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FS(리튬 프리 전지)를 개발한 BK동영테크 이기홍 대표이사
[CEONEWS=김병조 기자] 2011년 국내에 처음으로 전기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일반인들은 전지라면 그저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밖에 몰랐다. 그것이 일차전지다. 그러나 전기차 확대와 모바일,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0년대부터 배터리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게 아니라 충전을 해서 다시 쓸 수 있는 이차전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이차전지 중에 한국 기업들(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이 생산하는 대표적인 제품은 리튬이온 전지다. 니켈, 코발트, 망간을 기반으로 한 고에너지 배터리라서 리튬이온 전지를 NCM이라고도 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이 양극 소재로 리튬인산철(LiFePO₄)을 사용한 리튬이온 전지 LFP를 개발해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재벌기업들이 주도하는 이차전지 업계에 리튬을 사용하지 않는 LFS(Lithium Free Solid, 리튬 프리 전지)를 개발한 중소기업이 있어 화제다. ㈜BK동영테크가 주인공이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BK동영테크를 찾아 이기홍 대표로부터 중소기업이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든 배경과 현재 상황, 앞으로의 비전을 직접 들어봤다.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된 공장 화재
충전과 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는 배터리 수요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는 필수품이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화재 등 안전의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이차전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도 뉴스를 통해 충전 중인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것이 다반사가 됐다.
BK동영테크 이기홍 대표가 LFS를 개발하게 된 계기도 배터리로 인한 화재 때문이었다. 16년 전인 2010년 당시 다른 업종의 제조업을 하던 자신의 공장에서 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엄청난 물질적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본인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충전 중 '열폭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과정에 국가기관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주광역시 지역본부 에너지 팀과의 기술 협약으로 고체 전해질에 쉽게 접근하는 기술을 개발한 결과가 중요했다. 거기서부터 밀도 등의 개선으로 완전한 배터리가 완성됐다.
사람의 생명을 아끼며 개개인의 인간을 존중하는, 그래서 안전한 배터리와 함께 자연 친화적인 제품을 만드는 업체를 만들고자 했다. 리튬이온이 없는 배터리를 연구하게 된 동기가 되었다. 수년의 연구 끝에 제품 개발을 완성하고 지금은 막 이륙하고 있는 기업이 BK동영테크다.
▲LFS는 리튬이온 전지와 뭐가 다를까?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와 BK동영테크가 개발한 LFS(리튬 프리 전지)가 뭐가 다른지부터 궁금했다.
"화학적 반응에서 물리적 전하 저장방식의 차이가 제일 큽니다. 즉 기존 리튬이온은 화학물이 상호 작용을 통해 산화물이 형성되며 이온이 전극을 이동하면서 저장하고, LFS는 배합과정과 흑연의 도포 과정에서 금속 또는 필요 화학물를 배합 산화물을 넣어줘서 전하의 변화를 통한 물리적 에너지저장 장치입니다."
들어도 무슨 뜻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장시간 들은 이야기를 쉽게 정리하면 이렇다.
리튬이온 전지는 리튬이온이 왔다 갔다 하며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이고, 리튬 프리 전지는 리튬을 거의 쓰지 않거나 아예 쓰지 않고 다른 이온·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이다. 말하자면 리튬이온 전지는 리튬이 택배를 나르는 구조이고, 리튬 프리 전지는 리튬 대신 나트륨이나 아연, 마그네슘 등 다른 이온이 이동하거나 전혀 다른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만든다.

리튬이온 전지(좌)와 리튬 프리 전지(우)의 기술 원리 비교
▲LFS의 최대 장점은 화재 위험 제로그렇다면 LFS(리튬 프리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와 비교할 때 좋은 점이 뭘까? 이기홍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가장 좋은 점은 화재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크게 ①리튬 금속·리튬이온의 부재, ②전해질 특성, ③반응 에너지 크기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리튬이온 전지가 불이 날 수 있는 근본 이유는 에너지가 매우 큰 리튬 화학 반응, 가연성 유기 용매(액체 전해질), 내부 단락 시 급격한 열 발생 등 세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가 결합하면 열 폭주(Thermal Runaway)가 발생한다. 열 폭주란 내부 온도 상승으로, 전해질이 분해되면 더 많은 열이 발생하고, 산소가 방출되며 연쇄적 폭발적 발열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즉, 한 번 임계점을 넘으면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연소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데 리튬 프리 전지는 리튬 금속과 리튬이온을 쓰지 않고, 가연성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고, 반응 속도가 느리고 완만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없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리튬이온 전지는 휘발유 통이고 리튬 프리 전지는 물통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고속 충전, 저온에서도 작동 가능, 긴 수명도 장점
충전이 빠른 것도 LFS의 장점이다. 80%까지 충전하는데 리튬이온 전지가 20~40분 걸린다면 리튬 프리 전지는 5~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첫째, LFS는 리튬 석출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충전 속도가 빠르면 망가지는데, 리튬 프리 전지는 이런 제약이 거의 없다. 둘째, 수계·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온 이동이 빠르다. 셋째, 큰 전류를 받아도 낮은 내부 저항 때문에 발열이 작다.
LFS의 또 다른 장점은 저온에서도 작동 가능하다는 점이다. 리튬이온 전지의 경우 저온에서는 전해질 점도가 증가하고, 리튬 확산 속도가 급감하며, 내부 저항이 급증한다. 그래서 리튬이온 전지는 영하 10도가 되면 효율이 50% 감소하고, 영하 20도가 되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기홍 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리튬 프리 전지는 수계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영하 30도에서도 이온 이동성이 유지가 되고, 점도 변화가 작아 혹한 환경에서도 출력이 유지된다. 이에 따라 LFS는 북유럽, 러시아, 캐나다 등 혹한 지역의 ESS, 냉동 물류 장비에 강점을 갖고 있다. 실제 드론 비행 시 리튬이온 전지는 영하 10도에서 실제 효율은 38%에 불과하지만 리튬 프리 전지는 100%의 효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LFS는 수명도 길다. 리튬 프리 전지는 전극 팽창·수축이 작고, 구조 열화가 느려서 10,000~50,000회 이상 충·방전이 가능한 제품도 있다. 반면 리튬이온 전지는 보통 1,000~3,000회 수준이다. 리튬이온 전지는 5년간 사용하면 효율이 40%로 떨어지지만, 리튬 프리 전지는 10년을 사용해도 100%의 효율을 낸다는 것이다.

