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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이 본 북한(2)

운영자 2020.11.23 1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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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원이 본 북한 (2)



나는 북경의 캠핀스키 호텔의 레스트랑에서 소개받은 공작원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를 통해 북한에 있는 가족소식을 알기 위해 온 것이다.

“오랫동안 북한을 드나들면서 그곳 고위층을 만난 느낌을 말씀해 주시죠.”

내가 물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알고 싶었다. 물론 극비사항은 얘기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항은 말해줄 수 있었다. 내가 필요한 건 그런 지식이었다.

“정말 비참한 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한번 가서 직접 눈으로 보시면 기가 막힐 겁니다. 저는 평양에 살았지만 다시 나올 기대가 있기 때문에 거기서 견딘 거지 거기 살라고 했으면 도저히 견뎌내지 못했을 겁니다. 평양의 아파트에서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할 게 없어요. 사회주의에서 보통사람들은 할 게 없어요. 오락이 있을 수 없어요. 서울에서야 텔레비전을 켜면 영화나 드라마가 홍수같이 쏟아져 나오고 밖으로 나가면 먹을 것 구경할 것 천지죠. 그런 일상이 감사한 걸 평양에 살면서야 느끼게 됐다니까요. 기껏 있다는 게 평양호텔 앞에 있다는 노래방이예요. 노래도 민요밖에 없어요. 그걸 밤새껏 부르고 또 부른 게 오락입니다.”

나는 그런 정체된 사회를 상상할 수 없었다.죠지 오웰의 소설 속에서나 봤다고 할까. 그의 말이 실감이 되지 않았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나는 그래도 통제 없이 평양의 뒷골목을 가 볼 수 있는 입장이었어요. 먼저 평양역전에 한번 가보세요. 북에 있는 거지란 거지는 모두 거기에 모여 있어요. 몸이 성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어요. 제가 한번 평양 뒷골목을 걸어가는데 아이를 업은 여자를 봤어요. 살이 새까맣게 타고 뼈만 남아있더라구요. 눈을 퀭하게 뜨고 있는데 너무 불쌍해서 도저히 그냥 지나갈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길거리에 더러 있는 매점에서 중국빵과 과자를 팔길래 그걸 사서 아이업은 여자에게 안겨줬죠.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 여자와 아이 주위로 사람들이 몰고 눈에 파란불이 튀는 거예요. 그 여자는 빵을 가슴에 꽉 안고 안 뺏기려고 하고 한쪽으로는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려고 했어요.”

나는 속에서 슬픔 같은 것이 울컥 솟아올랐다. 북에 남아있는 나의 친척이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삼촌일 수 있는 것이다. 내게 그들은 이방인 같은 북한사람이 아니었다. 그 상황은 마치 임진왜란이나 흉년을 맞이한 봉건조선의 굶주린 유민들 같기도 했다.

“북한이 그렇게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북의 혁명 일 세대는 사실상 무식한 빨치산 출신입니다. 그들이 건국을 한 거죠. 해방 후 세워졌던 인민위원회는 건달이나 머슴출신 농민들이 모였었죠. 그 사람들이 물러나고 혁명 이세대로 권력 지도가 바뀌었으면 경제를 발전시켰어야 하는데 그걸 못한 거죠. 평양에 있으면서 보니까 사실 그렇게 된 데는 외부적인 원인도 있어요. 육이오 전쟁 때 북한은 미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초토화 됐죠. 공장이나 철도시설은 물론이고 물을 담은 보 하나도 남지 않았으니까요. 완전히 원시시대로 돌아간 거죠. 그렇다고 중국이나 소련의 원조도 없었어요. 김일성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인민을 동원해서 천리마 운동등을 펼쳐서 그나마 그 정도 일어선 겁니다. 남북이 같이 초토화 됐지만 그래도 칠십년대 초까지는 북이 남쪽보다 경제에도 우위에 있었죠. 남한도 그때는 전쟁후 초토화 된 서울을 보면 거지들이 우글거리고 공장하나 제대로 없었잖아요? 미국이 보내주는 옥수수 가루로 연명하고 말이죠. 남북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북한은 미국의 경제 제재속에서 계속 그 위협을 느낀 거죠. 옛날 성에 고립되어 농성을 하듯이 그런 나라가 된 겁니다. 자연히 군사독재국가가 되고 권력을 세습하는 군주국가 같이 되어 버린 겁니다. 그런 속에서도 계속 노력하고 변화해야 하는데 결국은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세습을 하면서 북한을 저렇게 만들어 버린 겁니다.”

나는 그의 말 중 ‘변화’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박정희 대통령은 굶지 않고 살기 위해 독일 탄광의 위험한 막장에 광부를 보내고 백인 치매 노인의 똥을 닦아주는 간호사를 보내 돈을 벌기 시작했다. 월남에 군인들을 보내 피값을 받기도 했다. 성안에서 오글거리면서 북이 농성하고 있을 때 우리는 나름대로 살 길을 모색했다. 지도자의 노선은 수많은 양떼를 살리기도 하고 굶겨 죽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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