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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코스피 5000이 초래한 위기 불감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12 13: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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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NEWS=김병조 기자] 지금 한국 경제 어떤가?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고, 주식시장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2025년 6월 4일 종기 기준으로 코스피(KOSPI) 지수는 2,770.84포인트였는데, 2월 12일 현재 코스피는 장중 5,500을 돌파했다. 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 국민이 볼 때 한국 경제는 장밋빛이다.


그러나 수출과 주식시장 등 긍정적인 수치에 가려진 부정적인 수치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은 우리 경제가 마냥 좋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고, 기업인들조차 위기 불감증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이에 한국 경제를 위기라고 보는 이유와 위기 불감증에 빠진 원인, 그리고 대응책을 진단해 본다.

 ▲한국 기업들은 무엇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나?

한국 기업들이 가져야 할 위기의식은 막연한 불안이나 심리적 긴장이 아니라, 이미 데이터와 현장에서 확인되는 구조적 위험에 대한 인식이다. 주요 기업 CEO들의 2026년 신년사를 보면 AI 일색이다. “AI는 넘쳐나고, 위기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 신년사의 공통된 어조가 위험한 이유는, 위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위기가 이미 일상화돼 위기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다섯 가지 지점에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첫째, AI는 성장 동력이 아니라 ‘보조 변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대다수 기업의 신년사에서 AI는 방향성과 비전의 언어로 소비되지만, 실제 사업 구조에서 AI가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는 아직 제한적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기업 다수가 AI를 ‘새로운 시장을 여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공정을 조금 효율화하는 도구’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AI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총요소생산성은 정체되고, 결국 기술은 도입했지만, 성장률은 오르지 않는 ‘기술 포화–성장 고갈’ 국면에 빠질 수 있다. AI가 많다는 사실이 경쟁력이 아니라, AI로 무엇을 독점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질문은 신년사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둘째, 한국 기업의 경쟁 상대는 더 이상 선진국이 아니라 ‘중국+신흥국 연합’이다.

위기의 본질은 상대적 위치 하락이다. 중국은 저가 제조국을 넘어 기술·속도·자본을 동시에 갖춘 경쟁자로 변했고, 여기에 베트남·인도·멕시코 등이 생산 거점과 내수시장을 동시에 제공하며 한국 기업의 전통적 입지를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이들과의 경쟁을 여전히 ‘품질 우위’라는 과거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상당수 산업에서 품질 격차는 급속히 축소됐고, 남은 차이는 가격·규모·정책 지원이다. 이 구조에서는 기업의 노력만으로 방어가 어렵다.

셋째, 노동·인구 구조는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악화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이미 숫자로 확정된 미래다. 여기에 노동시장 경직성, 고임금·저생산성 구조, 노사 갈등의 상시화가 겹치며 기업의 전략 선택지를 줄이고 있다. 특히 문제는 인건비 자체보다 ‘조정 불가능성’이다. 시장이 바뀌어도 인력 구조를 신속히 재편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신사업 진출과 사업 철수가 동시에 느려진다. 이는 AI 시대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국면에서 치명적 약점이다.

넷째, 규제 리스크가 비용이 아니라 ‘불확실성’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의 규제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규제가 많다는 사실보다, 규제 방향이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 지배구조, 노동안전, 환경, 플랫폼 규제 등에서 정책 기조가 정치·여론 변화에 따라 흔들리면, 기업은 장기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 불확실성은 외국 자본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국내 투자 의욕도 갉아먹는다. AI·반도체·바이오처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산업일수록 이 리스크는 증폭된다.

다섯째, ‘잘하고 있는 기업’과 ‘못 따라오는 기업’의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AI 사이클의 수혜는 일부 대기업과 특정 산업에 집중되고 있다. 반면 다수 중견·중소기업은 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 기술 격차 확대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 격차가 고착되면 산업 생태계 전체가 취약해진다. 대기업 혼자서는 공급망을 유지할 수 없고, 기술 확산이 멈추면 국가 경쟁력도 함께 약화된다. 그러나 신년사에서는 이 불편한 현실이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한국 기업이 가져야 할 위기의식은 “AI를 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안도감에 대한 경계다. 지금의 위기는 갑작스러운 외환위기형 충격이 아니라,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서서히 마모되는 ‘저소음 위기’다. 이 위기는 눈에 띄는 사건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AI는 이 위기를 가려주는 조명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 서 있다는 인식, 바로 그것이 지금 한국 기업에 가장 부족한 위기의식이다. 

▲위기 불감증이 생긴 이유

여기서 말하는 위기 불감증은 흔히 쓰이는 “현실을 몰라서 생기는 안이함”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국 기업 사회의 위기 불감증은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상태’, 더 정확히는 위기를 구조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를 조금 더 분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호황 지표가 구조적 위기를 가려버리는 착시 현상이다.

