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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나폴리, 3/11 토리노 다녀온 조갤러의 여행일기 -중-앱에서 작성

조갤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03.16 10:45:02
조회 3296 추천 102 댓글 19



안녕 갤러들아 마지막 공연 다녀왔어.
어제 점심때 피렌체 도착해서 체크인 하자마자부터 24시간동안 기침 콧물 대비품이랑 커피, 빵 사러 딱 한번 외출하고 와서 아쉽기도 하고 마지막 밤이라 언덕 위 야경 멋있는 곳에서 저녁 먹어야지 하고 지도에 찜해뒀었는데
공연 끝나고 나니 마음이 헛헛하고 입맛도 없어서 갤주 생각하면서 후기나 쓰려고 그냥 방으로 돌아왔어. 방금까지 갤주 보고 왔는데 또 보고 싶다.

그래도 푹 쉬고 대비 엄청 하고 갔더니 공연중에 기침 안해서 뿌듯해. 감기증상이 너무 심해서 민폐일까봐 가지말까도 잠깐 고민했거든.

근데 약이랑 비타민C, 캔디3종, 가글, 코세척 스프레이 등등 할 수 있는거 다 샀더니 15만원 나온거 실화니?ㅋㅋㅋㅋㅋㅋ
이틀간 비타민C도 30g은 먹은 것 같아. 위장 빵꾸났을지도…


그래도 3일간 요양하느라 토리노랑 피렌체에서 관광 못한 것 별로 아쉽지는 않네.
도시는 지금껏 몇백년간 그랬듯이 여기서 기다려주겠지만 지나간 갤주와 갤주공연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갤주공연이 주목적이니까 제 시간에 입장만 하면 성공인거지ㅎㅎ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는데 갤주공연은 아직 안놓친게 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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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에서 갤러들이 행복해보인다는 댓글을 많이 달아줬는데 중편 나폴리와 토리노는 약간 절망편이야ㅋㅋㅋ
나폴리 공연까지는 천국이었는데^_ㅜ

일단 좋았던 나폴리 공연날 얘기를 써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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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이 너무 안좋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교통이 너무 어지러워서 길 건너기 힘든 것 외엔 너무 늦지 않은 시간에 대충 추레하게 입고 빠른 걸음으로 사람들 많은 거리로 지나다니니 괜찮았어.
옛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앤틱해서 예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청킹맨션인줄…

고고학에도 관심있는데 나폴리까지 와서 폼페이를 안갈수는 없지ㅎㅎ 나폴리 국립 고고학 박물관도 공연날은 휴무일이라 전날 고민하다가 폐장 한시간 반 전에 들어갔는데도 거의 다 둘러볼 수 있었고 재밌었어.
지구 들고있는 아틀라스 석상보는데 짐에 깔릴 것 같은 보부상 고라니갤러 거울 보는 줄…

박물관 근처 구글평점 보고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문어구이랑 애호박 파스타도 맛있었고 이탈리아 남부 예쁜 도시들이 많으니 나중에 여유있게 한번 돌아보고 싶더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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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날 아침에 폼페이 투어도 다녀왔어. 날씨도 좋고 사진 잘 나오길래 배경만도 따로 찍었는데 다시 보니까 베수비오 화산이 아니라 그냥 제주 오름에 유채꽃밭 같네ㅋㅋㅋㅋㅋㅋ

날씨도 따뜻하고 바닷가라 건조하지도 않고 햇살도 따사로워서 반팔 잘 입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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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갔다가 숙소 들어가면서 찍은 공연장과 갤주 공연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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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카를로 극장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었어.

핀조명이 갤주 머리 뒤로 쏟아졌는데 주위 어둠과 대비돼서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헤일로처럼 성스러워 보이는 효과도 났던 듯


슈만 인터메조 쿵쾅거리는 심장소리에 꾹꾹 눌러쓴 고백편지 느낌…
음색이나 연주느낌이 바르셀로나에서 들은 브람스 소나타처럼 절절한 느낌이었어.
갤주 등뒤로 배경그림이 있어서 카탈루냐 음악당 부조와 어우러졌던 갤주모습이랑 그때의 절절했던 연주도 같이 생각나더라.