BK동영테크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LFS의 차별화된 기술과 장점들을 보면, 대기업들이 당장에라도 뛰어들 것 같은데, 왜 잠잠할까? 이에 대한 이기홍 대표의 입장은 이렇다.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제품 검증과 인증, 제품 적용 인증, 양산단계 등에 시간이 적어도 3~5년 이상이 걸리며, 그 시간에 우리는 또 변화해서 앞서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이 당장 리튬 프리 전지 개발에 뛰어들지 않는 진짜 이유가 또 있다. 그것은 이미 어마어마하게 투입한 리튬이온 전지 생산 설비 투자를 회수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설비 투자를 해놓고, 새로운 기술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새로운 설비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게 진짜 이유다.
따라서 현재 상태에서는 삼성, LG, SK 등 대기업은 실질적인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기홍 사장의 설명이다.
"대기업들과는 제품군이 달라서 그다지 경쟁이 크지 않습니다. 특히 큰 틀에서 리튬이온과 리튬 프리여서 배터리를 적용할 대상도 다릅니다."
▲현실적 한계는?
LFS는 장기적으로는 주력 이차전지가 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대기업 주도의 리튬이온 전지의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해서 승용 전기차가 아닌 버스, 오토바이, 드론, ESS부터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산 체제를 갖추는 것도 과제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장애물이 또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대기업 위주의 카르텔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만든 새로운 제품이라도 이차전지라고 하면 삼성, LG, SK가 아니면 담당자의 소신으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BK동영테크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현재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 유럽에도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전자담배와 ESS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유럽에서는 드론과 ESS에 치중하고 있다.

LFS를 장착한 드론의 비행 모습
▲제2 도약의 최대 관건은 유능한 인재와 자본좋은 기술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BK동영테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이기홍 대표는 '자금'과 '인재'라고 말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어가 요구 시 언제든지 즉시 납품이 가능한 재고 확보가 절실합니다. 또한, 유능한 인재도 필요합니다. 향후 밀도가 300 Wh/1kg 이상 제품으로 향상시키려면 R&D 인력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물론 자금과 비전이 있어야 인력도 확보할 수 있기에 1차적으로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기홍 사장은 지금까지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양산 체제를 갖추지는 못한 상태다. 앞으로 제품의 부피가 작아져도 용량은 동일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밀도를 올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양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기홍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이지만,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이지 전지와 직접 관련이 있는 화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기술적 향상을 위해서는 인재 확보도 시급한 과제라는 것이다.
▲자립 갱생이냐 외자 유치냐 갈림길에 선 CEO의 고민
이기홍 대표는 지금 고민하고 있다. 어려운 길을 가느냐, 쉬운 길을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고민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일본의 두 업체로부터 지속적으로 업무 협의가 오고 있습니다. 이름만 대도 다 알 수 있는 업체들인데, 투자의 조건이 결국 일본 회사가 되어야 하는 모양이어서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올해까지도 자금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 또한 검토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플랜B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 이기홍 대표의 솔직한 심정이다.

BK동영테크 이기홍 대표이사 인터뷰 장면
▲휴먼을 위한 배터리 업체가 되는 것이 목표인터뷰를 마치며 BK동영테크가 앞으로 어떤 회사로 기억되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배터리 무섭지 않아 비행기를 탈 때 5KW를 들고 타도 안전한 배터리, 영하-36도가 되도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상온 80도가 되도 100% 효율을 내는 배터리. 화재로 주변 온도가 300도가 되도 안전한 배터리, 외부 충격으로 타공·찌그러짐이 발생해도 안전한 배터리, 제품 구매 후 최소 10년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고속 충전으로 언제나 편리한 배터리, 자연 방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아 1~2년을 놔둬도 언제든 사용이 되는 배터리, 드론, 로봇 등 사람과 가까이에서 사용되는 제품에 사용해도 걱정이 없는 배터리, 즉 휴먼을 위한 배터리 업체입니다."
한국에서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애국자라고 한다. 그만큼 어려운 일을 한다는 뜻이다. 특히 열악한 악조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BK동영테크도 지금은 자금 사정 등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3배가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니 잘 극복해서 이차전지 업계의 영원한 샛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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