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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노메 반도(고토 나카도리) 방문기앱에서 작성

엉겅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2 11:00:02
조회 8429 추천 13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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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노메 반도(가칭)는 나카도리 섬의 중심지인 아오카타에서 20km 정도 북쪽으로 길게 뻗은 저 쭉지같이 생긴 지역을 뜻한다. 극단적으로 길쭉한 모양이 인상깊은 반도인데, 가장 넓은 곳도 2.5km 밖에 안되고, 반도의 가장 좁은 곳은 400m도 안되는 수준이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옛날부터 우오노메 지역으로 알려져 있었고, 신카미고토초의 합병 전에는 신우오노메초라는 지자체가 있었고, 지금도 관습적으로 우오노메, 기타우오노메라고 부르는 지역이지만, 저 반도 자체에는 이름이 없다. 우오노메 반도라는 명칭은... 그냥 내가 제목 정하느라 쥐어짜낸 이름임...

쓰와자키 곶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기는 한데, 그게 반도 제일 북쪽 끝의 쓰와자키 항구가 있는 그곳만 쓰와자키 곶인지 지역 전체가 쓰와자키 곶인지도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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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카타의 사이히버스 터미널. 여기서 시내버스들이 섬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후쿠에 섬에 비하면 배차가 오히려 많은 편이지만, 폐선된 노선이 많은 후쿠에 섬과 달리 원래부터 섬이 험난해서 버스가 가지 못하는 곳들이 좀 있다. 내가 가려는 쓰와자키 곶도 마찬가지로 버스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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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와자키 곶까지 갈 수가 없으니 차선책으로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볼 생각이다. 우선 A 지점까지는 버스가 가니까 거기서 B 지점까지 걸어갈 지(10km) 그냥 포기할 지 생각할려고...

이때는 아직 일본 여행은 초짜라서 쓰와자키 항에서 히라도 관할의 오지카 섬이나 나카도리 섬의 시가지로 내려오는 택시 겸 어선이 있다는 걸 몰랐을 때임... 사실 갔어도 완전 예약제라서 탈 수 있다는 보장도 못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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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테쿠시라는 항구에 도착. 정류장의 뒷편엔 구글 지도에 찍히지도 않는 오토미야 신사가 있다. 어마어마한 깡촌이라는 걸 단번에 체감하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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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분위기의 바다가 인상깊다. 뭐,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남해안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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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마을을 벗어나서 북쪽으로 올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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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걷다보니 발견한 특이한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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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통조화(キブシ)로 알려진 꽃이다. 특이하게도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서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만 자생하지 않던 꽃이다. 내가 알기로는 굉장히 최근인 2017년에 와서야 완도 인근의 무인도에서 자생하고 있는 걸 발견했을 정도로 우리나라랑은 큰 인연이 없던 꽃으로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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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규칙적인 비주얼이 인상 깊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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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더 따라가면 작은 마을이 또 나타난다. 사람이 살긴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인기척이 없다. 아마 지역소멸이 더 진행되면 이런 곳은 정말로 사람 없는 마을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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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시오가마 신사만이 건물로써의 구색을 겨우 갖추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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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엔 공구리에 토리이 째로 묻혀있는 것과, 해안에 넓고 높게 둘러쳐진 방파제를 봐선 쓰나미 등으로 한번 무너졌거나 해서 조금 높은 곳에 새로 지은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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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게 코제라 교회. 우오노메 반도는 「기타우오노메 문화경관」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문화재의 분류 중 하나인 중요 문화적 경관에 등록되어 있음.

등록된 이유랑 이 사진이 조금 관련이 있는데, 오무라 번에서 인구 조절을 위해 고토 번에 이주시키는 과정에서 대량의 카쿠레키리시탄들이 고토로 흘러들어갔는데, 불교도였던 토착민들의 차별과 협박 때문에 어항에서 멀리 떨어진 척박한 산중에 키리시탄 마을을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함.

이 광경이 어떤 마을에만 국한된게 아니라 이 우오노메 반도 전반에 걸쳐서 생겨나서, 해안가에는 불교도 마을이, 척박한 절벽가나 산중에는 천주교도 마을이 생겨났는데, 종교에 의해 갈라져 있는 그 독특한 풍경의 역사/문화적 가치 때문에 문화경관에 등록된 것이다.

마냥 밝게 말하기엔 토양이 구려서 보리도 못 기르고 고구마만 주구장창 키워가며 살아가고, 학교에선 키리시탄이라며 놀림받고, 어릴 적엔 물고기나 설탕 구경도 힘들었다는 에부쿠로 출신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생각하면 씁쓸하기만 하다.

