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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의 안전경영칼럼 33] 안나카레니나 법칙에서 찾는 'Safe Korea'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1.27 07: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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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제 서울시립대 대학원 재난과학박사


[CEONEWS=김성제 칼럼니스트] 지난 2025년 연말, 싸락눈이 흩날리던 오후였다. 소방서 청사를 진동하는"긴급출동" 벨이 울렸고, 인천 부평의 한 아파트 5층에서 젊은 남성이 뛰어내리려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지휘관으로서 모든 에어안전매트를 적재해 출동하도록 지시했고, 구조대원들을 5층 실내와 지상으로 나뉘어 배치했다. 설득은 이어졌지만 그는 결국 난간 선을 넘었다. 다행히 에어안전매트 위로 착지했고, 큰 부상 없이 인근병원으로 이송됐다. 귀서(歸署)하는 지휘차 안에서 감사기도를 올리며, 온 지구보다 더 무겁다는 한 생명을 겨우 살린 그날의 무거운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19세기 러시아의 문호(文豪)인 톨스토이의 대표적인 소설,『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문장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 전체의 불행을 설명하는 하나의 원리로 확장되어 왔는 바, 이른바'안나 카레니나 법칙'이다. 성공과 안전은 여러 조건이 동시에 충족될 때 가능하지만, 실패와 불행은 단 하나의 결핍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통찰을 전한다. 이 법칙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오늘 한국 사회의 자살 문제와 산업재해 현실을 동시에 설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최근 통계가 보여주듯,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자살 사망자 수는 수십만 명에 이르렀고, 하루 평균 수십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현실은 반복되고 구조화된 사회 현상이 되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자살의 문제는'국가재난'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오늘날 자살과 산업재해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나 부주의로 환원될 수 없는 구조적 재난이다. 하루 평균 수십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사회에서 여전히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죽음이 반복된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취약성이 누적된 결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살을 사회재난으로 인식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제도적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늦었지만 필요한 선택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근본적 해법으로는 사후처벌보다는 예방적 활동이 더 중요하고, 지혜로운 예방을 위해서는 "안전인성"으로 국민들의 인식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안나 카레니나 법칙의 관점에서 보면, 한 사람이 삶을 지속하고 한 사업장이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개인에게는 안정된 소득, 존중받는 관계, 실패 후 회복할 수 있다는 신뢰, 위기 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일터에서는 경영자의 안전 인식, 충분한 예산과 인력, 합리적인 공정 구조, 작동하는 안전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그러나 이 중 단 하나만 무너져도 노동자의 삶은 벼랑 끝으로, 산업현장은 사고의 문턱으로 내몰린다. 

  문제는 그동안 우리가 이러한 붕괴를 개인의 문제로만 돌려왔다는 점이다. 자살은 '마음의 문제'로, 산업재해는'현장의 부주의'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고 발생 빈도가 낮다는 이유로' 우리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낙관적 편견이 작동했고, 건설현장과 하청 구조에서는 비용 압박이 안전을 밀어냈다. 대기업 역시 안전에 투자할 여력은 있었지만, 중대재해의 원인이 복합적이어서 사고 예방이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안전연구가 리처드 쿡(Richard Cook) 박사가 주장하듯이, 안전은 개별 요소가 아니라 시스템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afe Korea는 선언이나 처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중소사업장에는 안전에 대한 실질적 동기유발과 현장 중심의 관리·감독이 필요하고, 정부의 안전기금은 사망사고를 줄이는 설비 개선에 집중되어야 한다. 대기업은 복합적 위험 요인을 스스로 찾아내고, 전문기관과 협력해 중상해 사고를 줄이는 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특별히 안전의 문제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안전전문가의 컨설팅이 중요하다고 자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을 위한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살을 줄이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사회는 단지 통계가 개선된 사회를 뜻하지는 않는다. 가장 약한 사람, 가장 위험한 현장까지 끝내 포기하지 않는 사회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이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은 우리에게 분명히 경고한다. 불행과 사고는 언제나 한 가지 결핍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제는 명확해진다. 그 결핍이 생기기 전에 다가가고, 무너진 조건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생명이 머무를 수 있는 나라, 안전이 일상이 되는 나라를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안전인성의 실천이 중요하게 부각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국민안전인성이 토대가 되는 Safe Korea의 모습인 것이다.  



○ 우리응답교회 안수집사 

○ 서울디지털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객원교수 

○ 전)건국대 대학원 안보재난관리학과 겸임교수 

○ 서울시립대 대학원 재난과학박사(Ph. D) 

○ 소방청 인천부평소방서 근무, 암 수술 공상자, 병역 명문가 

○『교육학개론』,『안전기술과 미래경영』,『ESG 경영전략』공저출판    

○ (사)한국ESG학회, (사)소방안전교육사협회, 국민안전인성 교육문화 연구회 정회원 

○ 시인, 수필가, (사)한국문인협회, (사)한무리창조문인협회, 하나로국제문화예술연합회 등 



▶ [김성제의 안전경영칼럼 32] 안전인성으로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켜야▶ [김성제의 안전경영칼럼 31] 안전인성을 국민계몽운동으로▶ [김성제의 안전경영칼럼 30] 사소한 안전인성 실천이 큰 사고를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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