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땅에서 기어다니면서 동물들을 잡아먹는 배회성 거미와

거미줄로 집을 지어서 그걸로 날아댕기는 벌레들을 잡아먹는 정주성 거미가 있는데,

솦붕이들도 다 알다시피 정주성 거미들은 집으로 들어오려는 간악한 좆기새끼들을 사전에 컷해주기도 하는 고마운 익충이라는 걸 다들 알 것이다.

물론 배회성 거미라고 타란툴라처럼 펀치 한 방에 내가 뒤질 거 같은 무서운 놈만 있는 건 아니고,

깡총거미처럼 귀여운 놈도 있다. 그런 고로 저 녀석들도 익충이 맞을 거다

아마도

보통 거미줄 하면 저렇게 사람들 다 사라지고 난 마을이나 집에 가득 진을 치고

파리나 좆기들을 잡으려고 존버하는 용도로 쓰는 건 다들 알 거고

먼 거리 사이를 이동할 때 거미줄을 공중에 쏴서 이동하는 것도 다들 알 거다

근데 이 이동을 위한 거미줄, 어떤 방식으로 쓰는 걸까?

보통은 먼 거리라고 해 봤자 도로 하나 정도 거리 사이로 거미줄을 피슝 하고 쏜 뒤에

바람을 타고 날아간 거미줄이 건너편에 닿으면 그 거미줄을 타고 이동하는 거라고 생각할 거다

실제로 거미집 지을 때 지을 자리가 텅 비어 있어도 그런 식으로 토대를 짜서 집을 짓긴 한다

그래서 보통, 다들 이렇게 생각하고,

배회성 거미도 땅에서 돌아댕기고

정주성 거미도 끽해봐야 나무 위에서 생활하니

"거미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당연한 소리다, 날개없는 곤충이 하늘을 어케 낢??

당장 스파이더맨도 거미줄 하늘에다 슝슝 쏘는데 어떻게 계속 이동할 수 있냐는

말이 나오는 걸 생각하면

근데 4년 전인 2018년에 이 관념이 깨져버린다.

<이해를 돕기 위한 짤>

곤충학자들이 곤충연구를 하기 위해선 당연히 곤충을 채집해야 하는데,

어릴 적의 모험심 가득한 틀딱 솦붕이들처럼 포충망 하나 어깨에 지고 뒷산 가서 하루종일 헛짓거리할 수는 없으니

저런 비행기에 포충망 큰 거 달고 날아다니면서 공중에 날아다니는 곤충들을 대량으로 채집하는데

상공 4500m에서 채집한 곤충이 담긴 포충망에는 이상하게 "거미"들도 같이 잡혀 있었다.

뀨?

하늘을 날 리가 없다고 한 곤충이 백두산보다 더 높은 하늘에서 잡힌다는 게 이상할 테지만

거미가 하늘에서 날아온다거나 했다는 이야기나 기록은 과거에도 드문드문 있었다

찰스 다윈이 1832년 아르헨티나 앞바다를 항해했던 경험을 적은 항해기에서도

수천 마리의 붉은 거미가 갑자기 하늘에서 배 위로 떨어졌다고 되어 있었으니

일단 거미가 하늘을 난다는 걸 직접 관측했으니

이유를 알아야겠지?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그냥 하늘에다 거미줄 쏜 게 다였거든

그냥 저렇게 하늘에다 똥구멍을 치켜들고

거미줄 열댓가닥 정도 쫙 뽑아놓으면

바람따라 슝 하고 그대로 날아가버린다

이걸 영어로 ballooning이라고 하는데

풍선이 바람에 날아가는 거나

민들레 씨앗이 날아가는 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거임

대신 민들레 씨앗과 다른 점은 민들레는 그냥 식물이지만

얘들은 나름 뇌 달린 동물이라고 바람 방향과 세기를 앞발로 느끼면서 계산한다

가야 할 방향에 알맞게 바람이 불면 거기다 거미줄 뷰루루루룻 싸재낀 뒤 날아가는 것

이런 방식으로 수백 km 거리를 힘 안들이고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거라고 했지만

얘들 입장에선 극복하려고 애쓸 바에 계산하는 게 더 싸게 먹히긴 한다

요새 유튜브에 스파이더맨 게임 스팀 이식됐다고 영상 나오길래

인터넷 돌아다니다 거미 연구글 보고 쓴 글임

우리 니그로-스파이더맨 마일즈랑 같이 뉴욕 할렘가를 누비지 않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