왜 다른거 기억이 많이 안나냐면…
하루 뒤인 토리노 후기에 이유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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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나폴리 아저씨들에게 인기가 많은 갤주…
두시간 내내 연주하고 나왔는데 볼 좀 상기된 것 말곤 왤케 뽀송한건지 비법 공유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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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에서 토리노 이동날 정말 다사다난 했어.

나폴리 숙소에서 기차역 가는데 우버기사 돌아서 늦게 오고 내릴 때 트렁크 열자마자 26키로 무게 캐리어 바닥에 자유낙하하고 이후에 잘 안끌리는데 정신없어서 토리노 호텔 와서 보니까 산지 반년도 안된 캐리어가 한 귀퉁이가 부서졌어.

작년 쾰른 갈때는 입국심사가 길어져서 도이치반에 기부했는데
며칠전 에센에서 암스테르담 가는 기차놓쳐서 도이치반에 또 기부하고ㅋㅋㅋㅋ
나폴리에서 토리노 오는 기차도 놓쳐서 다음 기차타면 공연직전 도착이라 기차표 버리고 공항가서 로마 환승하고 겨우 토리노 왔어.
이렇게 이탈리아 철도회사에도 또 기부했네ㅜㅋㅋㅋㅋㅋ

매번 길바닥에 돈을 뿌리고 다니는 것 같아서 현타는 오는데 그래도 제 시간에 올 수 있는 방법이 있는게 어딘지…
부지런하지 않으니 이걸 돈으로 메꾸려면 또 돌아가서 소처럼 일해야지ㅋㅋ


인생사 새옹지마라는데 그간 너무 좋은 일이 많았던건가 얼마나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ㅋㅋㅋㅋ
액땜으로 치고는 있는데 어째 요즘 거의 매달 액땜하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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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커피 맛은 있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기가 힘들어서… 
한국인은 아침에 아아로 뇌를 한대 때려줘야 정신이 차려지는데 말야.
호텔에선 얼음 달라해서 타먹고 스타벅스 없는 공항에선 찬물사서 이탈리아인들 안보는데서 테이크아웃한 에스프레소 부어서 먹고 했네.
저날은 조식이 영 시원치 않아서 스벅가서 샌드위치 먹고 아아 사들고 경찰들 옆 지나가는데 살짝 눈치보이고 떨렸음…
이탈리아인들한텐 약간 8번째 죄악 취급 받을 것 같아서… 나중에 또 갤주여행 오려면 범죄기록 남으면 안되잖아.

이동중에 개나리랑 복숭아꽃인지 벚꽃인지도 거의 2년 만에 본 것 같아서 찍어봤어. 작년엔 못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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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손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는데 그간 얼굴 잘 보이는 좌석이었어서 소리는 좋아도 음악에 집중하기 좀 힘들었거든.
손 안보이는 자리면 더욱 더 얼굴 보느라 집중력이 좀 떨어짐…
정신 놓고 있으면 음악감상 하는게 아니라 갤주얼굴 감상에 연주는 bgm으로 깔릴 때가 있어서 속으로 정신차리라고 찬물세수 해야함...
(나폴리에서 너무 얼빠석에 앉았어서 사실 음악 듣기는 열심히 들었는데 기억이 안나. “응? 뭐라고? 잘생겨서 못들었어.”)
 

그리고 갤주 요즘 등 운동 좀 하는 것 같았어. 착시인가? 웅크린 자세로 칠 때 실루엣이 좀 다른 것 같았음.
또 보면서 감탄한게 저렇게 부드럽게 또는 힘있게 속주하면서도 손가락이 정확한 위치에 안착하는데 뭉개지는 음도 튀는 음도 없이 연주하는게 새삼 너무 신기했어.
암보도 암보지만 복잡해보이는 구간에서 건반을 안보고 칠 때도 많아서 더 신기함… 그만큼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겠지?
갤주는 평소에도 헛손질 안할 것 같고 나는 한음만 저 속도 반으로 치라 해도 못할듯ㅋㅋㅋㅋ



파르티타에서 손길이 분명 건반에 닿을 땐 깃털 같이 내려 앉았는데 반 이상 눌렸을 땐 구슬같은 소리가 나면서 음악이 시냇물처럼 흐르더라. 모든 음을 그렇게 처리한단게 그 조절력에 새삼 소름돋았어.



