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다름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작중 주인공인 스즈메와 소타가 일본 전역에서 벌어지는 재앙, 즉 지진을 막고자 문단속 여행을 하는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스즈메는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휘말린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써 등장한다.
- 한국인들에게는 동일본 대지진 하면 단순한 지진과 쓰나미가 아닌,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더욱 많이 떠올릴 것이다. '먹어서 응원하자!'나 오염수 방류 같은 여러 논란 있는 뉴스를 많이 접한 탓이 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것은 후쿠시마 사고가 아니다.
-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미야기현(宮城県) 태평양 연안 지역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즉시 긴급지진속보를 발령했고, NHK도 국회 중계 도중 긴급 뉴스로 전환해 지진 소식을 알렸다.
- 영상에서도 보이는 사실이지만 최초 속보는 도호쿠(東北) 지방의 5개 현, 즉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아키타/야마가타현에만 발령됐다. 그러나 지진의 규모가 M9.1에 달하는 워낙 거대한 지진이었기 때문에 도호쿠 지방은 물론이요 도쿄를 포함한 간토(関東) 지방 전역에서 진도 5강(수정 메르칼리 기준 7)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진동을 가져다주었고, 곧바로 미야기/이와테/후쿠시마현에 대형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었다.
- 문제는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이 위치한 산리쿠(三陸) 연안 지역의 해안 구조는 쓰나미에 취약한 리아스식 해안이라는 것이다. 리아스식 해안이란 하천의 침식이 이루어진 곳이 침강, 혹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되어 형성된 해안 지형을 말하는데, 이러한 지형의 경우 파도의 에너지가 한쪽으로 집중되기 쉬워 쓰나미의 높이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질 수 있다.
- 실제로 관측된 쓰나미 중 가장 높은 쓰나미가 무려 약 40.1m(이와테현 오후나토시)였는데 이는 아파트 15층 정도의 높이이다.
- 결국 이 쓰나미로 인해 미야기현에서만 9,543명이 사망하고, 이와테현에서만 4,675명이 사망했다.
- 동일본 대지진은 그동안 수많은 대지진을 겪은 일본인들에게도 크나큰 충격과 여파를 안겨주었다. 진도 7의 지진 가운데 1995년 고베 대지진 다음으로 피해 규모가 컸으며, 이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아직도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주민들(대다수가 후쿠시마현 주민)이 있을 정도이다.
- 또한 이 지진 이후 태평양 연안 지역의 마을과 가옥들은 재난 예방을 위해 방파제를 기본 10m 이상으로 쌓고 고지대로 옮겼으며, 지진 이전의 집터들은 아직도 방치되어 있는 곳들이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 지역을 다니는 철도 노선들도 상당수가 폐지되었고, 대체 BRT 노선이 이를 대체하고 있다고 한다.
- 일본은 예로부터 수백 년 간격으로 막을 수 없는 대지진을 겪고 있다. 인재(人災)와는 달리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는 인간으로 하여금 무상감과 무기력감, 상실감을 모두 느끼게 한다.
- '다녀오겠습니다'라는 한 마디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특별하다. 매일매일, 가족들에게,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오겠다'는 다짐을 하고 길을 나서는 것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문단속을 할 때에는 신에게 주문을 외우며 '뒷문'이 열린 장소에 깃든 수많은 감정들과 인사들을 떠올리는데,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들도 어쩌면, 아니 당연히, 살아돌아온다면 '다녀왔습니다'라는 한 마디를 가장 먼저 꺼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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