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봄이 성큼 다가왔어
산에는 조금씩 꽃이 피고 나뭇가지마다 소담스레 새순이 돋고
성미 급한 매화는 벌써 꽃봉오리를 터트렸더라.
탐조를 시작하고 계절의 변화를 기민하게 알 수 있는 게 참 좋다.
겨울 탐조 마지막 글이야.

동네에서 만난 새매
키가 무척 큰 나무 위에 웬 통통한 멧비둘기가 앉아있길래
뭐지..하고 올려다봤는데 노란 등색 눈동자가 보임;

넓은 가슴과 긴 꼬리가 인상적이었음
쉬는 타이밍인지 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는데
가만히 있어도 맹금의 눈빛만은 형형하게 살아있더라
내가 사는 동네에 이렇게 다양한 새들이 머무른다는 걸 왜 미처 몰랐을까.

가지 사이로 보이는 맹금 특유의 날카로운 부리끝과 발톱,
주황색 가슴 줄무늬.
아, 맹금을 우연히 만나는 건 정말 설레는 일임

올 겨울 정말 많이 만난 되새
하천가 관목이면 어디에서나 무리를 이루어 있었던 것 같음
그거 알아? 되새는 봄철이 가까워올수록 머리가 점점 검은색으로 바뀐대
얼룩덜룩 섞인 머리깃과 도톰한 부리가 정말 귀여움

1회 겨울깃 암컷.
엷은 오렌지색과 뾰족한 꼬리 끝이 특징이고
필드에서 보면 저 오렌지색과 검정색으로 쨍하게 대비되는 날개덮깃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예쁘게 다가오는 새였음

낙옆과 닮아있는 청도요
몸을 위아래로 연신 들썩이면서 수서 곤충을 잡아먹음

저 길다란 부리와 동그랗게 돌출된 눈이 재밌음

늘 물가에 들어가서 발을 볼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노란 발을 봤음
어쩐지 특정 멜로디를 가진 밈이 뇌리에 들려오는듯한...
'꽁꽁 얼어붙은 봉선사천 위로 청도요가 걸어다닙니다'
ㅋㅋㅋㅋㅋ 뽀짝 둠칫하며 잘 걷더라.
도요 시야각이 360도래. 과연 뒤에서도 보이는 돌출된 눈과
생각보다 아래위로 납작하게 눌린듯한 몸매
크윽...너무 귀여워...

드디어 나도 사진에 담았다!
꺅도요!!!!
정말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습지, 논, 개울가에서 긴 부리를 저으며 먹이를 찾는데
청도요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무척 재미있었음.
필드에서 동정할 때에는
대비(contrast)와 몸의 모양새(structure)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일단, 얘는 청도요와 비교해서 깃색의 대비가 강하고 청도요보다 확연히 왜소함
무엇보다 꺅도요는 트월킹을 안 함!!

꺅
꺅
꺅
아니 어떻게 이름이 꺅임...
심지어 놀라 날아갈 때 소리가 꺅이라서 꺅도요라니....

기부쪽 흑갈색 눈선이 두드러짐
무척 경계심이 많은 종이라 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놀라 날아가는 뒷모습만 아련하게 쳐다봤는데 (어청도의 추억...)
이렇게 먹이활동하는 모습을 멀리서 담을 수 있어서 행복했음

물 마시러 온 딱새 수컷
조갤주
딱구공
조갤 아이돌
필자의 입덕새
거 참 수식어 많구만

사랑하는 겨울 맹금 말똥가리
잘 가!

어린 큰고니와 그 뒤편의 물닭
호수 밑바닥의 풀뿌리나 줄기를 끊어먹는다.
얼굴이 조금 때묻은 듯한 이유가 어린 새라서라고 함
나이들어서 때 탄 줄...?

언제봐도 귀여운 오목눈이

여섯마리 정도가 함께 다니던 밭종다리
뚜렷한 턱선과 흑갈색 줄무늬가 눈에 띄었음
할미새마냥 꼬리를 계속해서 까딱거린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종다리류가 할미새과였고

삼각김밥이냐고 ㅠ
귀여워서 미쳐버림

할미새 정면은 걍... 다 귀여움

흰목물떼새
꼬마물떼새보다 크기가 좀 더 큰 느낌
눈테도 꼬마물떼새보단 얇고 폭이 좁다.
이래봬도 멸위종2급이다.
강과 하천의 모래밭이 드물어진 까닭이라고 하는데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입안이 쓰다

목욕하는 박새

쫄딱 젖어가며 시원하게도 씻음

목욕하는 참새

ㅋㅋㅋㅋ 팔도 없이 날개짓만으로
어찌 그리 온 몸에 물을 잘 끼얹는지

목욕하러 온 것 처럼 날개 몇 번 파닥이던 노랑지빠귀
물만 마시고 갔음.
네가 옹달샘 토끼니?

동네에 출몰한 뜬금없는 미조
시흥에서도 보려다 실패했는데 갑자기..?
개똥지빠귀랑 비슷한 첫인상.
정말 이름처럼 머리와 뒷목이 회색이다.
산수유 열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듯.

