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나의 1인당 GDP는 2400불. 1인당 PPP는 8400불인데 1인당 GDP가 500달러도 못넘는 아프리카 국가가 수두룩하다는걸 감안하면 아프리카에서는 상당히 준수한 경제 지표라고 볼 수 있겠음

2. 그나마 아프리카 국가중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들도 자원 수출에 의지하는 경제 구조가 많은데 비해, 가나는 서비스업과 제조업도 아프리카 국가치고는 꽤나 발전되어 있는데 자체 자동차도 생산하는 기업이 있음

3. 또한 최근 경제성장 속도도 어마무시해 2010년대 초부터 10년간 매년 10% 안팎의 고도 성장을 누렸는데 다만 최근 몇년간 경제 위기를 맞아서 IMF발 구조조정 및 지원 크리를 맞이함. 다행히도 IMF 집도후 반등에는 성공한듯

4. 아프리카 국가중에서는 교육열도 가장 높아서 학교 입학률도 95%로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고 전체 교육이 비평준화로 진행되어 명문 고등학교 및 명문대 입시도 꽤나 치열하다고 함. 우수한 학생들은 해외 대학으로 유학생들도 많이 보내는 편임

5. 10만 명당 살인범죄율 또한 1.9명으로 개발도상국이나 아프리카 국가치고는 매우 양호한 수준임 (참고로 남아공의 살인율이 33.5명)

6. 프리덤하우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의 인권 (Freedom in the World) 보고서에서도

가나는 정치적 권리 2등급. 시민적 자유 2등급을 맞아 자유 국가로 분류되었고

총점에서도 미국.한국이랑 단 1점밖에 차이가 안나는 82점을 부여받았음

이것도 그나마 최근에 등급이 내려간거고 3년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권리 1등급. 시민적 자유 2등급을 유지했음.

아프리카 국가중에선 모리셔스.보츠와나.남아공 등과 더불어 매우 드물게 자유로운 국가로 분류되었음

국경없는 기자회가 메기는 세계 언론자유도 순위에서도

총점에서 스페인과 비슷한 점수를 받고 프랑스.이탈리아.한국 보다 언론자유도가 높은 나라로 평가받았음

그나마 이것도 최근에 점수가 깎인꺽고 몇년전까지는 80점대를 기록했음.

7. 또한 아프리카 국가중에서는 매우 드물게 독립 후 내전이나 민족간 충돌을 한번도 겪지 않았던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나라임.

8. 그럼 가나가 아프리카 국가치고는 매우 양호하고 건전한 경제.사회.민주주의 시스템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몇가지 설명이 있는데

종교.언어. 독립 후 역사. 현재 정치 상황 등을 꼽을 수가 있음

9. 첫번째로 종교

가나인의 70%가 기독교를 믿고 있고 사회 지도층 대부분이 기독교도임

이슬람 인구도 20% 가량 되는데 대부분 온건 이슬람들이라 과격파가 힘을 설 자리가 적음.

기독교도와 이슬람 간의 사회적 갈등도 적고 종교의 자유도 널리 용인된다고 함.

인구의 반반이 기독교.이슬람교로 나뉘어 종교 갈등이 매우 심하고 보코하람까지 설쳐대는 나이지리아 상황을 보면 가나의 상황은 천국이라고 봐도 될듯

10. 두번째로 언어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들이 영어. 프랑스어 등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언어들을 공용어로 쓰고 있으나 명목상 공용어에 불과하고

교육을 받은 인원이 매우 적어 상류층.고위층들만 공용어를 쓸 수 있는 나라들이 많음.

하지만 가나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영어 사용이 대중적으로 많이 전파됐고

위에 설명했듯 아프리카 국가치고는 교육열과 학교 진학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

국민의 최소 70% 이상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고 2개 이상 언어 구사가 가능하다고 함.

민족이 다양해도 적어도 통하는 언어는 있다는게 일단 민족간 갈등이나 배타적 혐오의 가능성을 줄여준 셈

11. 세번째로 독립후의 역사

가나는 아프리카 국가치고 드물게 내전은 한번도 겪지 않았지만

여타 아프리카 국가. 제3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립후 숱한 군사 쿠데타에 시달려왔음

가나의 독립 영웅이자 국부로 통했던 초대 대통령 은크루마

은크루마는 독립후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처럼 아프리카식 사회주의를 주창하고 여러 국유화 정책을 펼챘지만

최종적으로 그의 경제정책은 실패를 거듭하고 독재등으로

민심 이반을 겪은 끝에

대통령 임기 6년만인 1966년에 해외 순방중에 군사 쿠데타로 쫓겨나게 됨

이후로 가나는 무려 장장 30년 넘게 군사정권 시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1972년에 아체암퐁이 2번째 쿠데타를 일으키고

1978년에 프레드 아쿠포가 3번째 쿠데타

1979년에 다시 제리 롤링스(공군 대위)가 4번째 쿠데타를 일으켜서 아쿠포 정권을 전복시켰음

이렇듯 1966년-1979년까지 가나는 4번의 쿠데타가 발생해서 정권이 차례차례 바뀌는 혼란의 연속이었음

1979년 롤링스의 이 4번째 쿠데타는

쿠데타 과정 또한 매우 드라마틱했던 것이

처음에 롤링스와 소장파 장교들이 일으킨 쿠데타 시도는 실패해서 롤링스는 체포되었고 군사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음.

그렇게 사형 날짜를 받고 롤링스는 사형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롤링스를 지지하던 소장파 장교단이 부대를 이끌고 롤링스를 탈옥시켰으며

결국 이 부대가 최종적으로 정부 전복까지 성공시켜 쿠데타가 성공해버린거임.

