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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3,000km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후기 (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0.05 15:45:02
조회 6958 추천 34 댓글 22


이번에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23일간 총 3,000km 자전거로만 그랜드슬램 달성한 여정에 대한 두 번째 후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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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정리 영상)



6일 차 부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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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도 메롱하고 전조등, 보조 배터리, 안장 가방 등 물품들도 새로 구해야 했기 때문에 부산에서의 이튿날은 라이딩 없이 시내에서만 보내기로 했다.


자전거는 밤을 지낸 찜질방에 허락받고 주차장에 계속 세워둔 채로 몸만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코인빨래방에 들러 빗물과 땀으로 기분 나쁘게 눅눅해진 옷가지들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었다.


숙소에서 손빨래하는 거에 비해 확실히 과학기술의 힘을 빌리는 게 비교도 안 되게 효과적이다.


세탁하는 와중 가방 속 물건들이 계속 젖던 게 비 때문이 아니라 가방으로 유입되는 내 등 땀이라는 가히 충격적인 사실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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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처음 여행 온 것이라서 부산하면 빼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줬다.


맛은 그럭저럭 특별한 건 없었지만 그간 고생한 내 심신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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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시간 동안은 부산 시내에서 대형마트랑 자전거 매장들을 최대한 돌면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며 보냈다.


보조 배터리랑 충전기는 마트에서 쉽게 구했지만, 자전거 용품은 적당한 걸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려니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카드 지갑이 가벼워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프레임 가방은 길이가 맞지 않았는데 야매로 프레임 위쪽으로 어찌저찌 다는 데 성공했다.



다이소에도 들려서 하도 시달렸던 벌레들을 조금이나마 안 달라붙게 할 모기 기피제, 그리고 자전거에 달고 다닐 태극기를 하나 샀다.


태극기는 앞으로 공도를 타게 될 텐데 운전자들이 뒤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면 국뽕 효과로 좀 더 배려해 주지 않을까 하는 고도의 계산으로 구매했다.



자전거를 안 타니까 기막히게 날씨가 좋아 해운대랑 광안리해수욕장까지 관광객 모드로 쓱 돌아주고 내일 다시 달리기 위해 찜질방으로 돌아와 잠에 들었다.



7일 차 부산-진주 (167.6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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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처음으로 정해진 자전거길이 아닌 구간을 이동해야 하는 날이었다.


최대한 위험 요소를 피하고자 사전에 로드뷰로 확인하면서 교통량이 많은 도로보다는 한적한 시골길을 우선시하며 경로를 짰는데,


어쩔 수 없이 국도를 탈 수밖에 없는 구간들이 있어서 긴장하며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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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창녕함안보까지는 부산 올 때 타고 왔던 낙동강 자전거길을 거꾸로 타고 올라가는 경로였다.


지나는 김에 하굿둑 인증센터에 들려 국토종주 인증이나 받고 출발하려 했는데 점심 휴식 시간에 걸려 나도 근처 식당에서 스윙스나 하나 뜯어줬다.


아직도 문이 닫혀 있어서 김해공항 들어가는 비행기들 구경하면서 버팅기다가 결국 첫 금색 스티커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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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함안보까지 가는 길은 이미 한 번 탔던 길이었지만, 암흑 속에서 탔던지라 낮에 보는 풍경이 전부 새로웠다.


물론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뒤지게 더워서 그냥 넋 놓고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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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지금에야 한풀 꺾여서 날이 그리 덥지 않지만, 35도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한낮에 자전거를 타는 건 그 자체만으로 힘이 든다.


그래서 얼마 못 가 같이 먹을 사람 없어 몇 달 묵혀두던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써주고, 또 가다가 그늘에서 동네 고양이랑 노가리 까고, 또 가다가 오지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카페에서 디저트까지 먹어주었다.


사진상으로는 그저 맛있는 거 먹으면서 여유 부리는 걸로만 보이겠지만, 저 당시에는 내 생존을 위해 당 보충을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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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다 서기를 반복하니까 아직 낙동강 자전거길을 벗어나지 못했는데도 어느새 해가 져버리고야 말았다.


아직 계획한 거리의 반도 못 온 상황이라 ㅈ됨을 자각하고 페달을 열심히 밟기 시작했다.



다행인 것은 하루 부산에서 쉬었더니 더 이상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부산 들어설 때까지는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아팠는데 신기하게도 리미트가 해제된 느낌?


여행이 끝날 때까지 다리 아파서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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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깡시골이라서 진주까지 70km 남았을 때 경로상에 편의점이 단 두 곳밖에 없었다.