AI, 반도체, 주가, 수출 일부 지표가 개선되면서 기업과 시장은 “지금은 위기라고 말하기엔 성과가 나쁘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이는 산업과 기업 간 편차가 큰 국면의 전형적 특징이다. 일부 섹터의 호황이 전체 경제의 체력을 대변하지 못하는데도, CEO 메시지와 시장 담론은 평균값에 안주한다. 이 착시는 위기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문제’로 밀어낸다.

둘째, 위기가 사건이 아닌 추세로 진행되면서 감각이 무뎌졌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급격한 충격은 모두를 움직이게 만든다. 반면 지금의 위기는 성장률 하락, 경쟁력 약화, 인구 감소처럼 완만하지만 되돌리기 어려운 추세형 위기다. 분기 실적, 연간 매출로는 쉽게 감지되지 않기 때문에 경영진의 경보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 “아직 버틸 만하다”는 판단이 반복되며 불감증이 고착된다.

셋째, ‘말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학습된 체념이 위험을 증폭시킨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규제, 노동,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해도 사회적 반응이 냉소적이거나 정치적으로 소모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기업 내부에서는 문제 제기 자체를 회피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위기 인식의 공유를 막고, 경영진과 현장의 거리만 키운다. 위기를 느끼는 개인은 존재하지만, 조직의 의사결정 언어로 번역되지 못한다.

넷째, AI가 위기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대리 낙관을 제공한다.

신년사에서 반복되는 AI 담론은 전략이라기보다 심리적 완충 장치에 가깝다. AI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성장·혁신·미래라는 긍정 프레임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생산성, 수익성, 인력 구조 같은 불편한 질문은 뒤로 밀린다. 이는 전형적인 위기 불감증의 증상이다.

다섯째, 위기 불감증은 결과적으로 ‘결단 지연’이라는 비용을 낳는다.

사업 재편, 구조조정, 신사업 전환, 해외 이전 같은 결정은 항상 논쟁적이고 고통스럽다. 위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느껴질수록 이런 결단은 미뤄진다. 하지만 추세형 위기에서는 지연 자체가 가장 큰 손실이다. 뒤늦은 대응은 비용을 키우고 선택지를 줄인다.

지금 한국 기업 사회의 상태는 “위기가 없다”기보다 “위기가 위기로 인식되지 않는 상태”, 즉 위기 불감증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더 위험한 점은 이 불감증이 낙관이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부분적 성공과 반복된 체념, 그리고 AI라는 강력한 서사가 결합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깨기 어렵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 

▲긍정적인 수치에 가려진 부정적인 수치들

지금의 위기 불감증은 ‘나쁜 지표가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지표가 나쁜 지표를 덮어버리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주가와 수출처럼 눈에 잘 띄는 선행·체감 지표와 달리, 위기를 말해주는 수치들은 대체로 후행·구조 지표이기 때문에 정책과 경영 판단에서 과소평가된다. 무시하기 어려운 부정적 수치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잠재성장률과 총요소생산성(TFP)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2% 안팎까지 내려왔고, 중기적으로는 1%대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더 심각한 것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장기간 정체 또는 둔화 상태라는 점이다. 수출이 늘고 주가가 오르더라도, TFP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는 자본 투입과 노동 투입에 의존한 ‘버티기 성장’일 가능성이 높다. AI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TFP가 반등하지 않는다면, 이는 기술 활용의 실패를 의미한다.

둘째, 고용의 질과 청년 고용 관련 지표다.

실업률 자체는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청년층 체감실업률, 비경제활동 청년 비중, 단기·비정규직 비중은 구조적 위험을 보여준다. 특히 대기업·공공부문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고용 문제가 아니라, 향후 소비·출산·인적자본 축적을 동시에 훼손하는 지표다.

셋째, 기업 투자와 연구개발의 ‘질적 변화’다.

설비투자와 R&D 총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문제는 방향이다. 신규 사업과 미래 기술로 향하는 비중보다 기존 주력 산업의 유지·보강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기업의 투자 여력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다. 투자 총량만 보면 양호해 보이지만, 산업 전환을 이끌 역동성은 약화되고 있다.

넷째, 산업별 수익성 격차와 기업 양극화 지표다.

수출 증가가 특정 품목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은 이미 통계로 확인된다. 반도체·자동차·2차전지 일부를 제외하면 다수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회복이 더디거나 악화되고 있다. 이는 산업 생태계의 허리가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생태계가 취약해지면, 외부 충격에 대한 복원력도 급격히 떨어진다.

다섯째, 가계와 기업 부채 구조다.

총부채 규모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구조다. 가계부채는 소득 대비 부담이 높고, 금리 변화에 취약하다. 기업 부채 역시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수익성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는 경기 둔화 시 소비와 투자를 동시에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장 위기를 촉발하지 않더라도, 충격 흡수 능력을 약화시키는 전형적인 취약 지표다.

여섯째, 출산율과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다.

