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반 년 전쯤에 원음으로 듣는 포켓몬스터 루비 / 사파이어 브금으로 왔었던 게이다.

이번에는 단순히 결과물만을 내놓기보다는 설명 위주의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현대의 시점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임 음악은 우리가 평소에 듣는 음악들과 있어 차이가 없다.

이는 10년 전에 등장한 휴대폰 마저도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 것에 있어 무리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닌텐도 DS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동시에 이러한 '스트림' 된 음악을 재생하는 것에 있어서 제약이 있었다.

거의 20년 다 되어가는 기종이기도 하지만, 시대 상의 한계 이상으로 닌텐도 DS의 성능이 구리기 때문이다.

2006년 발매된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 펄 게임의 용량은 64MB인데,

만약 브금이 모두 스트림 형식의 음악이었다면 압축된 파일을 기준으로 잡더라도 게임의 용량은 최소 128MB는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배경음악들을 재생했을까?

닌텐도 DS 게임들엔 대부분 sseq 라는 형식으로 음악 파일들이 존재한다.

여기에 담겨진 내용은 어떠한 파형의 음원인지가 아닌 "채널 1에서는 48번 음원이 D4를 재생한다" 같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즉 wav, mp3 같은 스트림 형식의 음원 파일을 A라는 음악이 담긴 레코드판에 비유하자면,

sseq는 A라는 음악의 악보라고 볼 수 있다.

스트림 형식으로는 3분짜리 음악을 담기 재생하기 위해서는 3분짜리 음원 파일의 용량과 그것을 받혀주는 성능이 필요하겠지만

하나의 음원 뱅크 (악기들의 음원 샘플이 담겨 있는)가 모든 사운드트랙에 대응해 소리를 담당하면 훨씬 용량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General MIDI를 기준으로 잡아 128가지의 악기들의 음원 샘플이 있는 뱅크를 가정했을 때,

압축된 악기 샘플 하나의 용량이 수 KB 정도에 불과하므로 전체 뱅크의 용량도 커 봐야 수 MB도 되지 않는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즉, 스트림 형식의 음원들을 재생하는 경우도 있다.

멀리 갈 것 없이 메이플스토리 DS 오프닝이 있고,

포켓몬스터 본가 시리즈에서는 유일하게 블랙 2 / 화이트 2의 타이틀 테마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주로 메인 타이틀, 보컬이 들어간 곡, 또는 게임 내 중요한 곡에서 한정적으로 쓰였지만

루미너스 아크같이 사운드 엔진을 직접 만든 게임은 모든 배경음악에 적용된다.

스트림된 음악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압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방식에서 사운드 뱅크의 악기 음원들은 압축된 것은 물론 모노인지라 두 방식을 비교해보았을 때 공간감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악기 음원이 모여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라 악기 음원 샘플이 모노)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래서 원음으로 DP 브금들을 어떻게 듣냐 하면

압축되기 이전의 원본 악기 음원 샘플들을 찾아내 그것으로 재생하는 것으로,

설명하기 조금 길어 그림으로 정리해봤다.

포켓몬스터DP 디아루가 / 펄기아에 쓰인 샘플들은

모두 2006년 기준으로도 예전의 물건인 Edirol Studio Canvas SD-90,

ProSamples 라는 샘플CD 모음집에서 대부분을, 몇은 KORG Trinity, Yamaha QY70 같은 하드웨어에서 가져왔다.

이런 샘플들의 출처는 남미, 북중미,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세계 각국의 게이머들의 생판 노가다로 찾은 것으로

지금 순간에도 게임 브금에 쓰인 가상악기나 샘플의 출처를 찾고 있다.

가상악기들은 대부분 유명한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에 어렵지 않다만,

컴퓨터 상에서 존재하는게 아닌 90년대 샘플CD 같은 경우 혹여나 어느 게임에 쓰인 샘플이 있을까 공동구매해서 찾아보기도 한다..

이런 쪽에 관심 있으면 밑에 그 결과물이 담긴 스프레드시트가 있으니까 언제나 환영이고,

리스트에 안 적힌 샘플을 알고 있다 하면 댓글이나 갤로그에 남겨줬으면 한다.

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JJBlHHDc65fhZmKUGLrDTLCm6rfUU83-kbuD8Y0zU0o/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그 결과물이다.

지금 현재 DP는 공식 사운드트랙 앨범 기준 CD1까지 진행된 상태,

RSE도 초반부 음악들을 복원해놓아서 채널 가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DP 복원 작업에는 아까 위에서 이야기한 SD-90이 있어야 하는데,

고딩이라 금전적 여유가 없어 직접 하진 못했다.

그래도 저 BW 브금 하나는 내가 복원했다.

BW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을텐데 BW는 사운드 시스템이 또 다르고, 사용한 악기 샘플들이 더 많고,

가공되어있기 때문에 제대로 복원하기 쉽지 않아서 저 두 곡 이외엔 지금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번외로 포켓몬 브금 리마스터 / 리믹스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시간 나면 몇 곡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

https://www.youtube.com/channel/UCBQdLZapOJJ8sw3J3a5PtmQ

혹시 궁금하거나 설명이 부족한 게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면 좋겠다.

설명하자면 더 설명할 것도 많은 느낌인데 일단 여기서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