등과 날개덮깃은 적갈색을 띄는데
그게 회색 머리와 허리 부분과 무척 잘 어울렸음

고개를 쭈욱 빼서 사주를 경계함
경계심이 많은 성격이라고 하는데
이 개체는 지빠귀류 치곤 꽤나 무던한 성격이었음
덕분에 탐조하는 사람은 신났지만ㅋㅋ
탈 없이 지내야 할텐데.

탐조를 시작한 첫 해를 제외하고는
잘 보지 못했던 아물쇠딱다구리를 올겨울에는 많이 만났음

쇠딱다구리와 비슷한 얼굴
동정하기 위해서 등판만 사진으로 남기다가
얼굴을 가까이에서 관찰한 건 처음이었음

드문 녀석이라고 하는데도 경계심은 거의 없음
초보 탐조인에겐 고마운 존재
녀석의 드러밍이 아직도 기분 좋게 귓가에 스친다
글이 개 길어지는데 가독성 개망한 거 아냐...?
몇 종 안 남긴 했는데 2편으로 나눠 올려야되나
내 목표는 방구석에 조갤 탐조하는 조붕이들이 함께 즐거워지는건데...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 고맙다 화이팅
이번엔 그냥 글 두 개로 안 나누고 한 번에 써 내려갈 예정

쥐콩만한 상모솔새

만화영화에 나오는 영웅같은 포즈ㅋㅋㅋ
무슨 변신 히어로물 삼총사 같았음
너무 귀여워...
저번에 홍여새 무리에 섞여있던 황여새 한 마리가 못내 아쉬웠는데
내 마음을 듣기라도 했는지
백여마리의 황여새 떼가 서울을 찾았다.
뭐지. 나 행복해서 죽으라는 건가

홍여새랑 비슷한 이미지지만
관찰하다보면 날개 바깥쪽의 노란부분과 빨간 바늘깃이 특징
물론 가장 쉬운 동정포인트는 노란 꼬리 끝이겠지만.

향나무 열매를 먹느라 여념이 없었음

향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인간이 끼어든 흔적 없이 그저 새의 한 호흡을 담은 것 같아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
새들이 가장 그들답게 편안한 때를 담고 싶다
물론 나는 아직 갈 길이 멀었슴
그러니 제발 또 와줘ㅋㅋㅋㅋㅋ

사랑스럽게 반짝이는 동그란 눈망울과
부드럽게 흐트러진 새하얀 가슴털과
윤기있게 빛나는 까만 부리가
탐조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윤기있게했음

어두운 덤불속에서 짓- 짓! 소리를 내며
솔새류인 척 하는 녀석.
섬휘파람새
개방된 곳에 나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만큼 겁이 많음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소리가 나는 곳을 째려보다보면
만날 수 있는 새

휘파람새보다 체구가 작고 녹갈빛을 띈다
내가 필드에서 본 휘파람새는 생각보다 갈색을 강하게 띄었던 것에 비해
확실히 섬휘는 올리브색이 좀 섞였다고 해야하나.
휘파람새과 답게 아주 영롱한 노래를 할 수 있으나
아직은 번식기가 아닌지 짓, 짓 소리만 들려줬음

그물에 걸린 거 아니고
그물을 침대로 쓰는 법을 깨달아버린 현자 때까치

봄이 왔음을 알리는데 여념이 없는 갤주여친

누가 바위에다가 털공 버렸어!

탐조하며 언젠가 꼭 한 번은 보고싶었던 새중에 하나였던
파란딱새를 올 겨울에 만났음
눈이 시리도록 파란 빛깔과
솔딱새 특유의 까맣고 동그랗게 반짝이는 눈
레이스같이 섬세한 무늬를 그리는 아래꼬리덮깃
까만 고글을 낀 것 같은 강렬한 대비의 눈테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때의 벅참이 진하게 남아 갈무리가 힘드네
물총새의 빛깔보다 더욱 시리게 파란,
붉은 열매와 대조되어 더욱 빛나는 맑은 청록빛깔이었음

지금 사진 50장 이상 못 올려서 마지막 두 장을 골라야하는데
뭘 골라야할 지 너무 막막할 정도로
나같은 똥손이 찍어도 황홀하게 담기는 모습이 최고임 ㅠㅠ
너는 알까
뭇 탐조인들이 너를 보며
일상의 지친 마음과 쌓였던 피로를 씻어내린다는 걸.
함께 탐조하던 사람들의 탄성과 기쁨어린 탄식도 함께 기억남

내가 살다살다 파랑딱새 엉덩이골도 보고 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하 너무 귀여웠다 최고였다
나는 이 기억으로 또 여러 날을 버티며 살아가겠지
꼬리깃 하나가 빠져있던데 무사히 자라나 다시 먼 길을 떠날때까지
잘 먹고 잘 쉬다 가길 바랐음
여러모로 특별하고 고대했던 만남이 가득했던 이번 겨울이었기에
깊은 감사를 가지고 겨울의 끝자락을 놓았다.
후련했음.
겨우내 만났던 모든 새들의 안녕을 빌고
만나게 될 봄에게 달려가며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읽어준 모두에게 조복이 가득하기를
덧. 세 시간 존버해서 검은멧새도 봤는데 찍은 결과물이 심령사진임;
덧2. 새 보겠다고 제주도 당일치기 계획 말씀드리니 어머니가 기겁을 하심
덧3. 진짜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새만 찍느라 바다 사진 한 장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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