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1)

그렇게 오지 않았으면 했던 여행 마지막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하니 벌써부터 어질 어질해
하루 꽉 채운 일정이기 때문에 체크아웃하면서 캐리어는 호텔에 맡기고 이동
여행 초짜인 게이들 있으면, 보통 호텔 체크아웃 후에도
캐리어나 짐을 맡아서 보관해 주니 바로 공항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맡겨두고 편안하게 관광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고독한 미식가 식당 하나 더 찾아서 가볼까

예약 필수급인 가게라 공중전화로 전화해보지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와이프쟝 얘기로는, 개인 번호가 아닌 공중전화의 연락처는(한국의 지역번호 같은)
스팸설정 같은 걸 해둬서 자동으로 차단되게끔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곳이 더러 있다는 듯

무작정 가서 대기하는 모험을 할지, 근처 식당을 적당히 찾아서 먹을지 고민하다
일단 가서 상황 보고, 자리가 없다면 근처 괜찮은 식당을 가기로 결정

숙소에서 약 40분 거리에 위치한 히가시무코지마역으로 이동

신오카치마치역에서 츠쿠바 익스프레스 탑승

환승역인

키타 센쥬역에서 내려서

토부 스카이트리 라인선으로 환승

히가시무코지마역 도착

식당까지 참을 수 없는

모닝 커피의 유혹
맥도날드 블랙 핫커피, 스몰 사이즈 100엔
그리고, 역에서 도보 약 6분 거리의

고독한 미식가 시즌7, 7화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톨리카
"실례합니다... 혹시 예약 없이 기다려서 먹을 수 있을까요?"
"스미마셍..점심 예약은 꽉 차있어서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 예상했던 바다, 혹시 여기 올 일붕이들 있으면 꼭, 해외 통화 가능한 개인 전화로 예약 하자
배가 고프다, 빠르게 포기하고 구글 검색 해볼까

정처 없이 걸으며 30분 정도의 구글링 끝에 가게 된

레트로 카페, 코구마
〒131-0032 東京都墨田区東向島1丁目23−14

1927년 부터 영업 한(영업 시작 당시는 약국이였다고 함)
100년 가까이 된 전통 있는 가게로, 방송에도 나왔던 유명한 집이라는 듯

방송에도 나온 오래된 식당이라니, 벌써 기대가 된다
스미마센~ 야끼카레, 포크 진져(생강) 덮밥 부탁드립니다~

오래된 집 답게 분위기가 감성 감성하다
인스타용으로 손색 없음

이 집의 갬섬을 담기엔 내 손으로는 역부족

사진의 20배 정도 이쁘다.
인테리어와 별개로, 테이블이 옛날식 책상이라 좀 많이 좁고
가방이나 짐을 둘 곳이 전혀 없는건 조금 불편함

야끼(구운)카레 1,100엔 / ★★☆
음..생각 했던 비쥬얼이랑 조금 다르네

겉만 구워진, 밑 부분은 촉촉한 카레를 생각했는데
수분 빠진 그라탕 같은 뻑뻑한 스타일로 나왔어

아..뻑뻑하고 싱겁다
카레를 먹었을 때 오는 감칠맛과 풍미가 거의 없는
카레 향이 묻은 볶음밥을 먹는 것 같은 애매한 맛과 식감
이번 여행중 유일하게 실패한 식사
고고카레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야

포크 진저(생강 돼지구이) 덮밥 950엔 / ★★☆
음.. 고기가 얇음에도 뻑뻑한 애매한 식감에
덮밥인데도 불구하고 소스가 거의 없다시피한 애매한 조합
이 가격에 이정도 볼륨과 맛은 좀...많이 아쉽네
와이프쟝도 나쁘진 않은데..일단은..ㅎㅎ.. 라는 느낌으로 식사 마무리
구글 평점은 좋았는데, 그냥 야끼카레가 내 입맛에 안맞는 스타일인듯

황금 같은 시간과 칼로리를 아깝게 소비했다...
안돼..일본 마지막 점심이였다고,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디저트라도 맛있는 걸 먹자며 다시 구글링 후 찾은

커피 & 레어 치즈, 히가시무코지마 코히텐(커피점) / ★★★★☆
〒131-0032 東京都墨田区東向島1丁目34−7
이름 너무 편할 대로 지은거 아니야?
구글 평점 4.4 라.. 믿어도 되겠지?