일전에 3번의 쿠데타는 단순히 쿠데타로 인해 군사 지도자만 바뀌는 등 정부의 변화만 있었을 뿐이지

전 정권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나 폭력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음.

그러나 이 4번째 쿠데타는 매우 양상이 달랐는데

사회 부패 일소와 혁명을 기치로 이념적 쿠데타를 일으킨 롤링스의 행보는 매우 거칠고 급진적이었음.

쿠데타 이후 무려 3명의 가나 전 국가원수를 비롯해 8명의 전 국가 원수와 군 주요 장성들을 처형시키고

총 300명을 살해하고 숙청하는 등 대대적인 숙청 행보를 보였는데 오늘날에도 가나 역사상 가장 과격했던 정치적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음.

제리 롤링스는 숙청이 끝나자마자 놀랍게도 불과 3개월만에 민간에 권력을 이양해 자신의 공약을 지켰음

1979년에 은크루마식 사회주의를 내걸었던 힐라 리만이 대통령으로 당선

그러나 리만 민간정부 역시 부패로 찌들고 경제난까지 겪게되자

제리 롤링스는 1981년 다시 2번째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신이 직접 통치자가 되어 나라를 이끌게 됨 (참고로 롤링스는 스코틀랜드 혼혈)

제리 롤링스는 피델 카스트로. 나세르. 카다피 등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사회주의 혁명가를 자처했는데

롤링스의 카리스마와 인기는 대단해서 당시 아프리카에서 사회주의를 빨던 사람들에게

그의 인기는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와 양분될 정도였음.

40년이 지난 지금도 몇년전 쿠데타를 일으킨 기니의 군사정부 집권자가 롤링스의 쿠데타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드립을 칠 정도로

롤링스의 영향력은 아직도 아프리카에서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영국의 아프리카 텃밭이나 다름없던 가나에서

사회주의 혁명가를 자처하는 놈이 쿠데타를 일으켜버렸으니

영국. 서방 입장에서는 발에 불이 떨어져서 처음에 매우 경계하는 입장이 될 수 밖에.

다행스럽게도 제리 롤링스는 초반의 급진적인 개혁정책에서 점진적이고 온건적인 개혁정책으로 방향을 틀게 되고

집권 1년만인 1982년 IMF의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시장 개방. 민영화를 받아들이는 경제정책을 수립했음.

이후로 1991년까지 제리 롤링스 체제하에 가나는 안정적인 경제 발전을 이룩했지만

여타 아프리카 국가와 마찬가지로 가나는 1당독재 국가였고

제리 롤링스는 경제성장.사회 안정이라는 업적과 함께 독재와 숱한 인권유린을 감행하는 양면적인 지도자로 평가되어왔음.

그러다 90년대 초에 소련 등 동구권 붕괴와 아프리카에도 다당제 요구 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쳤는데

이 당시에 많은 아프리카 독재정부가 갈리고 새로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는데

결국 1992년 가나에서도 롤링스가 다당제. 민주화를 받아들이고 민주적인 선거를 실시하게 됨

그러나 경제 발전등의 업적으로

1992년 실시된 민주 선거에서도 제리 롤링스는 당선되었고

1996년에도 재선에 성공하는등

2000년까지 나라를 이끌게 됨.

가나의 신 헌법에서 대통령의 임기 제한은 2번까지였고

정치인들이 흔하게 쓰는 수법처럼

헌법을 고쳐 본인 임기를 늘리는 방법을 택할 수 있었지만

롤링스는 헌법의 임기 제한을 받아들이고 2000년을 끝으로 퇴임하게 됨.

12. 오늘날의 가나의 정치 풍토와 환경

제리 롤링스는 2번의 쿠데타. 대숙청. 임기 중 독재와 인권유린등으로

양면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지만

가나의 경제발전. 사회안정을 이룩했다는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아이러니하게도 한때는 독재자였던 자가

가나의 민주화. 언론 자유를 받아들이고 나라에 도입시켰으며

본인도 임기 제한을 받아들이고 평화적으로 정권 이양을 하는등

오늘날 가나의 경제. 정치 풍토에서 롤링스의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밖에 평가하지 않을 수 없음.

롤링스가 퇴임한 2000년에 야당인 존 쿠포어가 당선되면서 가나는 독립 후 최초로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달성했고

가나는 이후 8년마다 선거로 여당과 야당이 바뀌는등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성공적이고 치열한 양당제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었음.

여기서 재밌는 점 2가지는

첫번째로, 보통의 나라에서 군사 지도자는 우익 성향의 지도자가 많고 군부 또한 우경화로 흐르기 마련인데

가나는 가장 대표적인 군사 지도자였던 제리 롤링스의 정당 NDC(National Democratic Congress)가 그의 영향으로 현재 가나에서 중도좌파 포지션을 맡는다는 점이고

반대로 NDC와 경쟁을 펼치는 NPP(New Patriotic Party)가 중도우파 포지션을 맡는다는 점

두번째로, 아프리카 정치 지형에서는 아프리카식 사회주의. 사회 민주주의 등 좌파~중도좌파 등 왼쪽으로 정치 지형이 매우 기울어진 상황이고

그도 아니라면 별로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빅텐트 정당이 주류 정당으로 자리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가나는 아프리카에서 드물게 선명하게 보수 이념을 내거는 정당이 양당제 정당으로 자리잡아 국회 주요 세력으로서 정권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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