20세기를 키리시탄으로서 살아간 삶이 어땠는지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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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벗어나 교회까지 올라왔다. 이쪽에도 도로 변을 따라 마을이 있긴 있다. 아마 이쪽이 천주교도들의 마을이었고, 저 아래가 불교도들의 마을이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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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제라 교회. 대단한 건축가가 지은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목제 성당이다. 내부는 당연히 성당다운 구조를 갖추고 있었고, 마을의 어린이들이 만든 공예품들을 무인가판대에 진열해 팔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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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리무리. 이 정도로 울퉁불퉁한 길을 복귀 수단도 불명확한 상태로 편도로만 10km 씩이나 걸어 올라갈 수는 없는 일이다... 다시 다테쿠시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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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로 돌아가기 전에 다테쿠시의 곶으로 들어가보자.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토리이가 어디로 이어지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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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감성있는 코토히라 신사의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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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구경할만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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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도리 섬의 풍경하면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나무 틈새로 보이는 터키석 빛깔의 바다가 떠오른다.

구경도 했으니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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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다 들린 아오사가우라 천주당. 붉은 벽돌로 성당을 짓길 좋아한 요스케 테츠카와의 작품으로, '천주당'이라고 적힌 붉은 바탕의 명판이 인상깊다.

나카도리 섬에선 접근성도 괜찮은 편이라 일단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교회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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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다시 내려온 아오카타. 낙도 여행은 다 좋은데 식사를 해결하기가 진짜 줫나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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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이!」 중화일향이라는 당당한 간판에 요리왕 비룡까지 걸어둔 가게라니! 이걸 어떻게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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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라멘. 낙도의 식당들은 아무래도 퀄리티를 챙기기 쉽지 않아서 기대는 크게 안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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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를 타고 올라온 곳은 마루오. 이 공터 하나 보려고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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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 그렇다, 여기는 내가 어쩌다 보니까 순례하고 있던 성당 건축가 요스케 테츠카와의 집이 있던 곳이다. 아무래도 고토 열도를 중심으로 규슈에서만 활동했던 건축가라서 그렇게 유명하지는 않은게 아쉬울 뿐이다.

요스케 테츠카와는 절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고토에서 아버지의 조수로써 절을 지어주며 살았는데, 나가사키에서 '신자 발견'이 있고 1867년엔 쿠루메의 이마무라라는 곳에서도 키리시탄 공동체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성당 건축 의뢰를 받은 아버지를 도와 성당 건축에 기여한게 이 사람의 직업이 됐다고 함.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우라카미 천주당, 이마무라 천주당, 카시라가시마 성당, 노쿠비 천주당, 타비라 천주당 등등이 있는데, 사실 규슈에 있는 성당 중에 1900년 ~ 1930년에 지어졌는데 서양인이 지은 성당이 아니라면 전부 이 사람이 지은 것들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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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조금 올라가면 보이는 입지 좋은 곳에 자리잡은 마루오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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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새파랗다...

어차피 내부 사진도 못 찍는데 성당을 왜 보러 다님? 할 수도 있는데, 그냥 뭔가 스타일이 다 달라서 보기가 재밌다. 붉은 벽돌 쓰기 좋아한다던 요스케 테츠카와의 성당들만 봐도 죄다 시뻘건데도 전부 모양이 다른게 나름의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만들지 않은 성당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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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잔뜩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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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서 내려보는 마루오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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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 바빠;; 다시 버스를 타고 아오카타로 돌아가자. 아무래도 고토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인 만큼 최대한 많은 걸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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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카타에서 서쪽으로 2km 정도 걸어가면 그림 같은 풍경의 '오소'라는 작은 어촌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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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에 보이는 붉은 건물이 오소 교회다. 진짜 그림 같음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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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하게 지어진 게 인상깊었던 오소 교회. 물론 요스케 테츠카와가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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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를 보여줄 수가 없는게 정말 아쉬웠음. 개인적으론 여기가 여지껏 봐온 성당 중에선 위치도, 외관도, 내부도 제일 예뻤던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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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교회의 샛길로 내려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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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뒷편에 자라고 있는 400년된 졸가시나무를 볼 수 있다. 고토는 물론이고 규슈에선 자생하지 않던 나무인데, 기슈 번에서 고토로 이주 온 어민들이 심었던 나무라고 함. 고토 열도 곳곳에 영물로써 섬겨지는 졸가시나무들은 모두 이 나무의 가지를 삽목해 키워낸 것이라고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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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지명들이 자꾸 나와서 이 날의 일정을 약도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 언젠가는 제일 북쪽까지 가볼 날이 오겠지...

고토 관련 여행기는 이게 끝! 깡촌 번치고는 묘하게 역사가 깊고, 제주도 마냥 본토랑은 생각보다 차이가 있는 문화가 인상깊은 섬이었음. 후쿠에 섬이든 나카도리 섬이든 꼭 가봐라...


출처: 일본여행 - 관동이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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