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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Years] 지난 8년, 그리고 앞으로 8년

카프카프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12 22:50:02
조회 11294 추천 32 댓글 16

루커스 그래햄 7 Years는 내 최애 곡 중 하나라서 오타인 줄 알고 관심이 가서 호다닥 이벤트를 봤다. 수 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내가 한 번쯤 문서화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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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 난 과거 지향적이다. 즉, 과거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이 현재를 만들고, 그 현재가 또 미래의 과거가 되어 새로운 현재로 나아간다 생각한다. 실제로 모든 입자를 정확히 알 수 있고 운동량을 안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불확정성 이론의 창립으로 모든 입자를 편차없이 관측할 수 없기에 불가능하다. 물론, 뉴턴의 고전역학을 '잘' 따르는 큰 입자들은 예측 가능하다. 이를 인문학적, 신학적 해석으로 바꾸자면 인생의 큰 사건들은 과거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자잘한, 가령 내가 오늘 민초를 먹을까 바닐라를 먹을까 따위의 것들, 을 자유의지, 예측할수 없는 영역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자유의지들의 결과로 큰 스노우볼이 굴러갈 수도 있다. 아이스크림 집에서 민초를 먹게되어서 같은 취향을 가진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할 수도 있겠지. 일종의 카오스 이론이라고 봐도 좋겠다. 


아무튼, 내 전공을 정하게 된 계기가 정말 작은 곳에서 굴러갔다. 한 e채널 에피소드에서 한 유럽의 보건정책의 설계자에 대해 얘기했다. 어떤 한 의사가 콜레라로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이렇게 하나 하나 살려서는 답이 없다 느끼고 하수를 정비하고 보건정책으로 한방에 여럿의 효용을 높였다는 얘기였다 (아직도 이 에피소드를 뭐였는지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 참 기이하다). 중학생이었던 내게 이건 큰 쇼크였다. 한방으로 해결해버리다니, 어릴 때부터 게을렀던 내게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리고 한창 내가 자랄 때는 반기문 전 UN총장을 띄워줬었기에 국제적으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수 많은 여정에 오르고 그 여정들에는 카메라와 함께했다. 그 여정에 대해 조금 나누어 보려고 한다. 첨언하자면 이 때 사진들을 골라냈는데 처참한 사진력을 보였다. 


1. 네팔 - 처음 간 제3세계, 그리고 끝없던 노가다


공교롭게도 8년전에 이 여정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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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한번에 쓸려나가버린 '집'을 보며 멘탈이 터진 미국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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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날때마다 그 시골 산골짜기 소년들 영어 가르치기 및 위생관념 가르치기를 했다. 이때 손 씻는 방법을 아직도 있지않았다. 손은 1분씩 비누로 거품을 내서 씻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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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를 30분은 걸어내려가면 하루 한번 버스가 다니던 "읍내". 여기가면 담배를 살 수 있었고 머리를 깎을 수 있었다. 30분 떙볕을 걷다보니 보이자마자 온갖 환희를 보였던 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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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지금 봐도 웃기다. 어느날 한밤중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옆에 판자벽이 버티지 못하고 그냥 물길을 만들어져 해집어놓았다. 대충 걷어내고 계속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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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있었던 집의 기초공사가 마무리 되었던 날. 여기서 처음으로 삽으로는 땅을 파는게 아닌 곡괭이로 땅을 파고 삽으로 흙을 치우는 걸 깨달았다. 시멘트도 열심히 섞었고 돌도 열심히 날랐다. 지금 생각하면 돈 주고 노가다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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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산길을 트레킹 하다 한 컷. 믿기지 않겠지만 이게 그나마 잘 찍은거다.


