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러시아인들에게 힘(Сила)이란 무엇인가?(Ft. 브라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7 00:15:02
조회 28957 추천 147 댓글 312

7eeb817eabc236a14e81d2b628f1726b3ee7b86e


타타르의 멍에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1240년, 러시아의 민족영웅 알렉산드르 네프스키(Алекса́ндр Не́вский)는 네바강 전투를 앞두고 부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은 권세 안에 계시지 않는다. 그 분은 오직 진리 안에 계신다.(Не в силе Бог, а в правде)'


중세 러시아의 가치관에서 힘은 지극히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의 말대로 신(힘)은 진리였고, 용기와 지혜, 온유함을 모두 아우르는 미덕으로 여겨졌다. 다만 이때까지는 힘 보다 진리가 먼저였다. 노브고로드의 공작이 했던 이 말은 이후 세월이 흐르며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격언으로서 러시아적 세계관(Русский мир)의 기초를 다졌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국가가 힘을 잃을 때마다 외세의 침략, 내부분열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무너졌다. 그리고 무질서 속에서 속에서 민중들은 고통 받았다. 몽골의 침략, 폴란드의 간섭, 스웨덴과의 전쟁, 나폴레옹, 적백내전과 간섭군, 나치 독일과 히틀러, 더 나아가 페레스트로이카. 이런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러시아인들의 민족적 신념에는 한가지 고정관념이 자리 잡았다.


'힘은 모든 것이다. 힘이 있어야만 질서가 존재한다. 질서가 없는 혼돈은 지옥이다. 그러므로 힘을 유지하는데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 그 것이 설령 우리 자신들이라 할지라도.'







2cafc419b28707f63f8087e258db343a28ecbf41fb2d57025c973a7f


러시아 역사의 혼란기때마다 항상 신출난 지도자들이 등장하여 강력한 권력으로 혼란을 평정하였다. 네프스키가 그리하였고 표트르 대제가 그리하였고 알렉산드르 2세와 스탈린이 그리하였다. 물론 그들 역시 통치를 하다보니 민중들에게 고통을 안겨줬다. 좀 심하게 많이 안겨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오는 잊혀지고 업적만이 남게 됐다.


러시아인들은 10세기에 걸친 고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강력한 지도자가 있다면 우리는 힘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를 잃는다면 우리에게는 다시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고통 받고 굶주리는 것보다는 권력의 밑에서 억압 당하는 것이 안전하다'


네프스키가 말했던대로 러시아인들은 힘을 진리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힘이 진리 앞에 왔다. 사실 진리가 있던 없던 힘이 더 중요했다.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지도자(차르)를 신격화했고 무조건적인 신뢰와 믿음을 보냈다. 간혹 스테판 라진처럼 그 믿음을 의심하고 거스르는 규격외 인물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배신자들은 신속하게 처벌됐다. 러시아인들에게는 권력을 위해 개인의 안위를 신경쓰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다양성의 존중은 무시되고 오로지 전체가 우선시됐다. 무자비한 물리적 힘의 가치가 도덕적 이상보다 앞섰다.


여기에 러시아 특유의 민족성인 '체념'이 더해졌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저 묵묵하게 견뎌내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 군복무(20년)의 문제 등등. 슬라브 문학의 특징인 '죽겠다'처럼 러시아인들은 인생의 고난을 견뎌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물론 정도가 지나치면 러시아 혁명처럼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자신들을 안정시켜줄 새로운 권력을 찾아 숭배했다.



다른 나라라면 진즉에 들고 일어났을 상황에서도 러시아의 구시대적 체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들이 바로 이런 점들 때문이다.







a65614aa1f06b367923425495699766454bad785801ce8ada2d98abc3dff8cebae


물론 장점도 있었다. 러시아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강한 인내력과 단결력을 보여주어 고난을 극복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2차례의 대조국 전쟁이 바로 그 증거였다. 그렇게 극복한 고난은 이후 수백번도 넘게 서사시로 쓰여졌다.


공산주의는 그저 허울 뿐이었고 러시아인들은 자신들을 지켜줄 강력한 힘을 원했다. 마르크스가 서유럽 도시 노동자들을 보며 꿈꿔온 사회주의 락원은 사실 러시아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세상이었다. 베를린을 점령하고 우주에 로켓을 쏘아올리고 아메리칸스키들과 세계를 양분하며 겨룬 소련의 모습은 그들이 그토록 원했던 힘의 실체화였다.


