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숨하면서 다들 상급 짐승 고기를 한번쯤 먹어보고 싶어했을 거임.
분명 특급보다 급이 낮을텐데 왠지 일러스트나 설명으로는 훨씬 맛있어보이는 게 특징임.
이 맛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선정했음.
그리고 구이로만 끝내기는 뭔가 아쉬우니까 스파이시 고기구이로 연결해 보겠음.
우선 야숨 고기의 특징은 큼직한 살코기 주변을 가죽이 감싸고 있는, 해부학적으로 절대 존재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임.
해외 영상들 보면 보통은 무시하고 그냥 만드는데 나는 이것까지 재현을 해보겠음.
이건 냉동 돼지껍데기임.
식당에서는 내놓기까지 손이 많이 가서 그리 저렴하지 않지만 부위 자체는 부산물이라 1kg를 고작 4천원 정도에 살수 있음.
찬물에 1시간 정도 담궈두면 펼칠 수 있을 정도로 해동이 됨.
지금부터 이 돼지껍데기를 갈색으로 물들이고 겸사겸사 약간의 간을 할 거임.
해동에 사용한 물을 버린 용기에 껍데기가 잠길 만큼 정수기 물을 담고,
잡내를 잡아주는 식초
색을 내는 카라멜 색소
색이 같으니까 간장
간보다는 방부 목적으로 염지제(피클링솔트) 조금
이상을 넣어서 잘 섞어줌.
재우는 동안 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얼음을 넣어서 차게 식혀줌.
그리고 껍데기를 투하함.
이대로 중간중간 뒤적여가면서 3시간 정도 재우면...?
이렇게 가죽 느낌이 나는 멋진 색으로 물듬.
식초+간장+카라멜 조합이라 그런지 냄새는 썩 좋지 않았음.
한쪽으로 치워둔 뒤 랩을 깔아서 작업을 할 세팅을 해줌.
무슨 작업을 할거냐?
이 암퇘지(통목살)의 육벽에 금태양으로 타락한 껍데기를 결합시켜서 상급 짐승 고기의 비주얼을 재현할 것임.
이를 위해 몇달전에 주문한 제품이 있음.
이건 트랜스글루타미나아제(Transglutaminase)라는 효소임.
일명 미트글루인데, 갈비 논란에서 소위 말하는 식용본드가 바로 이거임.
물에 닿으면 단백질을 교차 결합하는 반응을 일으킨다는...데...
어려운 건 모르겠고 그낭 고기 합체 가루라고 생각하면 됨.
사람 몸도 고기라서 체내외 어딘가가 들러붙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이하는 장갑과 마스크를 끼고 진행했음.
입자가 고와서 ㅈㄴ 잘 날리기 때문에 창문열고 환기시키면서 조심조심 개봉했음.
종지에 쓸 만큼의 양만 담아주고
효소가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는 잘 감싸서 냉동실로 직행함.
통목살에서 비계과 물렁뼈를 적당히 손질하고 가루를 고루고루 뿌리면서 껍데기로 잘 감싸주겠음.
사진으로 눈치챌지 모르겠지만 껍데기의 겉부분이 안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이게 단백질을 결합시키는 거라 지방이 많은 비계는 잘 안 붙는다고 해서 비계가 잔여할 수 있는 안부분보다는 겉부분이 결합이 잘 될것 같았음.
그래서 이미지에 보이는 껍질과 고기 사이의 지방층까지 고증 챙기는 것도 포기함.
사실 아까 염색했을 때 안부분이 더 색이 잘 나와서 그런 것도 있음.
이제 고기와 껍데기가 잘 붙을 수 있게 꽉꽉 조여가며 랩핑을 해주고,
냉장고에서 결합을 진행시키는 동안 월드컵 가나전을 보고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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