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감스럽게도 만우절 농담이 아니었다.

오늘 먹어볼 물건은 바로 MRE 11번 '타코 소스를 넣은 야채 크럼블과 파스타' 되겠다.
포장부터 이상하게 홀쭉한 게 무언가 불안감이 밀려온다.

메뉴 구성은 위와 같다. 채식 식단이라 그런지 고기가 들어갈만한 껀덕지가 쥐똥만큼도 없는 구성을 자랑함.
그 와중에 포장지를 고전적인 스타일로 그려놓은 사과소스가 눈에 띈다.

'향상된 퍼포먼스를 위해 말토덱스트린을 강화한 사과소스'
좋은 뜻인 거 같긴 한데 이게 어떻게 음식에 붙는 문구가 될 수 있지?

오늘의 아침상. 간소해보이지만 저렇게 해서 500kcal이 약간 넘는다. 밥 두공기 분량의 칼로리를 꽉꽉 눌러담았음.

프렌치 바닐라 카푸치노는 고급스러운 이름답게 풍미가 좋다. 부드러운 크림에 미약하나마 바닐라향이 나고 달달해서 맛있음.
개인적으로는 부수기재에 들어가는 커피보다 훨씬 낫다. 다만 이전에 나왔던 아이리쉬 크림 카푸치노하고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음.

할라피뇨맛 캐슈넛은 별 향은 나지 않지만 짭짤하고 살짝 매콤하다. 술안주로 먹어도 꽤 괜찮을듯.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크래커는 아무리 조심해서 열어도 박살이 난다. 자체로는 별 맛도 없는 주제에 냄새는 또 퀴퀴하다.
그래도 동봉된 땅콩버터를 발라먹으니 고소하고 맛있다. 땅콩버터는 달지 않고 땅콩 부스러기가 조금 들어있음.

잠깐 바람 좀 쐬러 나갔다가 먹은 오늘의 점심상. 주식은 내 혀를 비롯한 소화기관에 파멸을 안겨주기 위해 데워지고 있다.
라즈베리 3형은 저번에도 나왔던 물건으로, 점도만 조금 높으면 피 대용으로 분장에 써도 될만큼 비슷하다.
그래도 맛은 가루음료 중에 최상위권이라 다행이다. 라즈베리 맛과 향이 진함.

사과와 계피의 궁합은 향긋하고 맛도 좋은 게 상식이다.
그리고 이 사과계피맛 에너지바는 그런 상식은 고정관념이라며 가차없이 깨부숴버린다.
일단 계피향은 어디로 가고 웬 카레향이 난다. 생긴 게 카레 같아서 착각했나 하고 몇번을 맡아봐도 카레향이 맞음.
식감은 매우 딱딱하고 안에는 크런키처럼 퍼프가 들어가있다. 다행히 맛은 계피맛이 나긴 하는데 정말 집중해서 음미해야 느낄 수 있다.
그 와중에 사과맛은 또 안난다. 뭐야 이거.

사과 없는 사과계피맛 에너지바를 던져주고 양심이 찔렸는지 넣어준 사과소스. 소스인데 뭐랑 먹어야할지는 모르겠다.
크래커에 발라먹기엔 너무 묽어서 그냥 떠먹는 게 나을듯. 그래도 이건 제대로 사과로 만들어서 다행이다.
새콤달콤한 게 차갑게 먹으면 더 좋을듯 싶다.

어느새인가 데워져있던 문제의 그 주식. 야채 크럼블이니 뭐니 하지만 그냥 야채 토마토 파스타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름처럼 피망과 콩 등의 야채가 들어가있고 꽈배기처럼 빌빌 꼬인 파스타도 들어가있다. 성분표에는 야채로 만든 소시지도 들어가있다는데
사실 뭐가 뭔지 구별도 안간다. 딱히 분석해서 먹고 싶지도 않고.
고기가 없어서 그런지 고추참치 향 대신 토마토 향이 풍기고, 맛도 토마토 소스 맛이 대부분임. 다만 풍미랄 건 별로 없어서 짜기만 하고
그 외에는 별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칠리라임 핫소스를 뿌려봤는데 이건 이거대로 무지하게 시큼해서 영... 내 입맛에는 아니다.
오늘의 주식은 영 별로였다. 그나마 MRE에서 기대할만한 게 고기가 많이 들어있다는 건데 그마저도 없으니 남는 건 똥맛나는 무언가뿐이다.
그나마 3번 치킨누들보다는 나았지만, 그거보다 맛없는 건 생화학 무기밖에 없기 때문에 전혀 위안거리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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