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천대 길병원 로고인 '바람개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이길여 총장의 삶을 빼닮은 상징이다. 1932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올해 한국 나이 94세. 대다수가 은퇴 후 정적인 삶을 영위할 나이에 그녀는 여전히 하이힐을 신고, 매일 아침 최신 기술 트렌드를 보고받는다.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인천 가천대 길병원 로고인 '바람개비'.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이길여 총장의 삶을 빼닮은 상징이다. 1932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나 올해 한국 나이 94세. 대다수가 은퇴 후 정적인 삶을 영위할 나이에 그녀는 여전히 하이힐을 신고, 매일 아침 최신 기술 트렌드를 보고받는다. 2023년 5월 가천대 축제에서 만 90세의 나이로 '강남스타일' 말춤을 선보인 영상은 전국을 발칵 뒤집었다. AI 챗봇과 대화하며 교육 혁신을 논하는 그녀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CEONEWS 이재훈의 X파일은 이 경이로운 에너지의 근원과 그녀가 구축한 '가천 제국'의 명과 암을 파헤친다.
◼ '청진기를 품은 가슴'에서 '글로벌 교육'까지
이길여의 성공 서사는
이길여의 성공 서사는 '절박함'과 '박애'라는 두 단어로 압축된다.
이길여의 성공 서사는 '절박함'과 '박애'라는 두 단어로 압축된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겪으며 "학도병으로 참전한 남학생들이 대부분 돌아오지 못했다"는 기억을 가슴에 새긴 그녀는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의료뿐'이라는 일념으로 서울대 의대에 진학, 1957년 졸업과 함께 의사의 길에 들어섰다.
1958년 인천에 '이길여산부인과'를 개원한 그녀는 1964년 미국 의사자격시험에 합격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4년간의 연수 후 귀국하자마자 그녀는 파격 선언을 했다.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위한 '보증금 없는 병원'. 의료보험제도 자체가 없던 시절, 이 선언은 의료계의 관행에 정면으로 맞선 혁명이었고, 훗날 길의료재단을 일구는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교육자로서의 도전은 66세에 시작됐다. 1998년 이사장의 200억 원대 등록금 횡령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경원대학교를 인수하면서다. 당시 중앙일보 대학평가 111개교 중 92위이던 경원대는 가천의과대학, 가천길대학, 경원전문대와 단계적 통합을 거쳐 2012년 마침내 '가천대학교'로 새로 태어났다. 한국 사립대학 최초의 4개 대학 완전 통합이었다. 이 총장은 그 과정에서 정원 3000명을 자진 삭감하고 학과의 40%를 구조조정했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통합하고 효율화해야 한다"는 20년 앞을 내다본 판단이었다. 현재 가천대는 수도권 입학 정원 4위, 전국 6위권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 '카리스마적 모성'과 '소통의 아이콘'
이길여 총장의 PI(Personal Identity)는 매우 독특하다. 보수적인 대학 총장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MZ세대와 함께 춤추는
이길여 총장의 PI(Personal Identity)는 매우 독특하다. 보수적인 대학 총장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MZ세대와 함께 춤추는 '힙한 할머니 총장'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구축했다. 그녀 자체가 가천대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다.
이길여 총장의 PI(Personal Identity)는 매우 독특하다. 보수적인 대학 총장의 권위를 스스로 내려놓고, MZ세대와 함께 춤추는 '힙한 할머니 총장'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구축했다. 그녀 자체가 가천대의 가장 강력한 브랜드다.
강점은 분명하다. 권위주의를 타파한 소통형 리더십은 학생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 주었고, 통합 이후 10년간 673명의 교수진을 새로 채용하는 '열린 인재 영입'은 연구 역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23년 기준 연구비 수주액만 1,125억 원에 달한다. 뇌신경지도 세계 최초 제작, 국내 대학 학부 최초 인공지능학과 신설(2020년)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그녀의 이름 뒤에 줄지어 붙는다.
그러나 '이길여=가천대'라는 공식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포스트 이길여 시대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뚜렷한 후계 구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재단 요직에는 친인척과 측근들이 포진해 있다. 강력한 톱다운 리더십이 조직 내 자율성을 가로막는다는 내부 비판도 존재한다.
◼ AI 전략과 미래 비전 제시
그녀의 목표는 가천대를 국내 톱 5 사립대로 끌어올리는 것. AI와 협업하는 실무형 인재를 키워 인구 절벽이라는 대학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녀의 목표는 가천대를 국내 톱 5 사립대로 끌어올리는 것. AI와 협업하는 실무형 인재를 키워 인구 절벽이라는 대학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길여 총장은 AI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로 보지 않는다. "엔비디아 젠슨 황의 절박함을 배우자"는 신년하례회 일성은 그녀의 AI 철학을 압축한다. 이미 2016년 길병원에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인공지능 암센터를 개소했고, 2021년에는 국내 최초 대장암 발생가능성 AI 예측 시스템 '닥터앤서'를 가동했다. 의료 AI의 파일럿 역할을 가천에서 묵묵히 실험해 온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도 파격은 이어진다. 시험과 과제에서 AI 활용을 전면 허용하고, AI 관련 강좌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녀의 목표는 가천대를 국내 톱 5 사립대로 끌어올리는 것. AI와 협업하는 실무형 인재를 키워 인구 절벽이라는 대학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 긍정과 부정의 팽팽한 줄타기
강력한 일인 카리스마 체제 아래 구성원들의 피로도는 높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총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승계 로드맵이 없다는 점은 재단 안정성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게 한다.
강력한 일인 카리스마 체제 아래 구성원들의 피로도는 높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총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승계 로드맵이 없다는 점은 재단 안정성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게 한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다. 2018년 가천대 길병원 노조 출범 직후 쏟아진 갑질 폭로와 파업 사태, 병원 경영에 관여하는 측근들의 리베이트·횡령 의혹은 '이길여 신화'에 생채기를 냈다. 강력한 일인 카리스마 체제 아래 구성원들의 피로도는 높고, 투명한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총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승계 로드맵이 없다는 점은 재단 안정성에 대한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게 한다.
◼ 이길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94세에도 하이힐을 신고, AI를 논하며, 댄스를 추는 이길여 총장. 그녀에게 나이는 진정으로 숫자에 불과하다. 의료, 교육, 연구, 언론을 아우르는
94세에도 하이힐을 신고, AI를 논하며, 댄스를 추는 이길여 총장. 그녀에게 나이는 진정으로 숫자에 불과하다. 의료, 교육, 연구, 언론을 아우르는 '가천 제국'은 한 여성의 67년 외길 집념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94세에도 하이힐을 신고, AI를 논하며, 댄스를 추는 이길여 총장. 그녀에게 나이는 진정으로 숫자에 불과하다. 의료, 교육, 연구, 언론을 아우르는 '가천 제국'은 한 여성의 67년 외길 집념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의 레거시는 자신이 떠난 후에도 조직이 흔들리지 않는 데 있다. 지금 이길여 총장에게 필요한 마지막 혁신은 어쩌면 'AI 가천'이 아니라 '포스트 이길여'를 준비하는 용기일지 모른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내가 앞으로 달려야 돌아간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 질주가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한 달리기'로 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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