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개는 장식
이스라엘의 네게브 상공에서 일어난 F-15와 A-4가 공중추돌한 사건이 있었다.
F-15 2대와 A-4 4대가 네게브 사막의 나할 친 상공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훈련 중 F-15 957번기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F-15와 A-4가 공중추돌해 A-4 공격기가 완파되고 F-15도 치명상을 입은 것.
A-4 조종사가 비상탈출했고, F-15도 탈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했던 상황이었다.
날개가 완전히 잘려나가면서 연료가 기화, 흰색 구름을 만들어 피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 것과 함께 갑작스럽게 날개가 사라지면서 기체 전부가 롤링되면서 F-15에 타고있던 조종사와 무장관제사는 혼란에 빠졌고 지상관제소에서는 전투기 날개가 없어진 것을 보고 비상탈출을 명령했다.
그러나 조종사였던 Zivi Nedivi 이양반은 계급빨로 명령을 씹고 에프터버너를 켜서 출력빨로 기체를 강제로 안정화시킨 뒤에, 260노트, 약 480km/h의 속도로 내리꽂듯 착륙했다.
너무 빠르게 착륙한 나머지 활주로 끝에 설치된 저지용 베리어 (탑건 2 후반부에 f-14가 줄 그물 같은거에 걸려서 착륙했는데 그것이다) 6미터 앞까지 미끌어진 뒤에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전투기에서 탈출하고 나서야 조종사와 무장관제사는 자기들이 타고있는 전투기가 어떤 꼴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날개 한짝이 완전히 사라져있었고, 심지어 착륙하면서 꼬리날개까지 하나 해먹은걸 보고 조종사는 "이럴줄 알았으면 탈출하는거였는데." 라는 짧은 소감을 남긴게 유우머.
참고로 957호기는 이후 수리되어 현역으로 복귀함.
2. 폭격기한테 요격당한 폭격기
2차 세계대전때, 폭격기들은 "박스" 라는 대열을 이루어 폭격 임무를 수행했다.
폭격기들에도 방어용 기관총이나 기관포가 달려있었지만 속력이 더 빠른 전투기들은 순식간에 다가와서 폭격기를 날려버릴 수 있었기에, 마치 야생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맹수들이 함부로 사냥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 박스 대형으로 인해 이루어진 비극이 있었으니
B-17 Miss Donna Mae II 가 그 주인공.
B-17 Trudy는 독일 베를린에서 폭격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1000파운드 항공폭탄을 끊임없이 떨어뜨리고 있었는데
그중 폭탄 하나가 바로 밑에 있었던 B-17 Miss Donna Mae II의 좌측 꼬리날개를 부숴버리는 대형사고를 저지르고 만다.
사고기는 날개를 잃은 충격으로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했고 13,000 피트, 약 3.96km 상공 위에서 추락했다.
추락 중 2개의 낙하산이 추락중 펼쳐진것이 확인되었으나 결론적으로 승무원 11명 전원 사망하는 비극으로 끝난다.
3. 전차가 추락시킨 비행기
2차 세계대전, 독소전쟁 당시 오토 카리우스라고 하는 독일군 전차 에이스가 있었다.
전쟁 초반에는 독일군이 스탈린의 대숙청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약체화된 소련군을 상대로 승승장구했으나,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며 대량의 물자를 소련에게 전달해주었고 소련 역시 독일군의 기습으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 반격을 가하기 시작하며 독일군은 위기에 처하기 시작했다.
아닐까 다를까 독일군은 연합국 공국의 폭격에 시달리기 시작하였고 독일 기갑군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선의 지나친 넓이와 부족한 물자로 인해 독일 기갑군은 소련 공군이 폭격을 하러 올때마다 전차에 기어들어가서 해치를 닫고 폭격이 끝나기를 기다려야하는 신세가 되었다.
어느날 오토 카리우스는 소련 공격기가 항상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항로로 비행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자기가 지휘하던 전차포 포수, 크레이머와 결탁해서 소련 공격기의 항로에 매복을 실시했다.
소련 공격기가 나타났을 때 두사람은 전차포로 사격을 실시했고 첫발은 빗나갔지만 두번째로 발사한 탄이 공격기의 날개에 맞으며 추락, 전차 에이스는 자기 킬마크에 비행기를 추가시킬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약국을 세우고 Tiger Apotheke 라고 이름지었으며 천수를 누리다가 2015년 별세한다.
4. 아이스크림
2차 세계대전... 영국은 배급제를 실시하고 일본은 사람을 잡아먹었으며 독일은 미군 수송기가 떨어뜨린 물자 집어 써먹던 시기.
전세계가 전쟁의 여파로 인해 쫄쫄 굶고 있었지만 단 하나, 미국은 예외였다.
다른 나라들이 스팸 덕분에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고 찬양하던 시기에 미군은 "제발 물리니까 스팸만 보내지 말아주세요" 라는 입짧은 투정을 하던 시기.
남들은 어떻게하면 군과 민간인들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까를 고밍하던 중에 미국은 "어떻게하면 콜라랑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던 시기였다.
특히 무더운 태평양전선에서 작전중이던 미 해군과 해병대, 해군항공대는 그 무더위로 인해 이러한 수요가 더더욱 엄청났다.
거기에 더해 일반명령 99호로 인해 해군 함정과 기지에서 음주가 금지되면서 음주에 대한 욕망이 아이스크림으로 넘어간 영향도 있고...
