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2.24 13:34:07
조회 35 추천 0 댓글 0


엄금희 논설주간

엄금희 논설주간


[CEONEWS=엄금희 논설주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19세기 런던, 변호사 어터슨은 친척 엔필드로부터 길거리에서 어린아이를 짓밟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괴상한 남자, 에드워드 하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놀랍게도 하이드는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하며 존경받는 박사인 헨리 지킬의 서명이 담긴 수표를 내놓는다. 평소 지킬 박사의 유언장에 '자신이 실종되거나 사망할 시 모든 재산을 하이드에게 물려준다'는 기괴한 조항이 있음을 알고 있던 어터슨은, 친구인 지킬이 하이드라는 악당에게 협박당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약 1년 뒤, 하이드가 지팡이로 국회의원 대버스 커루를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현장에는 지킬이 어터슨에게 선물했던 지팡이가 부러진 채 발견되고, 하이드는 종적을 감춘다. 이후 지킬은 하이드와 완전히 절교했다며 다시 예전의 성실한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실험실에 은둔하며 친구들의 방문조차 거부한다. 이 과정에서 지킬의 절친한 친구였던 레니언 박사는 무언가에 큰 충격을 받은 채 어터슨에게 "지킬이 죽거나 실종되기 전까지 열어보지 말라"는 편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어느 날 밤, 지킬의 하인 폴이 겁에 질려 어터슨을 찾아온다. 실험실 문 너머에서 지킬이 아닌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어터슨과 폴이 도끼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 실험실 안에는 지킬의 옷을 입은 하이드가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 채 발견된다. 하지만 지킬의 시신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책상 위에는 어터슨에게 남긴 자술서와 레니언 박사의 편지가 놓여 있었다.

자술서를 통해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지킬 박사는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해냈고, 스스로를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약을 통해 자신의 악한 본성을 집약시킨 존재인 '하이드'로 변신해 도덕적 굴레에서 벗어난 일탈을 즐겼다.

그러나 하이드의 인격은 점점 강력해졌고, 나중에는 약을 먹지 않아도 잠결에 하이드로 변하는 등 통제력을 잃게 되었다. 지킬은 하이드의 악행에 공포를 느껴 변신을 그만두려 했지만, 이미 악의 본성은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약의 제조에 필요했던 특수한 소금의 불순물이 바닥나면서, 지킬은 더 이상 하이드에서 지킬로 돌아올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다.

결국 지킬은 자신이 영원히 하이드라는 괴물로 남게 될 것임을 직감하고 자술서를 마무리했으며, 하이드가 독약을 마심으로써 두 인격은 비극적인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런던의 신사 지킬 박사는 품격과 도덕을 대변하지만, 그가 약물을 통해 분리해낸 하이드는 통제되지 않는 본능과 순수한 악의 결정체다. 오늘날 대한민국 유통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쿠팡의 행보를 보노라면, 이 지독한 이중인격의 발현이 소설 밖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전율을 느낀다.

편리한 로켓 배송과 첨단 물류 시스템이라는 '지킬'의 화사한 미소 뒤에는, 노동자의 생명을 소모품으로 여기고 시장의 상도덕을 난도질하는 '하이드'의 서늘한 칼날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문학적 비극이 약물을 통한 인격의 인위적 분리에서 시작되었다면, 쿠팡이 보여주는 경제적 비극은 무한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오만한 특권 의식에서 비롯된다. 지킬 박사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어두운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하이드를 불러냈듯, 우리 사회는 ‘빠름’과 ‘편리’라는 집단적 욕망에 취해 쿠팡이라는 하이드가 저지르는 폭력을 묵인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소설의 끝에서 하이드가 결국 지킬을 잠식하고 육체를 완전히 지배해버리듯, 쿠팡의 약탈적 경영 방식은 이제 대한민국 유통 생태계의 선한 의지와 상생의 가치를 완전히 질식시키고 있다.

지킬 박사가 거울 속에서 점차 커져가는 하이드의 형상을 보며 느꼈던 그 근원적인 공포는, 이제 대한민국 중소상공인들과 경쟁 기업들이 마주한 서늘한 실존적 위협이 되었다. 하이드는 법의 테두리를 비웃으며 오직 파괴와 정복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쿠팡이 보여주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한 경시 태도는 단순한 운영상의 과실이 아니라, 하이드식 광기가 기업 경영 전반에 투영된 결과다. '생명 존중'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는 쿠팡의 물류센터 알고리즘 앞에서 무력하게 해체된다.

