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갔던 로얄쇼핑센터 바로 앞에는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오늘 그 공영주차장의 황량한 옥상에 올라가볼까 하다가 공영주차장 정문, 그러니까 로얄쇼핑센터 반대편에 있는 폐가 하나를 발견했다.
일식 주점 "신기루"
처음엔 저택인 줄 알았는데 이자카야가 자리해있던 일본식 목조 주택이었다.
(아직 개화하진 않았지만) 새우꽃과 담쟁이덩굴이 가득히 덮인 우측 벽면의 녹음이 인상적이다.
가이즈까향나무 아래 드럼통에 붙어있는 살벌한 전단지.
2024년 현 시점에 와선 대부분 박멸된 소액결제 전단지를 보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한편으론 이런 범죄들이 소탕되어 우리나라 치안이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도 정작 바로 앞에선 짱깨들이 둥지를 틀고 사방에 짜장을 한가득 뿌려대며 분위기를 씹창내고 있다는 걸 떠올리니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이 든다.
왼편에 있는 작은 뒷문.
목재문에 담쟁이, 그리고 저 깊숙한 곳의 어둠이 어우러져 중세시대의 분위기를 풍긴다.
목재문 안에는 역시나 지하로 가는 길이 있었다.
비밀통로 같은 느낌이라 가보고 싶었는데 안쪽 바닥에 빗물이 가득 고여있어 포기했다.
목재문 옆에 붙어있는 메뉴판.
갓본어가 짱꼴라어보다 앞에 써져있다는 점에서 아직 일본인 관광객들이 짱깨들보다 제주도를 많이 찾았던, 최소 십수년 전부터 운영해오던 집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나저나 가격이 정말 씨발이다.
며칠전에 들른 비싼 감성주점에서 파는 대창 가득한 모츠나베 1인분 가격이랑 오뎅탕 1인분 가격이 똑같은 게 말이 되노?
각설하고 정문 쪽으로 진입해봤다.
목조건물이라 바닥이 썩어있어 혹시나 바닥이 부서져 운지하지는 않을까 불안했지만 예상외로 잘 버텨주었다.
정문 옆의 작은 단 위에 가득한 배달 쓰레기들.
정황상 사장/직원들이 먹고 버리고 간 듯.
그 옆쪽엔 주방 내지는 창고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
바닥에 혼자 색이 다른 중간지점을 제외하면 전부 미끄러운 이끼가 깔려있어 굳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마지막 코스인 정문으로 진입해보았다.
문을 훤히 열어놓고 떠난 모습으로 보아 제대로 문단속하고 갈 여유조차 없이 황급히 떠나야 할 사정이 있었던 듯하다.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기대했던 일본식 선술집 분위기보다는 우리나라 민속주점에 가까워 보이는 모습이다.
고풍스러운 목조건물과 대조되게 활기찬 소주광고 눈나를 뒤로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드가자마자 왼쪽으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카운터(였던 것)
카세트 플레이어, 각종 오디오 등 도둑놈들이 탐낼 만한 것들이 보인다.
사진은 플래시 풀로 키고 찍어서 밝아보이는 거긴 하지만, 실제로도 딱 여기까지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덕에 밝아보이는 마지노선이었다.
내부 전경.
군데군데 풀(목조 구조물에 붙어있는 건 조화지만 석재 바닥 틈으로 자라난 건 진짜 풀이다. ㅎㄷㄷ)이 돋아나있는데다 흙먼지 쌓인 석재 바닥까지 분위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져서 정말로 일본 야시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장판 바닥에 방석을 깔고앉는 형식의 정겨운 가게였다.
목재 벽을 가득히 메운 영문모를 글들이 적힌 종이들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생각 하는 순간 사진 좌측의 목재기둥을 활보하는 ^그리마^와 눈마주쳤다.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돌아나왔다.
+원래 목표였던 공영주차장 옥상층에도 올라가봤는데, 단순한 리미널 스페이스로 생각했건만 '폐주차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곳이어서 따로 사진을 첨부한다.
계단을 통해 꼭대기층인 3층까지 올라오니 사방에 4층(옥상) 공사 및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한참 전부터 공사를 시작했어야 하지만, 필요한 건 더럽게 늘어지고 좆도 쓸데없는 헛짓거리만 존나게 잘해대는 제주도 종특에 따라 페이퍼플랜 비스무리하게 된 것 같다.
계단을 통해 옥상 입성!
막혀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방비하게 개방되어 있었다.
널따란 시멘트공터, 그것도 그냥 공터가 아닌 한때는 주차장으로 사용되었던 엄연한 "폐주차장"을 도심 한복판에서 발견하다니 참으로 괄목할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이기노무딱좋노
입구 바로 근처엔 엘리베이터도 있다.
폐 엘리베이터인 듯한 외견과는 달리 1~3층 사이는 멀쩡하게 작동하는 엘리베이터다.
단지 4층까지 도달하지 않을 뿐이다.
옥상에서 보니 일전에 들렀던 로얄쇼핑센터와 어느 정도 대등한 위치에서 아이컨택을 할 수 있었다
언제 봐도 로얄쇼핑센터 본연의 강렬한 세월의 향수는 여전하다.
참 운치가 있어요.
참고로 로얄쇼핑센터 왼쪽에는 외부 재질도, 이름도 비슷한 로얄호텔도 있다.
물론 좆구린 외양에 걸맞게 숙박사이트 리뷰들은 하나같이 비난일색이다.
마음이 쾌청해지는 널따란 시멘트 벌판의 전경.
이때가 오후 4시쯤이라 황혼의 빛이 사방에 스며들고 있어 더욱 아름답다.
직전에 들렀던 폐 일식주점 신기루도 한눈에 보인다.
우흥~ 폐건물 옥상까지 정복 노무좋노
차량 통로도 있기에 어떻게 되어있을까 싶어 가까이 가보았다.
끝부분에 라바콘과 펜스를 배치해 차량의 접근 자체를 차단한 모습이다.
차량 출입구 바로 앞 철제울타리 위에 놓여있는 빗물 고인 음료수컵.
스타벅스에서 여름철 한정 트로피칼 메뉴로 팔 것 같은 비주얼이다.
솔직히 비주얼이 너무 쩔어서 한번 마셔볼까 고민했다.
이후 잠깐 광합성하다 내려왔음 ㅇㅇ
일요일 오후에 폐가다녀와서 낮잠때리고 9시에 일어나서 야식시켜놓고 디시질 딱좋읍니노
조만간 제주 해안가 한바퀴 쫙돌면서 폐가탐험할 생각이다
대형 폐건물 단지들(버자야그룹 타운하우스, 짱깨 헬스케어타운 등) 지도 수제작해서 폐게이들을 위한 포토스팟, 투어스팟, 출입불가지역(폐쇄/벌레/위험지형 등) 등 체크해둔 투어맵 만드는 프로젝트도 생각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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