특히 마지막 편의점을 지나면 47km 동안 보급할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편의점 사장님께 진주까지 간다고 하니까 정말 걱정을 많이 해주셨는데 곧 폐기될 거라고 페레로 로쉐까지 한 통 챙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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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차 상주에서의 야간 라이딩을 생각하고 탔는데 상상 이상으로 외진 길이었다.


여기로 가는 게 맞나 싶은 등산로 삘 나는 길이 계속해서 나왔다.


중간중간 목줄 없이 키우는 개인지 들개인지가 꽤 자주 튀어나왔는데 걷어차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혼자 고민했다.


그래도 끝까지 달려드는 놈은 없어서 고민으로만 남을 수 있었다.



끝없는 어둠, 그리고 기피제를 무시하고 달려드는 모기들을 상대로 사투를 벌이며 결국 새벽 한 시가 돼서야 진주 시내에 있는 찜질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도 어찌저찌 살아남았다.



8일 차 진주-곡성 (141.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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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비를 안 맞아서 그런가 새벽까지 자전거를 탔음에도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매일 장거리를 타니까 체력이 늘고 있는 게 체감이 되었다.


그럼에도 문제가 있는 신체 부위가 몇 군데 있었는데, 계속 가방을 멘 채로 핸들을 잡고 있다 보니 손가락에 힘이 안 들어갔고, 엉덩이에서는 피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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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에 코인빨래방이 있길래 어제 땀으로 걸레짝이 된 옷을 복구해 준 뒤, 오픈런으로 진주냉면 한 그릇 비우고 상쾌하게 출발했다.


연이어 이틀 비가 내리지 않는 듯해 보여 기분 좋게 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또 낙차가 났다.


이번에는 더 심하게 당했다.


언덕 경사를 막 올라오니까 보행자 길로 바뀌기에 차도로 합류하려고 연석 아래로 내려가는 찰나, 턱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아챘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연석의 높이가 50cm나 됐으니 대충 2미터 높이에서 머리부터 아스팔트 바닥에 그대로 충돌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쓰고 있던 선글라스와 핸드폰 거치대가 박살 나 나뒹굴고 있었고, 자전거 앞바퀴도 충격에 휘어 하늘을 향해 있었다.


부산에서 갓 사 온 비싼 전조등은 고정 밴드가 끊어져 핸들 바에 아슬아슬하게 모빌처럼 달랑거렸다.



내 몸 상태를 살필 겨를도 없이 언덕 아래에서 차들이 올라오는 게 보여서 서둘러 자전거를 들고 절벽 같은 연석을 기어 올라갔다.


양 팔뚝이 까지고 다리가 뻐근했지만, 그래도 바로 앞에 편의점과 쉼터가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미련하게도 몸보다 자전거 상태가 더 걱정되어 먼저 살펴봤다.


앞바퀴만 망가진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벽에 대고 힘을 주니까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히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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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가서 상처를 물로 씻고 있는데 거울에 헬멧의 파인 자국이 비쳐 보였다.


아무리 더워도 헬멧은 절대 벗지 않는데, 덕분에 목숨을 한 번 구했다.


헬멧은 신이다.



편의점에서 연고랑 반창고를 사서 생체 파트 자가 수리해 주고 한참 동안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로드뷰로 넘어진 장소를 다시 보니까 높이가 여간 눈에 잘 안 띄는 게 이건 누구라도 또 사고당할 위험이 커 보여서 민원 하나 넣어뒀다.


절대 혼자 화나서 민원 넣은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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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 아래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몸을 격렬히 부딪친 탓에 계획보단 늦어졌지만, 섬진강을 넘어 전라도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배알도수변공원에서 수첩에 도장을 찍으며 섬진강 자전거길을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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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강이 만나는 구간이 꽤 깊게 이어져 있어서 한참 동안 갈매기 똥 피하느라 고생했다.


고요한 강에 구름이 싹 몰려들면서 운치 있는 풍경이 펼쳐지는 게 장관이었는데, 다시 보니 구름 색이 점차 진해지는 게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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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많이는 오지 않아서 우비를 입고 계속 나아갔다.


섬진강 구간에는 찜질방이 없어서 목표 없이 최대한 탄 후에 20시쯤 숙소를 잡기로 했다.


자전거길을 계속 타고 가려 했지만, 무성히 자란 식물로 뒤덮인 탓에 도저히 탈 수 없어서 바로 옆 차도를 따라갔다.