노동자를 인격체가 아닌 '로켓'의 추진력을 얻기 위한 일회성 부품으로 간주하는 태도에서, 우리는 문명화된 기업의 품격 대신 원시적인 착취의 민낯을 목격한다. 잇따르는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사고는 시스템이 설계한 필연적 희생이며, 이는 대한민국이 수십 년간 쌓아온 노동 인권의 탑을 뿌리째 흔드는 위해 행위다.

더욱이 쿠팡은 자본의 힘을 무기 삼아 공정 경쟁이라는 시장의 근간을 파괴하고 있다. 최근 홈플러스 등 전통 유통 기업들이 겪는 유례없는 위기의 배경에는 쿠팡의 비열한 '인력 및 노하우 약탈'이 자리하고 있다. 동종 업계가 수십 년간 공들여 육성한 핵심 인재들을 직전 급여의 3배라는 비상식적인 대우로 빼가는 행위는 정당한 스카우트가 아닌, 경쟁사의 심장을 도려내는 습격이다.

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5조가 금지하는 ‘부당한 인력 유인’의 전형이다. 타인의 정당한 노력과 축적된 자산을 자본의 힘으로 찬탈하여 자신의 성장을 꾀하는 행태는 기업가 정신의 실종이며, 이는 시장 경제의 도덕적 파산을 의미한다. 지킬의 신사적인 가면을 쓴 채 하이드의 손으로 이웃의 빵을 훔치는 행태에 대한민국 경제는 신음하고 있다.

이 기괴한 괴물의 정체성은 더욱 기만적이다.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은 미국인이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수천만 국민의 민감한 고객 정보와 구매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책임과 규제의 순간에는 '미국 기업'이라는 방패 뒤로 숨어버린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국민의 민감한 정보가 국외 자본의 통제 하에 놓여 있다는 안보적 위협으로까지 이어진다.

한국에서 돈을 벌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는 대한민국 기업가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특히 로비스트를 고용해 정치권과 관계에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법의 칼날을 무디게 만드는 '로비 기업'의 행태는 민주주의를 자본으로 매수하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대한민국의 경제 생태계는 소수의 포식자를 위한 사냥터가 아니다.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자행되는 노동 착취, 인력 탈취, 그리고 국가 정보 자산의 독점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우리는 이제 거울을 들어 쿠팡이라는 거대 기업 속에 숨은 하이드의 민낯을 온 천하에 드러내야 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마약에 취해 노동자의 눈물과 경쟁사의 파멸을 외면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하이드에게 잡아먹히는 비극을 맞이할 것이다. 정부와 사법 당국은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대한민국 공동체의 이름으로 이 안하무인 격 경영 행태에 준엄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

지킬 박사의 최후가 스스로 초래한 파멸이었듯, 대한민국 경제의 법질서를 무시하고 상생의 가치를 저버린 약탈적 자본의 끝도 결국 비참한 몰락뿐임을 경고한다. 공정 경쟁을 위배하고 국가 자산을 유린하는 기업에게 대한민국은 더 이상 자비로운 터전이 되어선 안 된다.

기업가 정신이 거세된 자리에 탐욕만을 채우는 기업은 대한민국에 불필요하다. 이제 쿠팡은 하이드의 광기를 멈추고 지킬의 책임감을 증명하든가, 아니면 역사의 심판대 위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다. 쿠팡은 아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 생태계를 지키고 생명 존중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유일한 길이다.