이 지표는 너무 장기적이라 자주 무시되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경제 지표의 전제 조건이다. 출산율과 인구 구조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는 노동력 부족, 내수 위축, 복지 재정 압박으로 연결되며,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축소’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주가나 수출 실적이 좋아도 이 지표는 개선되지 않는다.

일곱째, 정책 신뢰도와 제도 예측 가능성 관련 지표다.

수치로 포착하기 어렵지만, 해외 직접투자(FDI) 유입 추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비중 확대, 국내 투자 회피 사례 등은 제도 환경에 대한 기업의 평가를 반영한다. 자본이 국내보다 해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단기 성과와 무관하게 구조적 불안 신호로 봐야 한다.

정리하면, 주가와 수출은 ‘현재의 체온’을 보여주는 지표라면, 잠재성장률·TFP·고용의 질·인구 구조·투자의 방향성은 ‘기초체력 검사표’에 가깝다. 위기 불감증은 체온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기초체력 검사를 건너뛰는 데서 발생한다.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열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체력이 조용히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 CEO들이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지점에서 한국 기업 CEO들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단순한 “경기 판단”이 아니라, 지금의 호황이 전략을 미뤄도 된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와 수출이 좋을수록 오히려 판단 기준을 더 엄격하게 가져가야 한다.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 네 가지다.

첫째, “지금 잘되는가”보다 “이 구조가 5년 뒤에도 유효한가”를 물어야 한다.

CEO가 봐야 할 지표는 분기 실적이 아니라 사업 구조의 지속성이다. 현재 수익의 상당 부분이 특정 산업 사이클, 특정 국가 수요, 특정 고객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는 이미 위험 신호다. AI·반도체·자동차처럼 호황을 누리는 산업일수록, 그 호황이 끝났을 때 남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한다. 지금의 실적이 기술력인지, 운인지, 정책과 지정학적 환경 덕분인지를 냉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전략은 반복된다.

둘째, AI를 ‘도입 여부’가 아니라 ‘대체 가능성’의 기준으로 봐야 한다.

대부분의 CEO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묻는다. 그러나 더 불편한 질문은 “AI가 우리 사업을 얼마나 빨리 대체할 수 있는가”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조직은 방어 전략조차 세울 수 없다. 특히 중간재, 플랫폼 의존 사업,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은 AI로 인해 수익 구조가 급변할 가능성이 크다. AI 전략은 성장 전략이기 이전에 생존 전략이어야 한다.

셋째, 인력·조직 문제를 ‘관리 이슈’가 아니라 ‘경쟁력 이슈’로 인식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노동 경직성은 더 이상 정책 변수에 기대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CEO가 직접 책임져야 할 전략 변수다. 핵심 인재가 남아 있는지,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지, 실패가 조직 내에서 학습으로 전환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서 기술만 얹는 방식은 대부분 실패한다. AI보다 더 큰 격차는 조직에서 벌어진다.

넷째, 침묵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규제, 제도, 노동 문제에 대해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기업은 단기적 안정과 장기적 쇠퇴 중 전자를 택하게 된다. CEO가 해야 할 역할은 갈등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한 논쟁을 관리 가능한 의제로 만드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라 경영의 일부다. 집단적 목소리, 데이터 기반 문제 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며, 이를 포기하는 순간 선택지는 급격히 줄어든다.

정리하면, 한국 기업 CEO들이 지금 반드시 가져야 할 인식은 이것이다.

지금은 위기가 아니어서 준비할 시간이 있는 국면이 아니라, 위기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준비하지 않으면 가장 위험한 국면이라는 점이다. 호황은 판단을 늦추는 핑계가 아니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여유 시간일 수 있다. 이 점을 인식하는 순간, CEO의 질문과 결정의 기준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의 선택

그렇다면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 가지 방향이 중요하다.

첫째, AI를 ‘호황 산업’이 아니라 ‘생산성 도구’로 내재화해야 한다. 반도체, 서버, 장비 공급자로서의 역할에만 머물면 사이클 리스크를 피할 수 없다. 제조, 물류, 금융, 콘텐츠 등 기존 사업 전반에 AI를 적용해 비용 구조와 부가가치를 동시에 개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

둘째, 정부와의 관계에서 방어적 태도를 넘어서야 한다. 규제와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기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스스로의 생존 기반을 약화시킨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단위, 협회 단위에서 데이터와 논리를 갖춘 집단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침묵은 안정이 아니라 퇴행이다.

셋째, 인재와 조직에 대한 투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설비보다 사람과 의사결정 구조다. 연공 중심, 폐쇄적 의사결정,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로는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리하면, 이 글은 AI 거품을 경고하는 칼럼이 아니라, AI 호황에 취해 구조개혁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고문에 가깝다. 거품은 터지면 끝나지만, 위기 감수성의 상실은 체력을 잠식해 회복을 어렵게 만든다. 그 점에서 이 글의 문제 제기는 시의적절하고, 상당 부분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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