차도, 사람도 아무도 없어서 관리 안 된 자전거 도로보다 오히려 안전했다.



사성암에 도착하고 곡성 한구석에 있는 모텔을 잡았다.


생각보다 비쌌는데 다음 인증센터인 횡탄정 근처라 위치가 나름 괜찮았다.


그렇게 숙소를 찍고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길이 널찍하게 잘 닦여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는 새 국도를 타버린 것이다.


그것도 깜깜한 밤에.


차가 안 다녀서 별문제 없었지만 그래도 쫄려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려고 페달을 마구 밟았다.



국도에서 탈출하니 바로 곡성 읍내라서 편의점에서 먹을 거 사 들고 숙소로 들어갔다.


너무 피곤해서 씻고 휴대폰에 충전기도 못 꽂은 채로 잠들었다.



9일 차 곡성-광주 (91.9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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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계획은 촉수처럼 뻗은 섬진강댐과 담양댐 도장을 광주로 넘어가기 전에 전부 해치우고, 나중에 금강으로 향할 때 서해안 쪽 최단 경로를 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점심이 다 되도록 내리는 폭우에 12시가 넘어서야 겨우 숙소를 떠날 수 있었다.


저녁에 광주에 일 보러 온 친구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섬진강댐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담양댐만 찍고 내려가기로 했다.


섬진강댐을 경로에서 빼니까 원래 계획인 160km에서 70km나 단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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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바로 옆에 있던 횡탄정을 찍고 얼마 안 걸려 향가유원지에 도착해 섬진강 메인 자전거길에 있는 도장은 전부 찍어주었다.


오전에 내린 폭우 탓에 웅덩이도 많이 생기고 공사하는 구간도 많아서 가는 길이 쉽지 않았다.



향가유원지 터널을 지난 직후 내리막길에서 바퀴가 젖은 나뭇잎인가 진흙인가를 밟고 미끄러지며 또 낙차 했는데, 이번에는 몸이 반응해 낙법을 쳐서 전혀 다치지 않았다.


앞구르기 하면서 요란하게 넘어지는 걸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분이 보고 놀라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지금껏 자전거 타면서 사람 마주친 적이 손에 꼽는데 하필 넘어질 때 마주쳐서 좀 쪽팔렸다.


얼른 몸에 묻은 흙만 털고 일어나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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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길 안내도에는 섬진강과 영산강 자전거길을 연결하는 자전거길이 있다고 했는데, 카카오 지도가 국도길을 알려줘서 상당 부분 국도를 타면서 왔다.


담순로에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메타세콰이어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일부러 이 길에 드라이브하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는 듯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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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유명한 담양답게 자전거길에 들어서자마자 대나무로 도배가 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지 못하던 독특한 풍경이라 보는 맛은 있었다.



댓잎 아이스크림도 하나 먹어봤는데 그냥 녹차 맛이랑 똑같다.


너무 더워서 받자마자 녹는 바람에 20초 만에 먹어 치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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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전에 담양대나무숲 인증센터를 찍고 광주에 진입할 수 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야간 라이딩 없이 끝을 냈다.


친구를 만나서 광주에서 유명한 오리탕으로 야무지게 저녁을 해결하고, 어제 개박살 난 휴대폰 거치대도 친구 집으로 주문해서 전달받을 수 있었다.


친구도 광주에 잠시 들린 거라 헤어지고 찜질방에서 다시 한번 값싸게 숙박을 해결했다.



10일 차 광주-목포 (100.4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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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작 100km 거리에 하구로 향하는 약 내리막 평지 길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가는 길 자체는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김없이 온종일 비 소식이 잡혀있는 것이 문제였다.


새벽부터 고막에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려대는 천둥소리에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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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를 나서는데 먹구름이 한가득 낀 게 눈에 보였다.


여유 부리다가는 폭우에 갇혀버릴 것 같아서 서둘러 광주를 빠져나왔다.



밤새 내린 비 때문에 강물도 불어나 있었고, 방류한다고 강가에서 대피하라는 방송도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침수 구간은 없었다.


단지 영산강 자전거길의 매우 거친 도로 상태가 내 엉덩이를 마구 희롱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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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무렵에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는데, 마침 나주곰탕 맛 좀 보려고 나주 시내로 들어온 터라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다.


이후로 비가 그치진 않았지만 약해진 틈을 타서 다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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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자전거길이 워낙 길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곳곳에 정비 공사를 하는 구간이 많았다.