▶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잘못한 것보다 더 욕먹은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6/04/06 - -
680 [CEONEWS 스페셜리더 49] 부산을 깨울 새로운 엔진, 전재수의 거침없는 도전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8 0
679 [포커스] 주목받는 AI 시대 핵심 인프라 ‘광통신’ [3]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0 320 1
678 [TOP CEO 401] '6연임 신화'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이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19 0
677 [핫이슈] AI가 바꾸는 노동의 미래(下) [3]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9 369 2
676 [CEONEWS 이재훈의 X파일 15화] 94세의 청년, 이길여가 그리는 'AI 가천'과 불멸의 CEO 리더십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15 0
675 [CEONEWS 스페셜리더 48] 대구시장 출마 김부겸, 지역주의 타파 14년의 마지막 도박 [12]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438 4
674 [포커스] 미국·이란, 2주간 휴전 및 호르무즈 개방 사실상 합의...유가 급락, 주가 폭등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8 809 2
673 [핫이슈] AI가 바꾸는 노동의 미래(上) [7]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7 805 3
672 [창간 기획ㅣ이재훈의 심층리포트 23] '삼성의 시간'이 왔다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7 96 0
671 [CEO 분석 21] '배수의 진'을 친 바이오 전문가,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의 '생존 선언'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6 18 0
670 [핫이슈] 호르무즈 봉쇄 속 ‘조기 종전’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8]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6 1281 3
669 [창간기획ㅣCEONEWS 폴리코노미 38] 2026 부동산 세제 대전환 진단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4 22 0
668 [음식 이야기] 봄나물의 효능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473 3
667 [TOP CEO 400] '배민 2.0'의 설계자, 김범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37 0
666 [포커스] 달 경제 시대 개막…“깃발 경쟁에서 돈의 경쟁으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34 0
665 [TOP CEO 399] '6연임' 이부진의 승부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143 0
664 [포커스] 트럼프, 대국민 연설에서 강경 발언...“앞으로 2~3주 강한 타격”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2 239 1
663 [대표기자 칼럼] 환율 1,500원 시대 어찌하오리까?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39 0
662 [손진기의 시사칼럼 42] 최선과 최악의 단상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38 0
661 [포커스] 무너진 착공, 멈춰선 성장…한국 건설업, 구조적 침체의 시작 [7]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622 2
660 [포커스] 구글 '터보퀀트' 쇼크…HBM 수요 꺾일까, AI 폭발 촉매될까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0 103 0
659 [썰푸남 쇼츠] 6.3 조기대선 이재명 유력 전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52 0
658 [썰푸남] 6.3 조기대선 전망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42 0
657 [포커스] 1,500원 환율 시대, 한국 경제의 경고음 [49]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1868 19
655 [프리뷰] 4월 기업 경기전망 중동 리스크로 급랭 [2]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541 0
654 [핫이슈] 이란전쟁 1개월, 국제유가 급등이 몰고온 나프타 쇼크 점검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453 0
653 [최재혁의 영화로 본 인문학 1] 공감으로 천만관객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50 0
652 [프리뷰] 머스크의 ‘테라팹’ 선언…반도체 질서의 재편 [5]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833 1
651 [논설주간 칼럼] 엄금희의 문학으로 바라본 경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52 0
650 [히스토리] 석유가 뒤흔든 세계경제, 오일쇼크 역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4 94 0
649 [리뷰] BTS는 돌아왔지만, 주가는 무너졌다 [38]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2182 13
648 [핫이슈] 이란전쟁 중간 점검, ‘단기전의 실패’와 ‘에너지 전쟁의 시작’ [23]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3 805 2
647 [김병조의 통찰] 정주영 회장의 한마디가 남긴 자본의 본질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1 55 0
646 [김성제의 안전경영칼럼 35] 설날 새벽 잦은 119화재출동에서 찾는 안전인성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0 45 0
645 [기업분석]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0 47 0
644 [인물탐구] 정주영 서거 25주기, 기업가 정신을 다시 묻다 [7]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938 4
643 [창간 기획ㅣ신간특집] 헌정의 갈림길에 서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9 42 0
642 [포커스] AI가 부른 ‘반도체 슈퍼사이클’…기대인가 현실인가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8 971 2
641 [TOP CEO 398]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84 0
640 [포커스] 한국 경제의 마지막 구조개혁, 서비스산업 육성 [4]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1055 3
639 [TOP CEO 397] 이준희 삼성SDS 대표이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7 89 0
638 [ TOP CEO 396 ]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6 126 0
637 [ TOP CEO 395] 최주선 삼성 SDI 대표이사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6 116 0
636 [포커스] 세계 에너지의 목줄, 누가 통제하느냐 [1]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6 443 2
635 [김소영의 월드아이 5] 자유무역주의의 종말과 보호무역주의의 부활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46 0
634 [대표기자 칼럼] 노란봉투법 시행 명과 암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34 0
633 [창간기획 ㅣAI 리포트 34 ] 'AI 블랙홀'이 삼킨 대한민국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49 0
632 [프리뷰] 미국-이란 전쟁, 단기전일까 장기전일까?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47 0
631 [포커스] 상법 개정 전 마지막 주총…한국 기업 지배구조 전쟁이 시작됐다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2 46 0
630 [창간기획ㅣ이코노미 플러스 20] 리플 나스닥 상장과 미·이란 전쟁의 역설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2 5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