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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 맥주의 테이스팅

홈브루실행위원회(121.190) 2024.09.15 16:50:02
조회 25151 추천 47 댓글 85

라거(Lager)는 일반적으로는 그냥 황금빛에 마시기 편한 맥주를 의미하지만


실제로 의미를 따지자면 '라거 효모(S. pastorianus)로 발효된 맥주' 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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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의 역사를 간략히 얘기하자면 라거 자체는 독일어로 '숙성하다' 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과거 수도원에서 지하실이나 동굴에서 숙성시켜 맥주를 만들었기 때문.




그러나 최초에는 라거 효모가 존재하지 않았고, 에일 효모로 발효되었음.


에일 효모는 상대적으로 고온에서 활동하기 떄문에 동굴이나 지하실의 낮은 온도(10도 전후)에서는 잘 활동하지 못했지만


사악한 인간들이 끝없이 조련한 결과 어느 정도 저온에서도 발효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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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던 와중, 남미 쪽의 항해를 다녀온 선원들이 새로운 효모를 우연히 가져오게 되었는데


이 효모가 우연히 이 라거 맥주에 오염되면서 두 효모의 WWE가 펼쳐지게 되고


서로 싸우던 와중 눈이 맞은 것인지 새로운 돌연변이 효모를 탄생하게 된 것이


라거 효모, 사카로마이세스 파스토리아누스의 시초이다.

(가장 강력하게 추측되는 썰)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당시 맥주들은 라거 효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들이 섞인


오늘날에는 '믹스드 컬쳐(Mixed Culture)' 라고 부르는 것에 의해 발효되었고


그 당시 맥주들이 그랬듯 라거 역시 오염된 맥주에 가까웠을거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거는 낮은 발효 온도 때문에 다른 미생물들, 특히 브렛과 젖산균 등이 활동하기 힘들었고


이 덕분에 그 당시에도 에일 맥주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깔끔한 맛을 지녔을 것이라 추측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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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에 주목한 양조장들, 대표적으로 우르켈의 경우 라거 효모를 맥주에 사용하게 되었고


우르켈이 유행하고 나서는 여러 양조장들이 하나 둘 라거 효모를 사용하기 시작했음.


이후 라거 스타일은 폭발적으로 진화하며 오늘날에는 전세계를 호령하는 가장 인기 있는 맥주 스타일이 되었다!






--






라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최근에 발명된 스타일이고


필스너 우르켈을 기반으로 진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에일만큼의 바리에이션은 없음.


특히 대기업들 위주로 스타일이 발전했기 때문에 더욱 더 맛의 풍부함이나 특별함 위주로 발전하기 보다는


깔끔하고 정갈해지는 방향성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연유로 발틱 포터 같은 아웃라이어가 아니라면 라거 맥주끼리의 차이점이 크지는 않음.




특히 최근들어 라거 맥주가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아직 다양한 샘플들을 접하기가 어렵다보니 


어떤 점을 보고 평가해야할까? 혹은 어떤 점들이 차이가 발생할까?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음.




그래서 오늘은 라거 맥주를 마실 때 볼 포인트들을 얘기해보자.


워낙 다양하다보니 캐릭터 하나하나 짚어야할지, 재료 위주로 짚어야할지 싶다가


일반적인 시음 순서대로 설명하는게 가장 직관적일 것 같아서 그렇게 써보겠음.




또한 여기서는 발틱 포터나 콜드 IPA 같은 좀 아웃라이어같은 스타일들은 빼고


'라거다운' 라거 위주로만 얘기를 해보겠음.





1. 외관


라거 맥주를 통해서 황금빛 맥주가 우뚝 선 만큼 일반적으로는 밝은 색상을 띄고 있다.


다만 슈바르츠비어, 체코 다크 라거, 둔켈 같은 경우는 어두운 빛을 띄고 있기도 한데


이런 색상은 기본적으로 몰트의 종류에서 기인하게 된다.




