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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과 입시를 앞두고 있는 당신들에게.

1895(121.157) 2022.10.07 08:00:02
조회 10292 추천 61 댓글 231

나는 영화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가 알만한 영화과를 졸업했고,

유의미한 국내외 영화제들에서의 수상 경력이 있으며,

꽤 큰 영화과 영화과 입시 학원에서 몇 년간의 강사 생활을 유지했고,

현재 상업 드라마 각본/연출을 앞두고 있는 아무개임.


바야흐로, 또 다른 입시철이 도래했고,

여기 오는 꽤 많은 수의 찐따들 중 상당수가 (영화과)입시생으로 판명되는 바,

몇 가지 팁을 좀 이야기 할까 함.



1. 넌 이미 좆 돼 있다.

너의 모든 게 좆나게 구리다. 그러므로, 영화를 하지 마라.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에, 그냥 니 별 것 아닌 전공을 최대한 살려서 삶을 살 준비를 해라.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하고 싶다.

이 지점에서 삶의 가능성이 갈리는 거야. 아직 늦지 않았으니 정신 차리자. 넌 영화를 할 수 없으니까. 차라리 빠르게 삶을 마감하는 편이 현명하다.


3. 그래도 나는 영화를 해야겠다.

넌 이미 좆이 되었고, 갱생의 가능성마저 없는 인간이 되었다. 돌아보자. 너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간인가. 홍상수 감독의 영상원 재직 시절, 그가 늘 말했던 것이 있었다. "너는, 너를 아니?" 모든 이야기의 출발은, 그 이야기를 하는 작가 그 자체이다. 당신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 재해석하고 그렇게 정수된 감각을 당신 만의 문장에 담아내는 것에서 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당신을, 당신은 충분히 들여다 보고 있는가? 그 이전에, 당신을 들여다 보는 방법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영화가 별세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는 통념은 잘못된 것이다. 영화는, 가장 개인적인 대화에 가깝다. 당신이 세계를 향해 풀어내는 조근조근하거나 무섭거나 사랑스럽거나 폭력적인 이야기. 당신이라는 매개 없이 영화는 존재할 수 없다. 당신이라는 존재를 풀어내는 것이, 영화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작업이다.


4. 영화를 보는 것의 방법론

그러려면 뭘 해야 하는가? 당신이라는 본질적 매개를 탐구하는 동시에, 영화라는 것이 대체 어떻게 지금껏 유지되어 왔는지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영화란, 환영술이다. 영화란, 분절적인 24장의 이미지들이 1초라는 시간 안에 모여 마치 움직이는 무엇인 양 사기치는 것을 뻔뻔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예술이며, 그렇게 길어올려진 (착란적 연속성의) 활동 이미지가 복잡한 층위의 논리와 방식을 통해 (최소한의) 서사성을 획득해가는 과정의 촘합이다. 물론 그렇게 얻어진 총합은, 산술적인 임팩트를 넘어서는 무엇으로 갈음 된다.

영화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영화를 보는 방법들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가장 크게 부류를 나누어 보자면, "대충 영화 보는 애들 / 매니악한 것을 보며 영화광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며 딸치는 애들"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일단 이 두 부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차라리 후자이다. 매니악성을 유지하려는 그 불필요한 노오력이 본인의 영화력(?)을 높히는 과정이라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영화라는 매체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동진같은 영화 사이비들에게나 중요한 것이다. 감각의 지평을 넓히는 과정으로서의 (무차별적인) 영화 수집 만이 중요하다. 이 세계에 관해 내가 가지지 못한 감각을 수집하는 일. 그것을 들여다보고, 훔쳐오는 일. 그 감수성을 유지하는 일. 영화는 결국, 감정에 관한 예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내가 영화 좀 본다'는 개 좆같은 자기 인식으로 부터 벗어나자. 그건, 특히 영화를 하겠다고 덤비는 중인 당신의 인생에 아무런, 정말 좆도 도움이 되지 않는 태도이다. 영화를 '왜!' 보고 있고 봐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영화를 보는 것의 방법론은 결국 노가다이다. 영화라는 것은, 이미지와 사운드와 문학과 인문학이 합쳐진 단순한 총합을 뛰어넘는 무엇이다. 비디오 세대였던 시절, 나는 알음알음 선배 영화인들의 인터뷰를 참고해가며 영화를 공부했다. 그것은 그냥 무식한 방법이었다. 조그 셔틀로 일일이 프레임을 돌려가며 쇼트의 시작과 끝을 잡고 그것을 콘티와 시나리오로 옮겼다. 흔히들 말하는 컷 바이 컷, 혹은 숏 바이 숏이다. 매 컷을 그렇게 손수 분석해가는 것은 정말 중요한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왜 그렇게 숏을 구성하고 나누었는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반복적으로 재미없게 쇼트와 리버스 쇼트, 이미지 라인의 개념 등을 외우는 것 보다 훨씬 순도 높고 중요한 작업이다. 해당 과정에서 당신은, 특정 쇼트를 구성하는 방법의 클리셰와 더불어 현장이 얼마나 좆같은 것인지에 관한 대략적인 감각 같은 것도 배울 수 있다. 영화를 그냥 보지 말고, 이미지의 구조를 봐야 한다. 당신은, 이제 좆된 삶이므로, 일반적인 관객의 눈높이에서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5. 시나리오