오죽하면 '아이스크림 바지선'이라는 아이스크림 제작함정까지 3대 만들어서 전쟁 내내 끌고다녔을까.
동시에 저지랄을 했는데도 아이스크림 생산량이 딸려서 아이스크림 때문에 여러가지 사건사고들도 많이 일어났다.
예를들어 렉시턴급 항공모함 렉시턴함이 어뢰와 폭격를 맞고 침몰하고 있었는데 냉동고에 아이스크림이 남아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수병들이 냉동고를 부수고 아이스크림을 노획해서 구조를 기다리며 아이스크림을 빨고 있었다는 이야기나,
수병들이 아이스크림 좀 빨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었는데 왠 초급장교 하나가 새치기를 하자 수병들이랑 같이 줄서고 있던 월리엄 홀시 남태평양 전역 사령관이 그 초급장교에게 욕설을 퍼부었던 일화 등등...
배 내에서 자체적으로 아이스크림을 생산할 수 있덨던 대형함정들도 이렇게 아이스크림 못먹어서 아우성인데, 해병대나 항공대는 더더욱 아이스크림 부족에 시달려야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었다.
태평양의 펠렐리우 섬에 주둔중이었던 미 해병대 소속의 VMF-122 전투비행대도 이 "아이스크림 부족" 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짐지어 펠렐리우 섬은 일본군 점령지 코앞에 있었는데다 일본군 비행장과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항상 긴장감이 넘치는 곳이었다.
태평양 한가운데의 무더위와 습기에 언제든 전투가 일어날 수 있다는 무거운 분위기, 더위때문에 신선식품도 부족하고 술도 없고 마실것도 없고 군생활 하기에는 아주 최악의 환경에서 비행대장이었던 헌터 라인버그 사령관은 아주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다.
알다시피, 하늘 위로 올라가면 엄청나게 추워진다. 그리고 그가 지휘하는 곳은 비행대였고. 비행대에는 전투기들이 아주 차고 넘친다.
라인버그 사령관은 항공정비사를 몰래 불러 외부연료탱크를 잘라내고 거기에 와이어를 달아 원래 총알을 담아야할 방수 용기를 달 수 있게 개조를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통에는 코코아 가루와 연유 통조림이 들어갔고.
안타깝게도 일본군을 자극할 수 있기에 그의 비행단에는 일본군 항공대가 쳐들어오지 않는한 비행이 금지되었으나 사령관은 "산소 시스템 테스트" 라는 이상한 이유를 대며 단 한대의 콜세어를 타고 비행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첫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하도 흔들려서 부드럽고 차갑긴 했지만, 결국 얼지는 않았으니까.
작전에 참가한 인원들의 강평이 이어졌고, "비행기 엔진과 너무 가까운 곳에 매달아서 엔진열 때문에 임무가 실패했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령관은 이번에는 "터보슈퍼차저 테스트" 라는 명분은 내세웠고 이번에는 100명분짜리 혼합물 탱크들이 양 날개의 유지관리용 패널 끝에 달렸다.
다시 한번 콜세어가 출격했고... 이번에는 얼긴 했는데 부서지다 못해 아예 파편쪼가리가 되어있었다.
남은 것들은 스테프들이 맛있게 처리했으나 더 나은 결과물이 필요했고, 세번째 비행이 입안되었다.
이번에는 아이스크림 통 안에 회전날개를 달았고, 전투기 엔진의 진동으로 날개가 돌아가는 식으로 통안의 혼합물을 휘젓게 개량했다.
다시 한번 고고도 비행이 이루어졌고, 사령관이 착륙하자 20갤런짜리 코코아 아이스크림이 완성되었다. 비행대 장병들이 얼마나 기뻐했을지는 안봐도 비디오.
근데 왜 싱글벙글 사고촌에 들어가냐고?
뭔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3번이나 쓸때없이 고고도 비행이 이루어지자 상부에서는 조사를 실시, 이 모든 비행이 아이스크림 먹어보려고 했다는 것을 상층부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칼렙 베일리 비행단장이 직접 비행대장을 조지고 겸사겸사 아이스크림 좀 얻어먹으려고 쳐들어갔다고 한다.
배드엔딩
5. 비상착륙
1983년, 영국 해군의 시해리어를 몰고가던 이안 왓슨 중위는 나토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무전 침묵과 레이더 침묵상태를 유지하면서 가상적선이었던 프랑스 항공모함을 수색하는 임무를 맡았던 왓슨 중위는 졸지에 길을 잃어버리고 만다.
한참 헤메다가 연료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우연히 왓슨 중위는 포르투갈의 화물선, 알라이고를 발견하고 화물선 인근에 추락해 구조받을 생각이었지만,
시해리어가 VTOL, 즉 수직이착륙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이용해 그대로 화물선 위에 착륙한다.
알라이고는 전투기를 실은채 스페인의 자치제도인 카나리아의 산타 크루즈 데 테네리페 섬에 4일만에 도착한다.
도착 즉시 언론은 전투기를 실고 온 화물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떠들어대기 시작했으며, 왓슨 중위는 군의 조사위원회에서 엄청난 욕을 먹고 지상근무로 돌려졌다고 한다.
알고보니 해상훈련을 받기 위한 지상훈련조차 채 다 못받았다고.
그렇지만 비행기는 멀쩡해서 사고기 ZA176은 수리를 받고 현역 복기했으며 이후 시해리어들이 모두 퇴역하자 뉴어크 항공박물관에 전시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배드엔딩, 기체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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