일반적인 라거를 만들 때는 필스너 몰트라고 불리는, 가장 밝은 색의 맥아를 100% 사용하는 식으로


심플하게 레서피를 구성하는데, 이렇게 되면 굉장히 밝은 색상의 맥주가 나오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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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의 경우 필스너 100%만 사용해서 만든 색상인데, 보다싶이 밝은 볏짚에 가까운 색을 띄고 있다.


독일식 필스너나 헬레스, 혹은 여기서 영감을 받은 미국식 필스/헬레스도 대부분 이런 색을 띄고 있음.


다만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필스너(체코), 혹은 올 몰트 라거는 두 번째 사진과 가까운 '황금빛'을 띄고 있는데


체코 필스너의 경우 필스너 몰트에 살짝 캬라멜 몰트라고 하는, 진한 풍미를 더해주는 맥아를 살짝 첨가하기도 하고

(출처 : Modern Lager)


거기에다가 '디콕션 매싱' 이라고 불리는 기법을 통해 마이아르 반응을 일으켜 멜라노이딘 등의 색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




그렇기에 색상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이 맥주의 스타일을 판단 할 수 있는데


밝은 노란빛이라면 아주 Crisp하고 청량한, 라이트 라거나 독일식 필스/헬레스일 가능성이 높고


진한 주황빛이라면 조금 더 몰티하고 무게감이 있는 체코식 필스 / 혹은 거기서 영감을 받은 맥주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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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반적으로는 굉장히 투명한 외관을 띄게 되지면 간혹 이렇게 탁한 경우가 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래프트 브루어리에서 만들면 보통 요런 외관이 나오는 경우가 많음.


대기업에서 주로 시행되는 필터링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인데


그래서 간혹 이런 외관의 맥주들을 '언필터드 라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근본없는 스타일은 아닌게, 독일에서도 켈러 비어, 혹은 즈비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데


이들은 라거링 기간을 조금 짧게 가져가서, 깔끔한 느낌은 덜하지만


그 만큼 효모의 싱싱한? 풍부한 향미들을 느낄 수 있는게 매력적인 스타일이다.




물론 언제나 정답은 아니지만 


필터 장비가 갖춰졌다고 추측되는 큰 규모의 양조장에서 이런 외관을 뽑는다면 의도적으로,


아니라면 약간은 의도하지 않게 나오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좋음.





그러니 우선 여기까지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외관만 보더라도 적어도 이 맥주가 무엇을 의도하였는지가 어느 정도 추측되니


이런 정보들을 체크하고 시음단으로 넘어가자.






2. 향


그 다음은 향미.


라거의 향들은 크게 '홉 + 효모 + 약간의 맥아' 향으로 구성된다.


당연히 검은 라거들의 경우 맥아 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겠지만,


검은 라거들 조차도 풍미가 진한 로스티드 발리나 초콜릿 몰트 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색을 띈 에일류에 비하면 그 몰트의 풍미는 강하지 않음.




그러니 메인이 되는 것은 홉과 효모에서 기인한 향인데,


홉의 향이야 우리가 IPA를 마시며 익히 경험해왔지만


라거 맥주에서 홉의 향은 또 IPA에서 호피하다고 하는 것과는 다르기에


약간의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함.




라거 맥주에 사용되는 홉은 크게 나누자면


사츠를 필두로 한 체코 홉, 아니면 할러타우 지방에서 나는 홉들을 필두로 한 독일산 홉임.


그 외의 홉들도 사용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기에 패스.




체코 홉은 다행히도 우리가 산프몰과 우르켈을 마시며 익히 경험해왔기에


맡자마자 '아 사츠!' 라고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개인적으로 머리 속에서 '유럽 홉 = 허벌 얼씨' 정도로만 저장이 되어 있어서


영국-독일-체코 홉의 차이점을 느껴보는 것이 내가 양조사가 되면서 꼭 이루고 싶었던 부분인데


의외로 써보니까 바로 바로 알 수 있는 직관적인 느낌.


진짜 그냥 우르켈 향이라고 밖에 표현안되는 특유의 진~~~한 풀떼기 느낌이 매력적이다.


최근에 만든 곳간 #3도 사츠를 썼으니 마셔보면 아 요 느낌! 하고 알거임.