우회한 김에 논밭 구경이나 실컷 하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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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보를 지나고 문제의 느러지 관람전망대에 다다랐다.


인증 부스가 있는 언덕 정상까지 가는 길이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있어서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이 물씬 들었는데, 결국 내려가는 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어제와 달리 허접처럼 낙법을 치지 못해 바닥에 철퍼덕 넘어졌고, 가슴부터 바닥에 부딪힌 탓에 호흡곤란도 오고 꽤 아팠다.


풀브레이크로 조심하면서 내려가는데도 미끄러진 게 많이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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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러지 전망대에서 목포까지 가는 30km 길은 낙동사막 저리 갈 정도로 아무것도 없는 황야였다.


끝없이 펼쳐진 똑같이 생긴 길에서 비 맞으면서 욱신거리는 몸으로 홀로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갑자기 서러워져서 고성방가했다.


놀라서 수풀 속으로 숨어드는 뱀 말고는 들어 줄 이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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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노을이 지는 적당한 시간에 목포에 도착했다.


영산강하굿둑 인증센터를 끝으로 영산강 자전거길도 완주에 성공했다.


식당 알아보기도 너무 지쳐서 그냥 맥도날드에 들어가 창녕갈릭버거나 조져줬다.


아무튼 로컬 푸드다.



내일 제주행 배를 타야 하는데 차마 홀딱 젖은 옷가지를 그대로 입고 탈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코인빨래방을 찾았다.


지폐를 동전으로 교환하려니 지폐가 전부 물에 젖어 교환기에 인식이 안 되는 바람에 결국 다른 손님한테 계좌이체로 돈 보내고 동전을 받았다.



이후 찜질방으로 향했는데, 거울로 보니 몸에 상처가 한가득했다.


샤워하려 물을 끼얹는데 너무 쓰라려서 정신 나가는 줄 알았다.


손목 스냅으로 샤워기 물을 상처를 피해 끌어치기하면서 겨우 씻을 수 있었다.


고생한 만큼 잠은 잘 왔다.



11일 차 목포-서귀포 (79.6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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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망의 제주도 가는 날이 찾아왔다.


사실 원래 계획은 목포에 도착한 어젯밤, 새벽 1시 배편을 타고 바로 넘어가 이틀 만에 돌고 목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필 목포에 도착한 월요일만 새벽 배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아침 8시에 출발하는 첫 배를 타게 되었다.



자전거를 실으려면 차량 선적하는 것처럼 더 일찍 항구에 가야 해서 혹시라도 늦게 일어나서 배를 놓칠까 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너~무 잘 일어나서 새벽 4시에 눈을 떠버려 시간이 될 때까지 근처 피시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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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은 처음 타 보는 거였는데, 안에 빵집이랑 편의점, 노래방 등 웬만한 건 다 있었다.


출항하기도 전에 식당에서 눈꽃돈까스 하나 먹고 바로 객실에 누워 잠들었다.


냉방이 너무 세서 수면의 질이 좋진 못했다.



날씨 때문인지 한 시간 정도 지연이 돼 다섯 시간 걸려 제주도에 도착했다.


내려서는 바로 유인 인증센터가 있는 용두암에서 영산강 완주 인증받으려 했는데, 여기는 제주환상 자전거길 인증만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얼른 한 바퀴 쓱 돌고 다시 오겠다고 출사표를 내고 나왔다.



제주도를 돌 때는 해안을 바로 옆에 두기 위해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것이 국룰이지만, 나는 남동쪽에 있는 찜질방에서 자기 위해 시계 방향으로 경로를 선택했다.


그런데 시계 방향은 아예 길 안내가 없고, 심지어 자전거길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역주행이 강제되는 위험한 구간들이 튀어나왔다.


결국 자전거길은 무시하고 알아서 돌았는데, 이 정도면 홈페이지든 수첩이든 무조건 반시계 방향으로 돌라고 적어둬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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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에 제주도에 몇 년 살아서 풍경들이 익숙했는데, 오랜만에 보니까 확실히 예쁘긴 예뻤다.


앞서 말했듯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을 빼면 경치와 낭만으로 10점 만점에 1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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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입항했기 때문에 오늘은 성산일출봉까지 인증센터 네 곳만 돌고 저녁으로 고기국수를 먹었다.


맛보다도 양이 많아서 만족스러웠다.



식당을 나오니 해가 져서 어두컴컴했는데 사소한 찐빠가 발생했다.


8일 차에 낙차 때문에 전조등 고정 밴드가 끊어져 편의점에서 머리 묶는 고무줄을 사서 임시로 고정해 뒀었다.