하지만 그런 힘도 결국 100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옐친이라는 머저리는 국가를 양아치들의 경합장으로 만들었다. 이제 그들을 지켜줄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각자 알아서 힘을 가져야만 했다. 힘의 논리는 사회와 직장에서뿐만 아니라 골목길과 놀이터에서도 이어졌다.







a04424ad2c06782ab47e5a67ee91766dc28ff1ecdaacc4cdbf10dbc65ad3de212a2be571c3f45e3f91887f83bc7f73



10년의 혼란기를 끝맺은 것이 바로 푸틴이었다. 수많은 권력자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푸틴 역시 정적들을 물리치고 철권을 휘두르며 정국을 안정 시켰다. 비록 소련시절의 위상까진 못하더라도 러시아 민중들은 푸틴이 가져다준 '안정적인 질서'를 반가워했다.


그가 인권운동가들에게 방사능 홍차를 보내고 으리으리한 궁궐을 위해 부정축재를 하는것 정도는 그러려니 생각했다. 힘을 가진 자는 당연히 그런걸 누릴 자격이 있으니까. 그저 힘이 가져다주는 질서만 있으면 만족했다.


가끔씩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족속들(체첸, 조지아)에게 힘자랑을 하여 찍어 눌러주는 모습은 러시아인들에게 공짜 서커스나 다름 없었다. 뭐 이웃집 누구 아들이 전쟁에서 전사했다고 하지만 잠깐 눈물 좀 흘리고 끝내면 된다. 그들은 힘이 가져다주는 질서를 위해 목숨을 바친 것 뿐이니까.








0fafdf32edd72ae83cf1dca511f11a396076810f5a487fb575


신생 러시아연방의 혼란이 끝날 무렵인 1997년과 2000년, 영화 2편이 개봉했다.


한 청년이 개판 5분전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믿는 신념을 설파하는 로드무비였다. 주인공 다닐라 바그로프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했다.


'힘이란 진실에서 나오는 것이다.(Сила в правде.)'








7ced8776bd816ffe37f287e34387726543d6afdc95832fca6c4e80b76aea24353a5ddfbe6276321e5e825430f24e4233dfcf3c39c20a699c76fc922e4796d4ac3cbfc5b3fdd9cfcb38ee49c1fbffb90aea9129103454c59a569f5d325e41e245a890b2fdc0fa5504941164b7620a441e8e64e15433b6


9d7c60fe550988765189e905c960c48d42986dfa69c116b9e2fba74c2f1e86d2d2f897f752a8c301d7f776


주인공 다닐라가 외친 이 대사는 수백년 전 네프스키의 연설에 대한 오마주 그 자체였다. 영화 속에서 내내 힘의 정의에 의문을 품었던 다닐라의 이 한마디는 러시아인들의 민족정신을 꿰뚫었다.


다닐라는 영화가 개봉한지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대 러시아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정치 정당의 슬로건, 러시아 국방부의 우크라이나 전쟁 홍보포스터에도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분명히 힘(권력)을 가졌다. 하지만 진실(진리)을 손에 넣지는 못했다.


어쩌면 힘을 가진 자가 곧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줄 요약 - 러시아인들에게 힘이란 질서이자 모든 것이라서,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면서까지라도 안정을 얻으려고 함