다만 진한 허브 느낌이 너무 싱싱~해서 조금 과할 수 있다고도 생각함.





독일 홉은 대표 품종으론 할러타우(Hallertau), 테트낭, 슈팔츠 등이 있는데


할러타우는 정확히는 지역 이름이고, 거기에서 나는 홉의 품종에 따라서


미텔프뤼(Mittelfruh), 트래디션(Tradition), 블랑(Blanc) 등등 갈리게 되는데


보통은 미텔프뤼 품종을 얘기하는 듯 하다.


독일 홉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유럽 홉들 중에서 제일 은은하고 예쁜 느낌이라 해야하나?


눅눅~한 영국 홉들에 비해 훨씬 더 싱그럽고 화사한 향을 띄고 있고


진한 허브 향의 사츠에 비해 훨씬 더 은은하고 퍼지는 느낌의 향으로 다가옴.


최근 들어온 맥주 중에서 에네그렌의 에델 필스가 이 느낌을 잘 가지고 있어서 체크해볼만하고


최근 써스티몽크에서 마신 바이엔 필스도 요 느낌이 낭낭해서 참 좋았음.




간혹 이런 유럽산 홉을 드라이 호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스타일을 주로 이탈리안 필스너라 부르고


유럽 홉, 특히 독일 홉을 드홉하면 엄~청 풀떼기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데


굳이 이탈리안 필스너가 아니더라도 국산 필스너에서 적지 않게 요런 향이 캐치되는데


아무래도 대중성을 위해 쓴맛은 줄이고, 차별성을 위해 향은 늘리고 싶다는


양조 의도에 의해서 그런 레서피가 짜진게 아닌가 추측됨.


여튼여튼 미스터리에서도 이탈리안 필스를 꽤나 자주 하기도 하고


국산 필스들 몇 마셔보면 요런 느낌이 나는데, 클래식한 유럽 필스와 다른 느낌이 단박에 오니까 알기 쉽다고 생각함.




또한 '호피 라거' 같은 이름을 가진 애들은 보통 미국/신대륙 홉을 사용해서 향을 뽑는데


이런 애들은 당연히 라거의 깔끔함에 IPA같은 프루티함을 지니게 된다.


이런 홉 향이야 맥붕이들이면 다들 익숙할 것이니 패스.




홉은 이 정도로 마치고, 그 다음은 효모에서 기인한 향.


보통 라거 맥주를 깔끔하다고 표현하는데, 그건 대기업 라거들이 그렇지


실제로 라거 효모의 퍼포먼스를 표현하자면 깔끔하기보다는, '중립적이다'에 가깝다고 느낌.


그리고 중립적이라는 얘기는, 다양한 향들이 전반적으로 어우러지며 생성된다는 얘기.


진짜 발효 자체가 클린한 미국 에일 효모 등에 비하면 라거 효모는 의외로 캐릭터가 꽤나 있기도 하다.




라거 효모의 경우 다양한 향성분들을 생성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향은 바로 황(Sulfur).


위에서 언급한, 에일 효모가 야스했던 효모인 S. eubayanus가 황을 생성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라거 효모는 일반 에일에 비해 훨씬 풍부한 황을 만들게 된다.




황이라고 하면 또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의미하는 황은 주로 SO2(Sulfur Dioxide), 그리고 H2S(Hydrogen Sulfur) 두 가지를 의미함.


SO2는 텍스트로는 주로 '갓 불 붙인 성냥' 향으로 정의되는데 나는 잘 모르겠고...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화이트 와인, 간혹 쇼비뇽블랑 같은 싱~그러운 향처럼 느껴짐.


H2S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황에 가까운 향으로, 방구 냄새나 계란 냄새, 심하면 계란 썩는 냄새나 유황 냄새로 느껴짐.


엊그제 마제소바 밀키트 사왔다가 냉장고에 넣는거 깜박해서 반나절 밖에 뒀는데


먹으려고 돼지고기 뜯으니 바로 요 냄새가 나서 '아 ㅋㅋ 좆됐네' 싶었음.


물론 향이야 개인차가 있으니 이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참고만 하셈.




