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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친일마녀사냥 116 - 3·1운동 사건 법정

운영자 2019.10.21 12:26:43
조회 67 추천 0 댓글 0
친일마녀사냥


116


3·1운동 사건 법정


나는 국립도서관에서 3·1운동 당시 법정기록을 구했다. 법정서기가 보고 들은 민족대표들의 발언을 알고 싶었다. 대충의 내용은 이랬다. 



◆◇◆



송진우(宋鎭禹), 현상윤(玄相允), 최남선(崔南善), 최린(崔麟), 손병희(孫秉熙) 등 48명이 재판에 회부됐다. 경성지방법원 나가시마 예심판사에 의해 6개월간 원고지 14만 매 분량의 조서가 작성됐다. 예심판사는 이 사건은 내란죄에 해당하는 국사범(國事犯)이므로 특별관할권을 가지는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당시의 예심판사는 지금의 검사와 비슷한 조사를 담당했다. 그 사건을 이송 받은 고등법원의 법적 판단은 다른 것 같았다. 3·1운동은 한민족(韓民族)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시했을 뿐인 것으로 내란죄의 성격은 없다고 하면서 일반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경성지방법원이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관할 문제로 1년 넘게 끌다가 1920년 7월12일 오전 9시 정동의 배재중학교 앞 철도국 내의 임시법정에서 공판이 열렸다. 서대문의 감옥에서 민족대표들이 호송되었다. 거리 곳곳에서 기마 순사대의 감시가 삼엄했다. 재판정에서는 경성지방법원 형사1부의 다치가와 재판장과 주심 다자이 판사 그리고 호리 판사가 앉아 있었다. 사카이 검사가 그 앞에 보이고 그 건너편에 김우영(金雨英) 변호사, 허헌(許憲) 변호사, 정구창(鄭求昌) 변호사, 오쿠보 변호사 등이 앉아 있었다. 방청객은 150명으로 제한이 됐다. 민족대표들이 피고인석에 서 있었다. 일본인 재판장이 제일 앞에 서 있던 최린에게 물었다.

“피고인 최린은 한일합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으로 동양 3국의 세력이 불균형한 속에서 조선이 힘이 없어 일본의 땅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본에 조선이 합병된 것에 대해 반대의 의견이었으나 대세를 개인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었소.”

“한일합병 뒤의 일본제국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뭔가?”

“일본의 조선에 대한 정책은 내가 생각한 바와는 다르므로 혐오하는 감정이 점점 심해졌소.”

“왜 조선은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일합병은 노일전쟁의 결과로 힘 없는 조선으로서는 부득이한 일이었소. 당시 조선의 정치는 혹심한 악정(惡政)이었고 도저히 조선의 안녕과 행복을 지킬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병합에는 반대였지만, 한편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생각했소. 그러나 한일합병 후 10년간의 정책을 보면 일본 정치가는 입으로는 동화(同和)와 평등을 제창하고 있지만 실제는 그것과 다르고 경제상으로 보더라도 일본에 이롭고 조선에 해로운 주의였고, 정치상으로 보면 일본을 높이고 조선을 천대하는 주의였소. 일본은 친절로써 동화를 바라야 할 것인데 위압으로 조선을 다스렸소. 

3·1운동의 목적은 민족의 생존권을 확장하고 일본 정부에 지금까지의 조선에 대한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세계평화를 제창하고 있는 열국의 동정을 얻기 위해, 요컨대 현재 일본 정부의 정책을 배척하기 위해 이 운동을 일으킨 것입니다. 우리 조선 사람은 4000년 역사를 가지고 독립된 단일 언어와 글이 있는 문화인으로 다른 민족에게 통치를 받을 만큼 뒤떨어진 민족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시적으로 무력에 밀려 일본에 병합은 됐으나 우리의 굳은 자주력은 항상 우리 안에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고인들은 국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키고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서까지 보냈는데 그 이유가 뭔가? 독립선언문의 공약삼장을 보면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라고 되어 있는데 그건 마지막까지 싸우자는 뜻이 아닌가?”

그 질문에 최린이 이렇게 대답했다.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청원서의 내용은 결코 일본 정부를 욕한 것은 아닙니다. 모두 사실 그대로 적은 것입니다. 그러나 각 지방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예심법정에서 그걸 알고 놀랐습니다. 저로서는 전혀 의외의 일로 우리의 희망과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겁니다. 우리가 독립선언의 실행에 착수한 때부터 그런 폭동수단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선언서 공약 3개조에도 분명 비폭력 운동이 명시되어 있을 겁니다.”

손병희가 그 다음으로 나서서 말했다.

“우리 천도교 측은 본래 친일(親日) 쪽이었습니다. 청일전쟁이나 노일전쟁 때에는 인부를 제공하고 군자금도 공급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합병 후에는 우리에 대한 일본의 태도가 너무 혹독했습니다. 천도교에 대한 경무당국의 탄압은 극심했습니다. 이 사실만 봐도 일본의 배신과 폭악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민족자결주의에 따르면 우리는 당연히 독립할 권리가 있습니다. 병합 후 조선인은 항상 압박만 당하고 관리로 채용하지 않는 정치적 차별을 받아왔습니다. 그런 차별이 없어져야 할 겁니다.”

이번에는 오세창(吳世昌)이 이렇게 주장했다.

“조선인에게 좀더 자유를 주고 평등한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언론·출판·집회·교육의 자유를 주어야 합니다.”

재판장이 다시 대표인 최린에게 물었다.

“현재 조선의 실력을 가지고 독립국으로서 지탱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병합 후 10년이 지났고 조선인의 지식도 진보해 있으므로 일본 정부의 조력을 얻으면 독립국으로 지탱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피고인이 희망하는 대로 조선에 대한 자결(自決)이 허용된다고 한다면 어떤 정치형태로 할 작정이었나?”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법정에 있던 허헌 변호사가 관할 위반을 문제 삼았다. 허헌 변호사는 일단 민족대표들을 석방시키자고 주장했다. 검사 측은 고의적인 재판 지연술이라고 맞받아쳤다. 다치가와 재판장이 절차적 흠이 있는 걸 인정하고 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고 사건을 경성복심법원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1920년 9월20일 경성복심법원에서 쯔기하라 재판장, 미즈노 검사가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다. 쯔기하라 재판장은 다시 최린에게 3·1운동의 경위를 물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우리 동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정당한 요구입니다.”

손병희(孫秉熙)는 일본 변호사 하나이를 선임했다. 동경에서 서울로 온 하나이 변호사의 변론이 특이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피고인들은 모두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민족적 심리의 자연스러운 발로이며, 모두 자기의 행위를 자백한 책임 관념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저는 이 조선의 대표적인 인물들이 왜 이런 거사(擧事)를 하게 되었나 그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근본원인을 살펴서 일본당국이 고쳐야 하는 게 먼저일 것입니다. 단지 권력을 앞세워 이들을 처벌한다면 앞으로 더욱 중대한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무단정치(武斷政治)의 폭풍은 지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덕치(德治)시대가 와야 합니다.”

최린, 손병희, 한용운에게 각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최남선에게 징역 2년6월, 송진우, 현상윤, 김도태(金道泰)에게는 무죄판결이 선고됐다. 이 판결은 일본 매스컴을 타고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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