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지 쪼가리든 메모지든 영수증이든 아니면 사진 뒷면이든, 심지어 휴지여도 상관없다. 그리고 연필 한 자루. 4B든 2H든 목탄이든 색연필이든, 아무거나 상관없다.
자, 이것으로 만화를 그릴 재료가 다 모였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뭔가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전문가용 도구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정말로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렇게 주변에서 손쉽고 값싸게 준비할 수 있는 게 또 있겠는가.
그럼 종이를 펼치도록 하자. 당신이 지금 바라는 것을 거기에 글로 써 보자. 문장 형태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냥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욕구나 불만을 써 보자. 예를 들자면,
-우주 로켓의 파일럿이 되고 싶다.
-쉬고 싶다.
-조디 포스터와 데이트해보고 싶다.
-엄청 짜증나는 선생님을 때려주고 싶다.
-맛있는 비프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월급이 두 배가 될 순 없을까.
-왜 이렇게 내 집을 갖기 힘드냐.
-한신 타이거스가 조금만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희망을 적었다면, 이번에는 그 옆에 그 희망의 어떤 부분이라도 좋으니 그림을 살짝 그려보자.
난 그림을 못 그린다면서 꽁무니를 빼선 안 된다.
그 문장의 어떤 부분이라도 좋다. 그림을 못 그린다 해도 동그라미나 사각형 정도는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 번 그려보도록 하자.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선생님이 말처럼 얼굴이 길면 길~다란 타원형을 그리고, 살이 쪘다면 둥글에 그리자. 그리고 그 그림에 안경을 썼다거나 수염을 길렀다거나 하는 등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을 조금 추가해보자.
자, 이런 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면 '뭐야, 낙서잖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 낙서다. 만화는 낙서에서 시작된다.
만화가 서점에 주욱 진열되어 있는 코믹 주간지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그건 프로의 만화이지 모든 만화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헤노헤노모헤지(일본어를 이용해 사람 얼굴을 그리는 것. 일종의 이모티콘이라고 할 수 있다)'도 만화라면 만화다. 화장실의 낙서 역시 훌륭한 만화다.
낙서는 즐겁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며, 자기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릴 수 있고, 아무리 그림을 못 그린다 해도 안심하고 그릴 수 있다.
이것이 만화의 본질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만화가 지닌 다른 그림과 다른 중요한 특징이다. 지금 그런 낙서를 한 당신은 멋지게 만화 그리기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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