쇤베르크는 중간에 재잘거리며 떠들썩하게 수다떨거나 말싸움하는 것 같은 부분도 느껴졌고 어떤 부분에선 스산한 숲속을 걷는 것 같기도 했어.

예습 때부터 사실 이해하기를 반쯤 포기(??)하고, 모르겠다, 가면 갤주가 알아서 잘 요리해주겠지 하고 와서 악장이름들이 춤곡이름이란 것도 나폴리 프로그램북 내용을 뒤늦게 보고야 알았어.

아…,쇤베르크가 쉬는 시간이 아니었구나… 현대무용 같은거였구나… 나는 춤 못출 박자라(?) 몰랐지…
두시간 내내 무도회가 맞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고정앵콜 녹턴이 2시간 무도회 후 밤공기에 땀 식히며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 같았어.




슈만부터 왈츠들까지 나폴리에선 비교적 건반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면 토리노에서는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았어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랬나 객석이 내 주변만 해도 앞뒤좌우로 엄청 어수선했는데 1월에 로마에서 저거 다 합친 것보다 더 심한 관크에 이미 면역 단련돼서 그런가 전보다 화도 덜 나고 그냥 이탈리아 사람들 특징 같고 그 와중에도 집중해서 연주하는 갤주가 넘 멋있더라.


그 소음들을 다 덮으려는 듯 스스로를 불사르며 타오르는 갤주연주 덕분에 나도 한눈 팔려다가도 갤주가 넘겨주는 감정의 파도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고개를 뗄 수가 없고 집중할 수 있었어.


왜 갤주 공연 다녀오면 몸살나는지 생각해봤는데 거의 두시간 가까이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느라 감각을 다 열고 머리로도 계속 생각하고 감정도 흔들려서인 것 같아.
감각과 감정과 생각이 홍수처럼 밀려와서 몸에 과부하가 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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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조명때문인지 연주 후 상기된 뺨 때문인지 촉촉하게 반짝이는 눈 때문인지 사진들이 울먹울먹해보이게 나왔네…
하루 사이에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영상에서는 또 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딴 얘긴데 갤주 테토남 짤보고 첨엔 갤주한테 그런 요즘 용어(?) 붙이는게 이질적이어서 웃었는데 보면 볼수록 테토남 그 자체야.

에겐남 특 : 연연함인데 힘든 환경과 어깨에 얹힌 책임감에도 흔들리지 않으면서 마음의 중심을 잡고 잘 걸어가는 멋진 갤주.

물론 테토남이든 아니든 나는 다른 이유를 붙여서 또 갤주를 좋아하겠지만.

한국에서 공연 다녔을 때도 느꼈는데 홀 어쿠스틱이 좀 안좋았던 곳이나 사정상 미뤄진 공연 등 관객들이 아쉬울 수 있는 날에는 더 열정적으로 연주해서 그런 마음이 안들게 해주는 그 애써주는 마음이 너무 예쁜 것 같아. 어떻게든 만족시키겠다는 책임감이.

말수는 적지만 언제나 행동으로 묵직한 진심을 표현해주는 다정함도 멋지다.
살면서 갤주 외에 갤주같은 사람은 본 적 없으니 더욱 더 출구가 없어서 거의 일년간 조금 무리했네ㅋㅋ (지갑 : 살려줘…) 하편까지 쓰고 나면 일년 간단히 돌아보는 글도 한 번 써보려고ㅎㅎ
하편은 아마 여행 마무리하고 쓰지 않을까 싶네.
피렌체에서의 갤주는 또 달랐어서…



이번이 4번째 연준데 갤주 점점 더 날아다니는 것 같아.
일부러 예습 최대한 다른 피아니스트들 버전으로 했는데 갤주 버전 귀에 바를수록 좋다. 들을수록 공연간 비교도 되고 더 더 좋은데 마지막 한번 남았단 사실이 아쉽고 티켓팅 성공해서 한국공연 가는 갤러들 벌써 부럽고ㅎㅎ
한국에서는 얼마나 더 정련된 좋은 연주 들려줄지 기대돼.

- dc official App


출처: 조성진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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