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이나 전기쪽으로 가서 숙노하면서 기술배우러 갈
준비중에 9년간의 노가다 인생 생각나서 적어본다
1.철근
26살 파릇한 나이에 장사말아먹+도박빚해서 2억이 넘는빚을지고 아는분소개로 일배우러 세종시에 갔다
니기럴거 트렁크한개에 생활복2벌 작업복2벌 파카1개
챙겨서 11월에 도착한 세종시는 추웠다
KTX호남선 구간작업이었고, 숙소는 현장에 있었다.
둘씩쓰는 아재들이 많았으나, 혼자온 어린이라고
독방을 받아서 썼다.
첫 작업날
아재들과 줌마들의 환영인사를 받고 작업에 들어갔고
주로 하는일은 작업자들의 자재가 떨어지지않게
자재를 적재적소에 분배운반 하는일
꼴에 센스있게한답시고 벽체작업하는데 미리 걸쳐놨다가
무게땜시 수평잡은거 자빠져서 혼날뻔했다
이래저래 하다가 철근위를 걷는법도 숙달됐고,
다음 파트는 가공장 투입
터널작업과 기초바닥구간에쓰는 C형으로 철근을
구부리는작업과 L형으로 구부리는 작업장이었다
32mm철근
지름이 3.2센치인 이 철근은 그중에서도 H강도라는
고강도 철근이어서 정해진 틀을짜놓고 구부리려면
양쪽에 비계파이프를 꽂고 남자3명이서 뱃심으로
전력질주를해야 했다.
양쪽해서6명이 투입됐는데, 지루한반복작업이었지만
나름 잡담도해가면서 그쪽 공정도 마스터 완료
그리고는 전국을 돌았는데, 주로 터널과 교량, 도로등의
작업을하면서 5년간 일을했다. 빚도 많이갚았고...
일하기전보다는 상체근육이 조낸 튼튼해지긴했는데
허리와 무릎은 분명히 느껴질정도로 데미지를 입었다.
철근은 간단하다.
도면대로 철근자재를 배치하고
철근이 교차되는지점을 묶기만 하면된다
2. 형틀목수
목수는 크게 2가지다
외장목수와 내장목수
내장은 인테리어, 외장은 건물의 골격을만드는 목수다
나는 외장을 했다.
철근을 오래해서 고소작업에도 겁이없어졌고, 대충 일의
순서를 알고있었기때문에, 적응은 어렵지않았고 일도 나름 재밌었으나, 더 재밌는 바라시를 경험해서 목수는
짧게 끝
목수도 별거없다. 먹선대로 정해진 자재를 갖다놓으면 끝
하지만, 철근보다는 배울게 많다. 다룰 공구도 많고..
3. 바라시
바라시라는 단어는 뭔가를 원상복구시킨다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다
현장에서는 보통 콘크리트거푸집으로 사용되는
유로폼(네모난 노란색의 강철프레임으로 된 틀)을
해체하는일이다.
해체는 조립의 역순이다. 현장마다
작업한 목수들 스타일에따라 생김새는 다르지만
한 눈에 보면 뭐부터뜯고 뭐부터 작업해야 내가 편할지
보인다.
그러면 내 구역을 배정받고 장비를 착용하고 들어간다.
보통은 바라시는 야리끼리라고 해서 정해진 구역을
신속 정확 안전하게 작업하고 끝내는경우가 많지만
대부분은 신속하게만 한다. 그만큼 다칠위험이 적지않다.
기본적으로 고소작업이 있고, 협소한 공간에서
힘을쓰는 작업이 많이되기때문에 꽤나 몸은 고생하지만
일하는 맛이랄까? 작업이 진행되면 눈에띄게 내가 한
성과가 보이기때문에 재미도 있다.
해체 구간은 거의 각자의 구간만 독립적으로 해야
안전하므로, 신나게 노래를틀고 탭댄스를 추면서해도
아무도 뭐라안한다
개떡같이 작업하는곳은 냅다 뜯어서 땅에 막 집어던지지만
나는 그래도 배울때 잘배운편이라 가지런히 세워두면서
작업한다. 그게 밟을게 많아서 나도 안전하니까.
이것도 나름재밌었는데 팀장쉐끼가 부팀장아재랑 싸워서
개판나는바람에 그만뒀다. 그래도
간간이 다른데서 일들어오면 했다
4. 정리
인력소 노가다의 대다수 작업을 차지하는 정리
현장마다 해달라는 요구사항에 맞춰서
그날나간 인력동무들과 자재를 골라내고
예쁘게 정리를 하는일이다.
일은 간단하지만, 단순반복작업이라 재미는
별로없다. 기술도 필요없기에 2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은 연식을 아우르는 공종이다.
5. 인양(양중)
말그대로 뭔가를 올리거나 내려서 자재의 위치를
이동시키는것을 뜻한다.
장비의 투입이 힘든경우에 주로 쓰는 방법이다.
정리하는 사람들중에 힘좀 쓴다싶으면 하는 일이며
바라시처럼 힘을 많이쓰기에 정해진 물량을 조지면
퇴근하는경우가 많다.
돈욕심에 능력도안되는 사람이 한명 섞여들어오면
그날은 분위기 곱창나는거다
6. 하스리
정확한명칭은 할석이라하는지 잘모르겠으나
보통의 경우 콘크리트를 깨는걸 뜻한다.
실컷만든 콘크리트를 뭐하러 깨냐면,
의외로 다만들어놓고나서, 병신같이 아! 실수했네
하는경우가 현장에는 꽤나있다.
그런부분을 해머드릴로 깨는거다.
쉬워보이지만, 분진도 날리고 보기보다 몸에 무리가
많이가므로 전문적으로 이걸 하는사람들이 몇명씩 있다.
7. 못뽑이
주로 할머니들이 많이하신다
길이별로 분류해둔 목재를 재활용하려면 박힌못을
뽑아야하는데 단가가 싸기때문에 할머니들을 많이
시키는편이고, 출근율도 좋기때문이다.
사정이 좋은곳은 컴프레셔를 이용한 못제거 에어건으로
작업을하는데 원리가 궁금해서 손바닥에 쏴봤다가
뒈질뻔했다. 보통은 망치와 노루발못뽑이(빠루)로 한다
적다보니 참 이일저일 많이했다
어떨땐 왜 이 고생을 하나싶다가도
이 일이 있어서 내가 인생을 포기하지않고
재기를 꿈꿨구나 싶다
이제는 지붕덮어진 곳에서 기술다운 기술배워서
안정적으로 일해보려고 노갤와서 이것저것 알아보고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최우선으로는 내가 재미를 느껴야되고
기왕이면 만족스러운 수입과, 미래를 설계할수있는일을
선택하겠지만, 아마도 일을 손에서 놓을때까진 뭐가됐든
쇳가루 묻히면서 살 것같다.
노갤러들아 다음주면 드디어 봄이 온단다
겨울고생했으니 봄부터는 바짝벌어서 한여름 한겨울
1달씩 여행도 여유롭게 다녀와도 , 자기를 환영해줄
곳이 있는 그런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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