출처: 군사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147

고정닉 45

7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도 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0/07 - -
공지 실시간베스트 갤러리 이용 안내 [2371/2] 운영자 21.11.18 7942416 472
27225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90년대 아파트 인테리어.jpg
[30]
99대대통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35 2737 13
272248
썸네일
[F갤] 2024 슈퍼포뮬러 6라운드 패독관람 후기
[18]
튜브리스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25 883 18
272246
썸네일
[부갤] 자영업 최대불황, 인간소멸 | 제주 최대 번화가 텅텅 비었다
[116]
마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5 3319 34
272244
썸네일
[누갤] 자신의 영화에 평점 짜게 준 이동진에 대해 말하는 장항준.jpg
[7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5 5979 58
272240
썸네일
[야갤] 이삿날 문 안 열어주던 세입자…5년 만에 충격적인 집 상태
[166]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45 9159 43
272238
썸네일
[싱갤] 임대아파트에 살기 싫었던 여시 대참사
[45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35 16239 137
272236
썸네일
[카연] [전쟁으로 보는 한국사] 임진왜란의 끝(임진왜란8) + 중요한 공지
[72]
브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25 3992 58
272234
썸네일
[유갤] 호암산 백패킹 후기
[49]
댕댕이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5 2838 14
272232
썸네일
[야갤] "머지않아 멸종" 대위기…농담 아닌 진짜
[314]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5 16957 56
27223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미군 군복(스압주의)
[54]
넌좀맞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55 8047 35
272228
썸네일
[야갤] '돈다발→종이' 바뀌었다?…완전 범죄 꿈꾼 범인 정체가
[121]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45 9708 45
272226
썸네일
[단갤] 자작굿즈 만들기
[13]
jcssom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35 3932 38
272224
썸네일
[디갤] 내 사진보면 몇 살 같아?
[118]
네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9991 15
27222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친구 결혼식 뷔페 먹는 파브리
[204]
니지카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5 29183 276
272218
썸네일
[야갤] "국내 최초 타액 키트"…조작 의혹 수사 의뢰
[67]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55 10617 38
272216
썸네일
[건갤] 건갤요리사) 자쿠 - 라이스를 만들어 보자
[44]
Repub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5 5201 76
272214
썸네일
[미갤] 인간이 통풍이라는 병에 시달리게 된 근본적인 이유 (진화론)
[36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5 24062 171
27221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동생 면회가서 기 살려준 승무원 누나
[253]
최강한화이글스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 30123 154
272210
썸네일
[카연] 왜가리는 왜갈왜갈
[222]
드레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 10338 121
272208
썸네일
[파갤] [방문] 잠실나들이 +더덴 후기
[21]
Gultt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5 5906 23
272205
썸네일
[야갤] "무조건 견인" 칼빼든 구청, 킥보드 업체들 그제서야..
[364]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55 18689 188
272202
썸네일
[싱갤] 중독중독 인스타에 중독되면 느끼게 된다는 감정
[391]
ㅇㅇ(121.133) 19:45 29604 110
272199
썸네일
[Q갤] 레고 고민중독 교실 창작
[94]
레몬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35 13124 104
272196
썸네일
[디갤] 3일차 누비 렌즈와서 냅다 사진찍어봣두
[15]
람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25 4803 11
272192
썸네일
[야갤] 세계서 꼽힐만큼 심상찮다, '뜨거워진' 국내 어장 상황.jpg
[30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9:05 23384 51
27219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역대급 친한파였던 노벨상 수상자
[285]
코드치기귀찮아서만든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5 40358 402
272188
썸네일
[야갤] 밥값이 천원도 아니고 '100원'...
[226]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0 17885 48
272186
썸네일
[건갤] 50년 현역 기체 - HG 건담 AGE-1 풀그랜서 리뷰
[66]
Next2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5 7886 34
272184
썸네일
[야갤] 뉴진스 때문에 이순신과 베트남을 조롱한 SBS (총정리)…jpg
[538]
ㅇㅇ(119.207) 18:40 28447 800
27218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노벨상 tmi
[24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5 18701 165
272180
썸네일
[박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을 본 일본의 반응
[40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0 19526 153
272176
썸네일
[야갤]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자력구제 해야 하는 이유.jpg
[424]
감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0 28835 605
272174
썸네일
[야갤] 강호동 학교에서 숨쉰채발견? 등교장면의 진실
[169]
마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5 21579 194
272172
썸네일
[기갤] 인생84) 강미나랑 결혼한 기안84...jpg
[28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0 25865 187
272170
썸네일
[카연] 헬테이커 팬 만화 23화
[44]
쫄깃한해파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5 9243 94
27216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북한군 막사 상 중 하....jpg
[33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0 44347 272
272166
썸네일
[디갤] 천리포 수목원과 가을꽃 박람회 사진들
[32]
콜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5 3252 11
272164
썸네일
[코갤] 실제 역사 속에서 위대한 스나이퍼로 칭송받았던 이들.jpg
[13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0 13666 53
272162
썸네일
[토갤] 뉴스 기사마다 갤럭시폰 설정 메뉴 사라진다 되어있는데...
[322]
모미아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5 16585 134
272160
썸네일
[야갤] "죽을래 나한테?" 육성 경악..'현수막 지연' 폭발한 교수
[173]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0 13471 102
272159
썸네일
[삼갤] 삼성 라이온즈 3,275일 만의 가을야구 승리. gif
[119]
침낭내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6 16821 467
272156
썸네일
[싱갤] 역대 대통령들의 정계 진출 이전 직업
[453]
ㅇㅇ(218.39) 17:30 16736 111
272154
썸네일
[야갤] 위험 줄이고 체력 높이는 아이언맨? 아니 '입는 로봇'.jpg
[17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5 14840 86
272152
썸네일
[디갤] 영종도 인스파이어 가서 애스턴마틴 보고옴
[47]
감자피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0 10489 23
272151
썸네일
[부갤] 호주 커피테러 사건 업데이트
[245]
부갤러(211.181) 17:19 14620 142
272149
썸네일
[이갤] 미국 유럽에서도 한강 신드롬...한국어 원서도 품절..news
[289]
배그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0 11817 51
272147
썸네일
[A갤] 해피일본뉴스 193 (임금 존나 빠르게 올라가네 ㄷㄷ)
[134]
더Inform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0 8178 60
272143
썸네일
[싱갤] [쇼부쇼부] 북한 vs IS의 인질협상.shobu
[164]
6(59.151) 16:40 15517 138
272141
썸네일
[해갤] 손흥민 아빠 손웅정 아동학대 해외언론 뜸 ㅋㅋㅋㅋㅋ
[408]
해갤러(14.53) 16:30 24370 77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