조건 해야 한다, 하면 된다!'라는 모티브가 생겼다는 것이다.

강나연 회장의 현장 활동 모습, 러시아로부터 무연탄을 수입해 판매하는 일이 태화홀딩스의 시작이었다.
▲창업 동기, 러시아 친구 덕분에따지고 보면, 할아버지는 약재 무역업, 아버지는 의류 제조업을 했으니 강 회장의 직계 가족은 무역업 DNA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강 회장은 여성으로서, 그것도 서른의 젊은 나이에 어떻게 해서 석탄류 중개업을 하게 되었을까?
"러시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러시아에 풍부한 무연탄 등 석탄류를 수입해서 팔아보라고 권고했습니다. 그것이 태화홀딩스의 시작이었습니다."
실제 태화홀딩스는 현재 중개 상품의 80% 정도를 러시아에서 조달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태화홀딩스는 최근 3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와 철강 무역은 국제정세와 원자재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한 분야라서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높은 성장을 달성한 노하우는 무얼까?
"저희도 국제정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다만 잠시 잠시의 매출에 연연하지 말고, 거래처에 피해를 드리지 않는 명백한 선에서 길게 보고 최선을 다해 새로운 공급선과 꾸준한 접촉과 도전을 하면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영업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강나연 회장의 현장 활동 모습

강나연 회장의 현장 활동 모습
▲경영철학...실용주의, 의리경영, 진정성사업 초기에는 국내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 출신이 울산과 포항 등 영남권 수요처를 뚫기 위해서는 거친 경상도 사내들과 일전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보통의 경우 사업가는 포커페이스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강 회장은 타고난 성정이 겉과 속이 다를 수 없는 '솔직' '진심' 그 자체였다. 같이 술을 마시기도 하고, 험한 말이 오가는 경우가 있기도 했지만, 강 회장의 진정성 있는 접근이 경상도 사나이들의 심금을 울렸다고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강나연 회장의 경영철학과 조직 문화가 궁금해졌다. '말하는 CEO'가 아닌 '행동하는 CEO'로 알려져 있고, 불필요한 보고와 회의를 줄이는 등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는데, 실제 어떤지 물어봤다.
"제가 살면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한 가지는 '시간'입니다. 불필요한 보고 체계 등 눈치 볼 시간에 본인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며,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자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습니다. 차라리 일이 덜한 날들에는 건강이 최우선이니 쉬든가, 여행을 가든가 했으면 한다는 바램은 여전합니다."
강 회장은 또 '의리 경영'을 중요시 한다고 했다.
"저희를 믿어 주시는 고객사들, 파트너사들에 손해를 보더라도 의리는 지키자는 것도 가장 중요하게 임하는 저희만의 약속입니다. 조직이 작다 보니 서로 꿍한 거 없이 자주 소통하고, 웬만해서는 독식하는 것보다 하청을 드릴 수 있는 것들이 있으면 욕심내지 말고 주변 회사들에게 가감 없이 드리자는 것도 변함없습니다. 한자로 사람 인(人)자를 보면, 맞대어 있습니다, 뭐든 혼자가 아닌 서로 도우며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보자, 이점도 중요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산업 특성상 남성들이 많은 분야지만 강나연 회장은 그
▲미리 그려보는 미래 청사진2026년은 태화홀딩스에게 어떤 해가 될까? 또 그보다 더 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 주력하고 있는 에너지·철강 외에 새롭게 눈여겨보고 있는 신성장 동력이나 사업 분야가 있는지 미래 청사진도 궁금했다.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에서 태화홀딩스의 노하우를 접목해 새로이 필수 자원을 무조건 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특히 2024년에는 그 점에 대해서 한전 발전소에서 격려도 많이 받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는 아이디어가 좋지만, 경제적인 부분이 힘들어 투자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투자를 해보자고도 하고 있고, 나아가 F&B 사업도 더 활성화시키고자 합니다."
강나연 회장은 태화홀딩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도 끝없이 개발 중이다. 그간 쌓아온 외국 네트워크를 꾸준히 관리해 한국에 있는 팀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최대한 노력 중이라는 이야기다.
강 회장은 또 오랜 관행의 잘못된 업계 카르텔을 깨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조직 내에 레드 팀이 있어서 조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처럼, 업계 내의 레드 팀 역할을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낼 때는 얼굴에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강 회장은 장기적으로는 노인복지시설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당분간은 회사 경영자로서 일단 본업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1순위라고 말했다.

ESG 경영대상을 수상하고 있는 강나연 회장
▲청년 사업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강나연10년 20년의 세월이 지난 후, 강나연 회장과 태화홀딩스는 대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기를 바랄까?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인간 강나연'의 꿈은 무엇일까?
"대중분들이, 모든 편견(예를 들어 이건희 회장 집을 산 사람이라는 등)을 다 떠나서, 그래도 부족한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동기부여가 되었다거나, 힘내시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그런 이미지였으면 좋겠습니다. 매사에 밥도 웃으면서 팍팍 맛있게 먹고, 웃으면서 일하고 웃으면서 영업도 재미있게 하자는 주의라서, 저를 떠올릴 때 긍정의 에너지를 많이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청년 사업가들, 특히 여성 CEO들이 강 회장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라"는 메시지 외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예비 리더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을 것 같아 물어봤다.
"아직 저도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이지만 제가 감히 말씀드린다면, 시야를 넓혀 넓게 보고 일단 해보세요, 옛말이 틀린 말들이 없습니다, 일단 도전해보고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끈기를 갖고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정신으로 모든 매사에 임해 보시고 남의 눈과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시간에 본인을 더 사랑하시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강나연 회장에게도 롤모델이 있다. 일산실업 이영환 회장과 신성통상 염태순 회장, 그리고 아버지 강한봉 회장, 국순당 배상민 대표 등 네 분이 강 회장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사업가들이다.

F1 유치 활동을 벌이는 해외 활동 중 아부다비에서
▲못다 이룬 꿈 F1(포뮬러 원) 유치강 회장과 태화홀딩스가 지난해 못다 이룬 꿈이 하나 있다. 인천 F1(포뮬러 원) 그랑프리 유치다. 강 회장은 민간 외교관으로서 맹활약을 했다. 남편인 니콜라 셰노와 시댁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기업 경영자로서 F1 유치가 한국 경제와 태화홀딩스에 시너지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일단 여러 가지 이유로 안타깝게도 보류 상태가 됐다.
강 회장은 F1 유치 과정에서 스테파노 도미니칼리 F1 그룹 CEO와 유정복 인천시장 간의 가교역할을 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외에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도 가교역할을 했다.
지금은 일단 보류 상태지만, 끝내 유치에 성공한다면 태화홀딩스가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강나연 회장

현장 활동 모습과는 전혀 다른 강나연 회장
강나연 회장은 올해 나이 42세다. 펄펄 끓는 청춘이다. 인생은 60부터라고 했는데, 강 회장의 나이 60이 되어도 태화홀딩스의 나이는 겨우 31살이 된다.본인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업 과정은 "그냥 들이댄 것"이었다. 가족으로부터 물려받은 '자립정신'과 '도전정신', 그리고 사업가 DNA라는 거름 위에 거친 비바람을 이겨내며 싹을 키워왔다.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다. 창업 초기 10년의 성공을 토대로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사업 영역을 더 넓히는 일이 강 회장 앞에 놓인 과제다. 워낙 기초가 탄탄한 데다가 사업에 임하는 마음 자세에 진정성이 있기에 강 회장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그래서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강나연 회장이다.

CEONEWS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 중인 강나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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