이때 4개월 동안 개고생을 하며 처음으로 성장을 많이 했다. 심지어 가게된 계기가 초등학교 친구 한명에게 연락했을때 "나 저기 가는데?" 해서 "그래? 나도 갈게" 해서 5분만에 결정났다. 루커스 그래햄 노래에서 나오듯 "Go make yourself some friends, or you'll be lonely"를 배웠다. 사람을 상대하며 처음으로 힘들었다. 내가 일을 안하면 남이 힘들고, 남이 일을 안하면 내가 힘들었다. 의외로 학교에선 이런 제로섬 상황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극한의 상황, 모두가 힘들고 자원이 한정되어있을때 불화가 일어난다. 가령, 힘들다고 똥구덩이를 덜 파면 누군가는 모닝 똥을 못싼다 (웃기지만 실제로 꽤나 많이 일어났다). 아 또 재밌는 건 봉사활동에 나오면 다들 힘들고 같이 고생하기에 커플이 정말 많이 만들어진다. 이때 생긴 모든 커플은 깨졌다. 이때 사귄 친구들은 거의 1년이 지났는데도 가끔 만나 맥주 한잔 하면서 아직도 고생한 얘기를 한다.


이때 봉사활동 했던게 굴러가서 지금 전공하는 분야와 가깝다. 작은 이벤트 였지만 이게 굴러갔다.


2. 대학생활, 그리고 많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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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고백했다 까여서 슬프다 해서 갑작스럽게 "좀 걷자" 를 내가 시전하는 바람에 떠나게된 하이랜드 트레킹. 에스키모들은 화가나면 화가 풀릴때까지 눈밭을 걷다가 다시 그 발자국 대로 되돌아오며 화난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생각한다고 한다. 난 이런 오랜 지혜를 걷어차고 걸어간 만큼 멀리서 다시 다른 방향으로 시작한다. 새로운 재밌는 공간을 찾을 때도 있지만 다시 또 새로운 도전을 한만큼 돌아가야 할때도 많았다. 나의 즉흥성은 피를 본만큼 재밌는 추억도 많이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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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라는 도시에서 강가에 앉아 노을을 바라봤다. 이때 램브란트의 야경이 떠올랐다.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유럽의 다른 꼭지점이라 할만큼 먼데도. 이때 여행에서 돌아오며 서로 안 맞다는걸 느끼며 헤어졌다. 5년전만 해도 이 사진을 보면 조용히 서로는 못 쳐다본채 "헤어질까" 라는 말을 차마 못 뱉은 체 울대에서 메아리 치던 감정이 느껴졌는데, 글쎄 이제는 별 생각이 안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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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연인. 4월이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눈이 왔다. 추워서 애틋했지만 이게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여행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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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서 갑자기 걷는 여행 ver. 2.0. 친구랑 갑자기 라마단기간에 떠났던 모로코여행. 셰프샤우엔이라는 매일 아침마다 파란색 페인트를 칠하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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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에사우이라 라는 식민시대 휴양도시. 가보면 프랑스풍 건물들이 많다. 해변가는 프랑스의 세속주의 영향이 깊어서 그런지 비키니를 입은 무슬림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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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즈라는 염료공장이 있는 도시. 이때쯤엔 정말 정말 힘들었다. 하루종일 단식 하는것도 힘들었고 여행 15일차가 다되어가 친구도 나도 지구 끝까지 지쳐있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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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탱이 맞고 간 사하라 사막 여행. 칠흑같은 밤에 (유일한 남정네들이었던 우리들과 함께 같이 텐트를 썼었다) 갑자기 가이드가 재밌는거 하러 갈래 해서 샌드보딩을 했다. 굴러서 목 부러져 죽을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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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더운 날씨에 익숙한 여친을 위해 떠났던 시칠리아 여행. 지중해의 햇살만큼 따스했고 문화적 잡탕밥이었던 우리들에게 익숙했던, 수많은 인종의 지배자가 거쳐간 시칠리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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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제로 참여시킨 걷는 여행이 지친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떠난 크로아티아 여행. 바다색깔이 만화같았던 것만 빼고는 별게 없었다. 아니 음식이 탁월히 맛이 없었다. (본인은 병장때도 짬밥을 싹싹비울 정도로 비위가 좋다).


