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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자 칼럼] '행정 효능감'과 '인물론'이 여는 균열의 정치

ceone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4.11 12:39:37
조회 868 추천 1 댓글 1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은 오랫동안 견고한 '지역주의'라는 옹벽에 갇혀 있었다. "깃대만 꽂아도 당선"이라는 냉소적인 농담은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독점적 지위를 상징하는 슬픈 자화상이었다. 그러나 6·3 지방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지금, 서울 성동의 정원오, 대구의 김부겸, 부산의 전재수라는 세 이름이 정치 지형도에 던지는 파장은 예사롭지 않다.

이들 세 사람은 각각 민주당 서울시장·대구시장·부산시장 후보로 공식 확정된 인물들이다. 국민의힘의 중추이자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약진은 단순한 개인의 승부를 넘어,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성동에서 서울로: 정원오의 '생활 밀착형 행정'의 반란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이 '명픽'한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된다면 구청장 출신 최초의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지난 4월 9일,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박주민·전현희 현역 의원을 꺾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과반 득표 확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968년 전남 여수 출생으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두 명의 3선 현역 의원을 누르고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3선 성동구청장 출신인 정원오는 이념이 아닌 '행정 효능감'으로 승부한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스마트 쉼터 등 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들을 구청장 시절 성공시키며 이른바 '보수도 인정하는 구청장'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명픽'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됐고, 경선 내내 대세론을 유지해왔다.

당선된다면 구청장 출신 최초의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쓰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당선이 "중앙 정치의 거대 담론보다 내 삶을 바꾸는 행정"이 선거의 주류가 되었음을 선언하는 사건이 된다는 점이다. 민주당에 행정 실무 능력을 갖춘 '수권 행정가 그룹'이라는 새로운 인재풀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 대구의 장벽을 두드리는 '바보 김부겸'의 귀환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국민의 힘 텃밭인 대구 시장 선거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국민의 힘 텃밭인 대구 시장 선거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대구는 민선 지방자치제 30년 역사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계 시장을 배출한 적이 없는 보수의 '성지'다. 지난 3월 30일 대구 동성로 2·28기념공원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행보는 그 역사적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대구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저력이 있는 그는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리얼미터가 TBC 의뢰로 대구 유권자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물 적합도 조사에서 김 전 총리는 49.5%를 기록했다. 2위 추경호 의원(15.9%)과의 격차가 33.6%포인트에 달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전원에게 우위를 점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 과정에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컷오프되는 공천 파동이 발생해 보수 진영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 '인물론'이 '당론'을 압도하는 현상이 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구 유권자들이 지역 경제 재건과 대구·경북 행정통합 같은 숙원 과제 해결을 위해 중앙 정부와 소통 가능한 거물급 행정가를 선택하는 '전략적 투표'를 감행할지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만약 김부겸이 대구에서 승리한다면, 그것은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영남 보수 독점 체제의 역사적 균열을 의미한다. 동시에 민주당이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장면이기도 하다.

■ 부산 탈환의 선봉장, 전재수의 도전과 반전


전재수 후보가 부산시장 레이스에서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전재수 후보가 부산시장 레이스에서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실용'과 '해양'이다.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해수부의 실질적인 부산 시대를 열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발판으로 삼는 전략이다.

부산 유일의 민주당 3선 의원(북구갑)인 전재수 의원은 4월 9일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을 꺾고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부산의 오랜 숙원 사업인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직접 진두지휘한 주역이다.

보수 지지층조차 "사람은 전재수가 괜찮다"고 말하게 만드는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성실함이 그의 무기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22대 국회까지 보수의 심장 부산 북구갑에서 내리 3선을 이뤄낸 것 자체가 그의 정치적 저력을 증명한다. "해양수도권이 서울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의 양 날개가 되겠다"는 그의 출사표 역시 장관 재임 시절 직접 실현한 성과에 기반한 것이어서 무게가 다르다.

후보 확정 바로 다음 날인 4월 10일, 그를 짓눌러온 최대 리스크가 극적으로 해소됐다.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본)가 통일교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완성 및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공소권 없음·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한 것이다. 전 의원은 "이제 일만 할 수 있게 됐다"며 감격의 심경을 토로했다.

다만 수사 과정에서 보좌진 4명이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국민의힘은 "공소권 없음은 무죄가 아니다"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법 리스크는 걷혔지만 본선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21년 보궐선거 패배 이후 5년 만의 부산 탈환을 노리는 민주당이 이 복잡한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선거 판세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 이념의 시대에서 '실용의 시대'로

이들 세 인물의 공통점은 '진영 논리'를 뛰어넘는 '개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원오의 현장 행정, 김부겸의 인간적 진정성, 전재수의 집요한 성실함은 각각 국민의힘의 견고한 지역 기반마저 흔들고 있다.

만약 이들이 6월 3일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더 이상 "어디 사느냐"가 아니라 "누가 내 삶을 바꾸느냐"를 묻는 실용의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나 지방 권력의 이동을 넘어, 우리 정치 역사가 갈구해 온 지역주의 타파를 향한 거대한 전진이다.

보수 정당의 중추에서 피어나는 이 균열의 꽃들이 6월의 대지 위에서 만개할 수 있을지, 대한민국은 지금 이 세 사람의 행보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 [스페셜리더 47] '성수의 기적' 정원오, 서울시장 도전의 명암▶ [CEONEWS 스페셜리더 48] 대구시장 출마 김부겸, 지역주의 타파 14년의 마지막 도박▶ [CEONEWS 스페셜리더 49] 부산을 깨울 새로운 엔진, 전재수의 거침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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