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풀체인지(GN7)에 관해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해 11월 출시 직후부터 품질 이슈가 연이어 제기되더니 기어코 9번째 이슈까지 터진 것이다. 출시된 지 넉 달가량밖에 지나지 않은 차에서 수차례 일어나고 있는 해당 문제로 인해 애꿎은 소비자들의 피해와 실망감은 커져만 간다.
[글] 박재희 에디터
현대차가 이번에 신형 그랜저(GN7)의 무상 수리를 진행하는 이유는 조명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은 수평형 LED 램프가 제대로 켜지지 않는 결함이다.
지난 17일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에 대한 무상수리 고객통지문을 발송했다. 대상 차량은 2023년 2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생산된 그랜저 및 그랜저 하이브리드 692대다. 현대차에 따르면 해당 차량에 장착된 LED 구동 모듈(LDM)과 센터 램프간에 간헐적 통신 오류가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차폭등 일부 부위에 점등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차폭등은 야간 주행 중 다른 운전자들이 차량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부착된 조명이다. 어두울 때 상대 차량의 크기를 가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신형 그랜저의 경우 끊김 없이 이어지는 일자형 디자인으로 주간주행등과 차폭등, 방향지시등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형태다.
현대차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쪽의 LED 구동 모듈을 교환하고, 밝기를 맞추는 ‘에이밍’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형 그랜저 차주들은 직영 하이테크센터나 블루핸즈를 방문해 무상으로 조치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차폭등 점등 관련한 문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차는 앞서 작년 12월에도 같은 이유로 신형 그랜저 1961대를 무상수리한 바 있다. 당시에는 특정 모듈의 생산 문제로 인해 외부 기온이 낮을 때 차폭등 일부 부위가 간헐적으로 점등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비록 원인은 다르지만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차폭등 미점등 이슈로 인해 9번째 무상수리를 진행하게 됐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현대차는 1월부터 당시까지 그랜저 GN7의 엔진제어장치(ECU), LED 구동 모듈(LDM), 타이어공기압주입기(TMK), 도어핸들터치센서(DHS),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전동트렁크(PTG) 등에서 결함이 발생해 8건의 무상수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랜저는 이러한 품질 이슈에도 불구하고 신차효과를 내세워 국내 세단 시장의 팽창을 선도하고 있다. 2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완성차 5사의 승용차 내수 판매량(8만6천7대) 가운데 세단은 42.5%(3만6천564대)를 기록했다.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세단 비중이 5.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세단 비중의 증가세가 그랜저의 신차효과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그랜저 판매량은 작년 1월 1천806대에서 올 1월 9천131대로 7천325대 늘며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국산 세단 판매가 7천359대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그랜저 판매량 변화가 세단 전체 판매 증가분을 좌우하는 셈이다.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가 각종 품질 문제에도 흥행할 수 있는 배경에는 ‘대체품 부족’이 있다. 최근 트렌드가 SUV로 옮겨 가면서 그랜저에 대항할 만한 경쟁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거의 유일한 모델로는 기아 K8이 있지만 노후화로 인해 판매량에서 많이 밀리는 추세다.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 자리를 맡고 있는 그랜저인 만큼 연거푸 발생하는 품질 이슈로 인해 많은 소비자들이 더 크게 실망하고 있다. 더 이상은 소비자가 피해와 불편을 겪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거 너무한데...” 벌써 9번째, 그랜저 오너들이 현대차에 대분노하는 이유 글 / 다키포스트 ⓒ DAKI POS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콘텐츠 관련 문의 : dk_contact@fastla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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