 "Go get yourself a wife, or you'll be lonely"에 철저했다. 하지만 인물사진이 단 하나도 남아있지 않는 이유는 와이프를 못 찾았다. 나와 다른 사람과 하나처럼 움직여야 한다는건 잘라내야할 부분이 많았고, 몇번을 잘라내어도 안 맞았기에 다 헤어졌다. 어느정도 였냐고? 이민 1세대였던 한 여자친구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말: "굳이 개 고양이 먹는 나라에서 온 애랑 만나야겠니".


그래도 이런 경험들로 인해 한단계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내가 좋아하고, 어떻게 사랑해야하며, 어떤 불타협 조항들이 내게 있는지 깨달았다. "사랑은 연습/업무이다"라는 에리히 프롬의 말과 같이 맞춰가는 과정이며, 좋아하는 그 짧은 화학적 반응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꽃이 언젠가 질것을 모른채 사는 것이 아니듯이 헤어짐이 있을 거라고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


3. 파리 - 꿈에 한발짝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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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들을 찍기위해 롤라이 코드에 포트라를 물렸었다. 롤코의 역광 플레어는 잔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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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아름다웠던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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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이떨어지지 않아 찍었던 마지막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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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홀로 떠난 사진여행. 이때 생각이라는 걸 좀 하기 시작해 사진이 조금씩 좋아졌다. 


다급함에, 답답함에 지원한 자리였지만 운이 좋게 선발되어 다녀왔다. 나의 꿈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출근을 7시에 하고 8시에 돌아올때가 있었지만 행복했다. 어쩌면 "I only see my goals, I don't believe in failure 'Cause I know the smallest voices, they can make it major" 에 가까웠다. 사실 거짓말이다. 매번 실패할까 두려웠고, 성공 외에 신경써야할 다른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내 작은 목소리가 과연 메이저에 나올수 있을까도 많이 고민했었고, 이 대사를 곱씹었다. 어쩌면 Fake it till you make it 아니면 self-fulfilling prophecy에 기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TMI 1: 원하는 걸 할수 있을 때까지 할수 있는것처럼 연기하는것) (TMI2: 예언을 계속 믿으면서 그걸 실현하고자 하면 예언이 아닌 실제가 되는것)


4. 꿈에서 헤어나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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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는 언젠가 깨어나야 하는 법. 깨어난 현실은 힘들었다. 지난 1년은 예전 연말정산 때 한번 정리했지만 정말 개같이 일했다. 학교에 카메라 들고다니면 눈길이 쏠리지 않지만 눈길이 쏠리는 것 같아 나의 개고생을 체증한 증거는 많지 않다. 너덜너덜해진 나의 멘탈과 반토막난 나의 3대 무게가 대변해주지 않을까. 


8년안에 이루고 싶은 것? 박사를 무사히 졸업하는 것. 그리고 그걸로 꾸던 꿈에 다시 가까워 지는 것. 이를 위해 내가 살아온 모든게 노력으로 치환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지난 8년을 보면 개인적인 성장, 그리고 어떻게든 발버둥 치는 나의 흔적이 보여 그저 웃어 넘긴다. 다시 읽어보니까 두서없는 것 같기도 하다. 두서없이 시작된 몇가지 이벤트가, 굴러와서 언젠가 결혼도 하고 일도 하고싶다. 8년동안 박사를 언제나 생각하고 있었다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봐줘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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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 다이어리들. 개인적으로 가죽 질감을 좋아해서 왼쪽은 이니셜 박힌 다이어리를 선물 받았다. 별내용은 없다. 두번째는 내가 만든 트노. 짧은 시나 산문 같은 오글거리는 것들이 많다. 너는 앞으로도 봉인. 세번째는 군대 있을때 썼던 글들. 반항적이다. 마음에 들지만 뭔가 감정에 허우적 거리며 쓴게 보여 과거의 내가 안타깝다. 맨 오른쪽은 네팔 다녀올때 가져갔다오고 대학생활을 하며 마무리한 다이어리. 가장 개인적인 내용들이 많다. 보내지 못한 연애편지들도 많고 철학적 가치관이 형성되는게 보인다. 






출처: 필름카메라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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