라거가 발효하면 진짜 황이 어마어마하게 나와서


에어락쪽에 코를 대면 바로 방구냄새가 구수하게 올라오는게 재미있음.


다만 후자의 향을 선호하는 양조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전자의 경우 선호하는 양조사들이 적지 않고


유난히 미국 놈들이 황y 황y한 라거(예 : 아우구스티너)를 선호하기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독일식 필스/헬레스 등을 마시다보면 이런 SO2가 감지될때가 적지 않다.




또한 DMS라고 불리는 황도 존재하는데 이는 효모에서 기인한건 아니고


몰트에서 기인하게 되는 황인데, 일반적으로는 이취로 취급되지만


밝은 색 맥아에 이 DMS가 굉장히 풍부하기 때문에


간혹 라거 맥주에서 이 DMS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음.


텍스트로는 '구운 양배추' 향으로 표현되는데 솔직히 이런 느낌으론 잘 모르겠고


옥수수 통조림 국물 냄새, 라던가 같이 일하는 동료는 '콩나물 대가리 냄새' 라고 표현하는데


아무튼 이런 좀 야채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듯.


약간의 DMS는 라거에서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부분이 있지만 과하면 좋진 않다.




마지막으로는 3MBT라고 불리는 황인데, 얘는 T로 끝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싸이올의 일종이고


이름이 어렵다보니 보통은 '일광취(Lightstruck)' 라고도 표현함.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햇빛을 만나게 되면 발생하는 향인데


홉 안에 있는 성분이 빛과 반응해서 생기는 향이기 때문에


홉을 쓰지 않는 맥주에서는 날 일이 없고


최근에는 이 변하는 성분을 특수 처리한 특별한 홉들이 나오고 있어서


이런 홉을 사용해서 일광취를 최소화하고 있음.



보통은 스컹크 방구 냄새라고 표현하는데 한국 사람이 이 향을 맡을 일은 거의 없고


오프 테이스팅을 하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향 중 하나인데


왜냐하면 대기업 라거 맥주에서 적지 않게 이 향이 발현이 되기 때문.


나한테는 테라에서 이런 일광취가 가장 자주 느껴지는데


이전에 유리 카보이에 라거를 만드니 딱 테라 냄새가 나서 소름돋았던 기억이 있다.


이 역시 기본적으로는 보관이 최선으로 안 된 것이기에 마실 떄 참고를 하면 좋겠지.






또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는데 홉과 효모, 황 뿐만 아니라 라거에 향을 더하는 성분으로는


디아세틸(Diacetyl)이라고 하는 것도 있다.


이거는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소개를 했으니 해당 글들을 참고.


여튼 달달~한 느낌인데 일반적인 맥주에서는 오프 플레이버지만


체코 사람들은 디아세틸이 맥주에 바디감과 레이어를 더해준다고 생각해서 남기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 때문에 이 맥주가 무엇을 의도했는지 알 수 있는 또 다른 장치가 되어주기도 함.


다만 모든 체코 맥주가 디아세틸을 남기지는 않고(예 : 부드바르)


반대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디아세틸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어서


상황에 따라 판단하면 될듯.






3. 마우스필


그 다음으로는 마우스필.


라거의 경우 통상적으로 청량하고 마시기 편하고


이런 부분들을 통틀어서 Crisp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체코식 라거들은 위에서 언급했듯 디아세틸이 남아있기도 하고


잔당감을 많이 남기는 편이라 조금 더 묵직한 마우스필을 지니고 있기도 함.




다만 무엇이 되었듯, 모든 라거 양조사들은 '드링커블함'을 선호하는데


각기 그 드링커블함에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에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지


일단 어찌되었듯 핵심은 마시기 편해야된다는 것을 생각하며 마시면 좋음.






4. 맛


마지막으로는 맛.


효모에 따라 아주 간혹 산미가 살짝 느껴지는 경우도 존재하긴 하다만


라거에서 주로 느낄 수 있는 맛 자체는 쓴맛과 단맛이 위주가 됨.