그런데 턱을 넘는 충격에 전조등이 위를 향하면서 셀프 눈뽕을 맞았고,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다.


쿠팡에서 싸구려 전조등을 산 게 고장 나서 부산에서 어둠 속에 한 번 넘어지고, 새 전조등을 샀다가 고정 밴드가 끊어져서 이번에는 눈뽕으로 넘어지는 극한의 불운 스노우볼이다.



심지어는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나 했는데 숙소로 마저 가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져서 옷까지 다 젖고 말았다. 


너무 뭣 같아서 찜질방에 도착해서는 식혜 한 잔 flex 했다.



그래도 이날 이후로 넘어지는 일은 없었다.


다른 불운이 찾아왔을 뿐...



12일 차 서귀포-제주 (144.0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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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전역에 24시간 찜질방은 딱 두 곳뿐이다.


하나는 전날 잔 곳,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주공항 옆에 자리 잡고 있다.


공항 옆 찜질방까지 가는 것이 이날의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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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비도 안 오고 햇살도 따스해서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표선해변을 찍고 다음 인증센터인 쇠소깍까지 반 정도 왔는데, 앞바퀴에 펑크가 나버리고 말았다.


혼자 조치해 보려다가 실패해서 자전거 가게를 지도에서 찾아봤는데, 정말 기막히게 자전거 가게가 없는 중앙지점이라 가장 가까운 곳이 12km 떨어져 있었다.


멘탈이 나가서 일단 근처 스타벅스에서 제주 한정 메뉴나 먹으면서 머리를 굴렸는데 저당 메뉴였는지 별 소득은 없었다.



그러다 제주 버스는 트렁크에 자전거를 실어준다는 글을 읽어서 정류장으로 가 실을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이제는 안 실어주는지 거절당했다.


그렇게 자전거로만 완주하기로 한 나와의 약속은 지켜냈다.



자전거를 끌고 12km 걸어갈 생각에 좌절하고 있을 때 옆을 지나던 할아버지께서 동네 오토바이 가게에서 자전거 펑크도 봐준다고 알려주셨다.


정말 생명의 은인이다.


덕분에 12km 걸어갈 뻔한 거 120m만 걸어서 고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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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련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열대 기후 아니랄까 봐 비가 갑자기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별 수 있나, 다시 우비를 걸치고 우중 라이딩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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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구경은 많이 했다.


관광자원은 확실히 제주가 대한민국 1짱이다.


또 제주환상 자전거길은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라 대부분 완만해서 자전거 타기도 편했다.


딱 서귀포 시내 진입하는 구간만 잘 넘기면 된다.



송악산 인증센터를 찍고는 오설록이랑 내륙 풍경을 구경하고 싶어서 조금 지겨워진 해안을 벗어났다.


막상 비 때문에 오설록에는 들리지도 못하고 폭격하는 구름 떼를 피해 도망치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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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쉼터까지 모든 인증센터를 돌고 마지막에 찜질방으로 향하는데 오토바이 사고를 목격했다.


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고 헬멧도 쓰고 있었는데 구르면서 벗겨졌는지 좋지 못하게 끝난 거 같았다.


진술이라도 해야 하나 좀 기다리고 있었는데 목격자가 나 말고도 많아서 빠져나왔다.



이 경험 때문에 여행 마지막까지 사리면서 다녔다.


어차피 고물 MTB라 속도 내고 싶어도 못 내지만.



13일 차 제주-목포 (15.7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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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틀 안에 제주도를 다 못 돌까 봐 목포로 돌아가는 배편을 오후 늦은 시간으로 예약해 뒀었다.


그래서 여유롭게 빨래도 하고, 용두암에서 제주환상 자전거길 완주 인증도 받고, 오메기떡도 사고, 항구로 가려는데 이번엔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하필 배 시간에 딱 맞춰 항구로 가던 참이라 제주 시내에서 수리할 시간도 없어서 펑크 난 채로 끌고 가 배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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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에 도착해도 가게들 문 다 닫을 시간이라 그냥 자전거 끌고 가기로 하고 맥주나 한 캔 깠다.


그렇게 목포에 내려서는 1km 정도 떨어진 자전거 가게 앞까지 자전거를 끌고 가 세워둔 뒤, 버스를 타고 저번에 묵었던 찜질방으로 향했다.


이틀을 연달아 앞, 뒷바퀴가 전부 터지다니.


