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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들도 피곤하다

운영자 2020.11.02 1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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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들도 피곤하다



선배인 김평우 변호사는 천재소설가로 알려진 김동리씨의 아들이었다. 주변에서 그는 역시 천재로 알려졌다. 대학재학시절 한 과목의 과락 때문에 고시에 낙방했다고 했다. 당시 한 과목이 사십점 이하면 불합격이었다. 그때 평균점수는 수석이었다고 전설 같은 얘기가 돌고 있다. 그는 재능에 있어 금수저를 입에 물고 난 사람이었다. 판사를 지낸 그는 미국의 하버드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미국 로펌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가 내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미국 로펌에서는 돈 되는 큰 사건을 유치한 변호사가 영웅이야. 그가 공항에 도착한다니까 로펌의 변호사와 직원들이 하던 일까지 그만두고 모두 영접을 가는 거야. 큰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게 잘 보여야 그 일을 하는 팀에 끼워주니까 모두 달려가는 거지. 큰 돈을 끌어들인 영웅이 로펌으로 오면 당장 사무실도 사방이 탁 트인 코너의 좋은방으로 모셔. 대신 실적이 없는 변호사는 파트너였다고 해도 여지없이 나쁜 방으로 밀리는 거지. 회사의 수입에 기여하지 않으면 가차 없는 게 미국 로펌사회더라구.”

돈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미국의 로펌 모습이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그 미국 로펌에서 일하게 됐는데 이 주일마다 책상 위에 오르는 급여용지목록을 보고 기겁을 했었어. 에이포 용지에 로펌의 사백명 변호사가 일한 시간과 급료가 성적순으로 나오는 거야. 그 치열한 경쟁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어. 그런데 이제는 한국의 로펌도 미국 로펌의 분위기가 그대로 옮겨오는 것 같아. 대법관이나 법원장을 로펌에서 처음에 모셔와도 실적이 없으면 대접이 변하지. 처음에 주었던 호화로운 넓은 방을 빼라고 하지. 여럿이 공동으로 쓰는 방을 배정하면 그건 나가 달라는 싸인이야. 그래도 버티면 그 다음은 배정된 기사를 없애는 거야. 그 다음은 차를 회수하고 말이야. 그런 냉대를 받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법률사무소를 혼자 해야 하지.”

재능의 금수저들을 타고 난 사람들도 그들만의 경쟁 소용돌이는 더 세차고 나름대로 피를 말리는 것 같다. 그런 속에서 과연 정의의 관념을 끝까지 간직하고 있을 수 있을까. 부자출신으로 알려진 또 다른 선배변호사가 있다. 그는 시사프로의 진행자로 사회적 인기도도 높았다. 물질적으로나 재능적으로 모두 금수저 집안인 것 같았다. 그 자식들 역시 모두 물려 받은 것 같았다. 하루는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딸 둘이 모두 뉴욕의 대형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를 한 지가 십년이 넘었어. 이제 로펌에서 파트너가 될 순번인데 그 로펌에 남기 위해서는 한국의 삼성 같은 큰 재벌그룹의 사건을 유치해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쫓겨나서 미국에 있는 한국계 회사의 법률자문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거지.”

한국인 변호사는 한국의 삼성 같은 재벌기업의 사건을 유치하기 위한 낚시밑밥인지도 모른다. 나와 친한 후배변호사가 뉴욕의 변호사자격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미국 로스쿨을 다녀보면 성적순으로 대형 로펌에 가니까 같은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피 튀는 경쟁을 하는 겁니다. 나는 기숙사에서 묵으면서 우울증까지 걸린 적이 있어요.”

나는 미국의 법원을 직접 가서 형사재판광경을 관찰한 적이 있다. 백인변호사들과 대화를 하고 그들이 재판전력을 짜는 걸 구경한 적도 있다. 물론 일부를 본 것이겠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고 가진 관념들은 허상 같다는 실망을 하기도 했다. 법원 출입구에는 백인 남자가 변호사사무실을 선전하며 속칭 ‘삐끼’같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유대인 변호사의 질도 좋지 않았다. 한국에서 위조서류 하나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었다.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돈이 미국의 사법부를 지배하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우리 세대의 잠재의식 속에는 미국 것이면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미국 사법부의 암세포가 한국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얼마 전 대형 로펌의 파트너를 하는 엘리트 변호사가 이런 말을 했다.

“로펌이라는 게 비까 번쩍하게 차려놓고 사기를 치는 곳이죠.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는 수능에서 전국 차석을 하고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온 수재였다. 성경은 돈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고 했다. 돈만을 섬긴다면 내남없이 우리는 악마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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