쓴맛은 당연하게도 홉에서 기인하게 되는데


쓴것을 넘어, 떫은 경우가 간혹 있을 수 있는데 (차나 레드 와인을 마시듯)


이런 떫은 것은 양조 과정의 문제점에 의해 생기게 되는데

(과한 펌프에 의한 타격, 스파지 용수의 과도한 pH와 온도 등)


이를 알려면 무엇보다도 쓴맛과 떫은 맛을 구별할 줄 알아야하기에


쉽사리 이 맥주는 떫으니 오프가 났다! 라고 표현 할 수는 없긴 함.


또한 홉의 종류에 따라서 쓴 맛이 깔끔한지, 오래 남는지 결정되는데


이는 홉 내부의 코후물론이라고 불리는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보통 비터링으로 쓰는 유럽산 홉들은 정해져있기에 여기서 큰 차이가 나진 않는듯.





단맛은 이제 맥주의 잔당에서, 그리고 몰트의 구성, 디콕션의 유무 등에서 차이가 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라거는 드라이하지만, 발효도가 낮거나 캬라멜 맥아 등을 썼다면 당연히 단맛이 두드러지게 되겠지.


다만 라거의 단맛의 경우 홉의 쓴맛과의 밸런스에서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절대적인 단맛을 캐치하고, 동시에 홉과의 밸런스는 어떻게 이루는지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한듯.


예를 들어 (상태 좋은) 우르켈의 경우 단맛이 상당히 강한 맥주이지만 그 만큼 쓴맛도 강하기에


결국 전체적인 밸런스는 상당히 드링커블한 쪽으로 기울어져있고


몇몇 페일 라거들이나 헬레스 복 등의 경우 단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알코올에서 오는 단맛이나, 맥아에서 오는 고소한 단맛을 쓴맛이 잡아주지 못해서 


오히려 전체적인 밸런스는 달달한 쪽으로 마무리되기도 함.






5.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음용성


결국 어떤 라거를 마시더라도 가장 마지막에 내가 신경쓰는 부분은


'그래서 이 맥주는 얼마나 마시기 편한가?' 라는 부분이라고 생각함.


그리고 이게 동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도 생각함.


왜냐하면 음용성이라는건 너무나도 개인차가 있는 주관적인 기준이기 때문.




쓴걸 못 먹는 사람에게 필스너는 사약같은 음료이지만


IPA에 익숙해진 맥붕이들에게 필스너는 열 잔도 마실 수 있는 맥주지.


반대로 대중들이 너무나도 좋아하는 페일 라거류들은


맥붕이들에게는 달고 구수하게 느껴져서 여러잔 마시면 물리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음용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면 좀 잡식성이 되어야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지만


적어도 라거를 평가할 때는 결국 어찌되었든 또 한 잔을 더 마시고 싶은가? 가 기준이 되는 듯 하다.






6. 요약


쓰다보니 긴 글이 되었는데, 마실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약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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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를 마시는 경우)


외관은 가장 밝은 색이니 크리스피하고 깔끔한 맛일 것이라 추정, 투명한 외관은 큰 규모의 양조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


향에서는 홉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아주 은은한 향만 존재, 필터를 통해 대부분의 향미를 빼낸 깔끔함.


마우스필의 경우 가볍고 탄산감은 굉장히 풍부함.


쓴맛은 거의 없고, 약간의 고소함으로 마무리됨. 




(여기에 우르켈을 비교한다면)


외관부터 조금 더 진한 주황빛을 띈다.


향에서는 진한 허브와 같은 홉의 풍미가 느껴진다, 몰트와 디아세틸에서 기인한 약간의 단내도 느껴진다. 


마우스필은 훨씬 더 묵직하고 탄산은 풍부하지만 카스에 비하면 조금 더 잔잔하다.


쓴맛이 휘몰아치고, 단맛도 훨씬 강하다. 






뭐 이런 식으로 평가 할 수 있겠지.


극단적인 예시지만, 차이가 적은 비슷한 스타일들끼리 비교하더라도 이런 부분들을 본다면


좀 더 쉽게 라거들을 즐길 수 있지 않을꼬.





끝.



출처: 크래프트맥주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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