일단 분위기는 고즈넉하니 아주 좋아


테이크아웃 커피 가격이 너무 착하네
매장에서 먹으면 150~180엔정도 더 붙는 듯

손글씨 메뉴판이라..일단 파파고님 ㄱㄱ

조금 애매하게 나오지만 얼추 볼 수는 있네
중간에 이상하게 긴 부가 설명 같은 게 있는데
이 카페의 특징 중 하나가 각 원두의 원산지 농장 위치나
재료의 원산지,특산지 등 을 메뉴판에 표기한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나라 현의 가득한 숨결과 무화과 잎차 라던지
오키나와산 복숭아, 이즈산 감귤 등 일본의 소재를 사용한 크래프트 콜라
같은 설명글이 여기저기 보였다
좋은 재료를 쓴다는 자부심이 보이는 부분

커피 원두 종류가 꽤 많았음
"오늘의 타르트는 피스타치오&바나나입니다~"
피스타치오에 미친 사람 여기 있습니다, 바로 추가해 주자
스미마센~ 무화과 잎 밀크티, 산타 테레진야(테라로사) 커피, 오늘의 타르트, 레어치즈 케이크 딸기맛 오네가이시마쓰~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나라현의 가득한 숨결과 무화과 잎의 밀크티 690엔 / ★★★★
엄청 화려하거나 임팩트 있는 맛은 아니지만
달달한 맛과 동시에 은은하게 퍼지는 무화과 잎의 독특한 향이 좋았던 밀크(티...는 잘 모르겠음)
겨울이 되면 생각날 것 같은 맛이네

산타 테레진야(테라로사) 커피 690엔 / ★★★★
산미 적은 원두로 추천 받은, 고소한 풍미가 좋았던 커피

오늘의 타르트, 피스타치오&바나나 520엔 / ★★★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바나나의 은은한 달콤함이 좋았던 타르트
일반적인 딸기나 애플 같은 수분이 많은 과일이 올라간 타르트에 비해
달콤함이나 수분감은 적지만, 원 재료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스타일의 디저트였다
위에 올라간 크림이 어느 정도 촉촉함을 채워줘서 괜찮았던 듯

레어 치즈 케이크 460엔 / ★★★★★
8일간의 여행 후기 중 유일하게 별 5개 만점이야
카페 이름 앞 별칭이 커피 & 레어 치즈였는데
이름값 제대로 한다, 미쳤음 이건 그냥.. 진심 미쳤다
점심에 먹었던 슬픔의 야끼 카레 같은 건 생각도 안 나게 됨
녹진한데 부담스럽지 않고, 정말 고급스러운 단맛이 느껴진다
보통 레어 치즈 케이크라고 하면 치즈에 젤라틴을 넣고 굳히며 탄력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긴 뭐 거의 단맛만 적당히 추가된 크림치즈 덩어리 그 자체다, 그것도 아주 맛있는 크림치즈....
올라간 딸기 소스도 시중에 파는 설탕 덩어리 시럽이 아닌 원산지 좋은 딸기를
사용해 적당한 당도로 만든, 치즈케이크와의 조화가 끝장나는 딸기 소스였어
먹고 난 후에도 애매한 단맛이나 무거운 텁텁함 같은 게 전혀 남지 않았고
무한대로 먹을 수 있는, 너무 맛있는 디저트였음
거기에 말도 안 되는 가격.. 국내서 저렇게 파는 곳 있으면 맨날 처먹다 당뇨 왔을 듯
히가시무코지마라는 관광지에서는 조금 벗어난 지역인데
이것만 먹으러 여기 다시 갈 수 있을 정도로 대만족함

도보 20분 정도면 스카이 트리에 갈 수 있으니, 여행가있거나 예정인 게이들은 기회가 된다면 꼭 가보자

여길 찾은 나, 매우 칭찬해

자켓좀 보러 쇼핑 하며 오전 일정 종료
8일차 오후는 패밀리 레스토랑 가스토, 그리고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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