시나리오는 다른 게 없다. 시나리오 자체를 보라. 시나리오를 쓰려면 시나리오들을 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영화를 공부한다면서 시나리오 한 편 보지 않은 무수하게 많은 멍청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 경우, 나는 마포대교를 권하곤 한다.

시를 보라. 시의 매커니즘은 영화의 매커니즘과 동일하다. 시의 행과 연이 맥락을 획득해가는 과정을 들여다 보라. 영화 역시, 맥락의 예술이다. 시나리오의 각 문장들은 한 쇼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쓰여진다. 한 문장은 한 쇼트가 된다. 그것이 시나리오의 가독성을 결정한다. 시의 각 행이, 어떻게 이미지들을 길어 올리는지 생각해보라. 한 행은 한 이미지이며, 그것은 영화에 있어서 한 쇼트로 기능된다. 영화란, 운문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다. 영화는 이미지로 상상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한 시인이, 한 행을 통해 어떤 이미지적 맥락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상상해보자. 결국 우리 역시, 이미지를 문장으로 길어올리는 작업이 그 기초가 되는 사람들이다. 물론 시나리오는 문학이 아니다. 하지만 시나리오는, 그보다 더 직관적인 페이소스를 담고 있어야 한다. 시가 여러분의 시나리오의 문장들을 위한 가장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시적으로 상상하라.


6. 기출

모르겠다. 특정 학교의 기출 문제를 풀어본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아, 이런 문제가 나왔었구나' 정도의 차원으로 짚고 넘어가는 편이 낫다.


7. 시험

잘 보자. 뭐 망친 것 같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는 말자. 영화는, 결국 영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특정 영화과가, 영화 인생을 결정해주는 지표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당락이 당신이 영화를 할 자격의 여부를 결정해주는 것도 아니다. 영상원과 아카데미는 특히, 그냥 한 해 한 해 한 번씩 보는 거임.


8. 면접

기 죽지 말고, 차라리 싸워라. 절.대.로 면접관의 눈치를 보지 말라. 어차피 다들 좆같은 인생들이다. 당신의 좆같음을 마음껏 보여라.


9. 당신

늘, 당신이 문제다. 당신은 영원한 문제일 것이다. 어차피 존재해 버렸고, 또 존재해 나갈 바에, 당신은 좀 더 나은 존재로 존재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일단 이런 좆같은 커뮤니티 생활에서 벗어 나야 한다. 이 쓰레기들은 당신 인생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쓰레기들의 '영화 감상평' 도, 가치 없는 정보도, 무가치한 잡담도 모두 당신에게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 영화는 가장 유치하면서도, 가장 복잡한 예술이다. 당신은 이런 곳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당신은, 지금도 가치없는 벌레에 가깝기 때문이다. 존나게 보고, 존나게 쎠야 한다. 영화는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의 존재를 걸고 영화와 영화를 둘러 싼 현실을 따라 잡아야 한다. 부디, 언젠가 당신이 찍은 너무나 좋은 영화들을 보고 싶다.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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