내 관리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 돌이 화산암이라 날카로워서 그런 거라 탓하면서 잠에 들었다.



14일 차 목포-담양 (136.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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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전거 가게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버스를 타고 찾아갔다.


튜브도 갈고 기름칠도 하고, 무엇보다 망가진 전조등 고정 밴드를 대체할 부품을 챙겨주셨다.


마지막까지 잘 굴러갈 수 있도록 최후의 정비를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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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스럽게도 이날은 비가 오지 않아 무려 6일 만에 물기 없는 몸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미끄러질 걱정 없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호사인지.


담양에서부터 타고 왔던 영산강 자전거길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거라 지루할 뻔도 했지만, 하루 종일 우중충했던 지난번과 달리 맑고 깨끗한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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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더위 때문에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


무안군에서 설치해 둔 얼음물 냉장고도 감사하게 잘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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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질 않으니 평안하게 담양에 예약해 둔 숙소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댓잎 아이스크림만 먹고 지나간 게 아쉬워서 아껴둔 돈으로 죽통밥에 떡갈비까지 풀코스로 먹어줬다.


배고프고 맛도 있어서 반찬이랑 쌈 채소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확실히 지역 대표 음식 찾아 먹는 게 여행의 재미도 늘리고 열심히 자전거를 탄 데에 대한 보람도 증폭시켜 주는 것 같다. 



15일 차 담양-익산 (135.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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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웠던 어제 하루는 달콤한 꿈에 불과했던 것처럼 바로 비 예보가 잡혀 있었다.


장군목과 섬진강댐 인증센터를 건너뛰고 왔기 때문에 이날 섬진강 자전거길을 마무리하고 익산에 사는 또 다른 친구 방에서 하룻밤 신세 지는 것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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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룸서비스 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전에 섬진강에서 영산강으로 넘어올 때 탔던 루트를 거꾸로 타고 갔다.


향가유원지 인증센터에도 다시 들렸다.


인증 수첩의 영산강 페이지에도 향가유원지 도장 찍는 칸이 있는 걸 모르고 섬진강 페이지에만 찍었는데, 비워두니 괜스레 마음이 불편해 영산강 페이지에도 찍으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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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목을 지나 섬진강댐 인증센터까지 섬진강 자전거길을 완주하고 인증받으려 보니까, 섬진강댐 유인 인증센터는 다름 아닌 바로 옆에 있는 카페였다.


아무것도 안 시켜 먹고 사장님께 인증만 받기 좀 머쓱했지만, 메뉴 가격이 꽤 나가서 보급은 강진면 읍내에 들어가서 했다.



임실에서 북쪽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따라 가야 해서 오랜만에 업힐 지옥을 맛봤다.


제주랑 섬진강, 영산강은 대부분 평지였기 때문에 오르막의 무서움을 망각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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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으로 올라가려면 전주를 통과하기 때문에 전주에 멈춰 콩나물국밥과 콩나물 아이스크림(진짜 콩나물 맛이다)으로 체력을 보충해 줬다.


그러고 다시 출발하려니까 빗줄기가 앞을 가릴 정도로 굵어졌다.


만경강을 따라 가야 했는데, 자전거길에 진입하려니까 아저씨 한 분이 통제선을 치고 계셨다.


익산까지 가야 한다고 하니까 서둘러 가라고 보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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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타면서 매일 비를 맞고 다닌 나지만, 지금껏 경험한 것 중 가장 세차게 내렸다.


호우주의보도 아니고 호우경보가 발효될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신발이랑 짐 다 젖을 거 각오하고 자전거길이 잠기기 전에 내달렸다.


그럼에도 빗길이라 감속운행 해야 했기 때문에 계획했던 것보다 꽤 늦어서야 익산 시내에 들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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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과 몸 사이 구석구석 파고든 빗물 때문에 몸이 쳐지고 불결했지만, 친구한테 고기 얻어먹으니까 컨디션이 바로 회복됐다.


돈 아끼면서 다니느라 고기를 한동안 못 뜯었었는데, 한참 만에 먹는 고기는 식도를 따라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친구한테 인증 수첩을 자랑하는데 한강부터 남한강, 새재, 섬진강, 영산강, 제주환상 자전거길까지 다 채워진 페이지들을 보니 얼마 남지 않은 게 새삼 실감 났다.


앞으로 남은 건 금강, 오천, 동해안과 북한강뿐.


포만감에 그동안의 고생을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로 내일을 상상하며 잠에 들었다.



(다음 글에 이어서)



출처: 자전거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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