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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종교집단과 변호사

운영자 2021.02.22 09: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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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종교집단과 변호사




법정의 증인석에 삼십대 말쯤의 여성이 독이 오른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단이라고 지탄받는 한 종교 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대신문을 하던 내가 물었다.

“그 단체에서는 교주를 메시아 내지 신으로 숭배하고 있다는 데 맞나요?”

“교주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우리 선생님은 목사님입니다.”

그녀의 눈에서 파란 불꽃이 튀었다. 수많은 여성 신도를 강간한 교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당신들의 선생님은 교단 내부에서는 신으로 통한다는 데 사실입니까?”

“여보세요, 변호사님! 성경을 읽지 않으셔서 모르시는 모양인데요. 요한복음을 보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자는 신이라고 예수가 분명히 말했어요. 그걸 아시고 물으시는 겁니까?”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려면 그냥 잘 전달하면 되지 왜 여성 신도들을 강간을 합니까? 저기 방청석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일은 여러 가지로 이루어 질 수 있어요.”

증인의 대답이 엉뚱하게 튀었다. 그들은 은밀하고 독특한 교리를 가지고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은 것이 아니라 마귀인 뱀과 섹스를 하는 바람에 인간의 피가 더럽혀졌다는 것이다. 그들은 성경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선악과를 따 먹었으면 입을 가려야지 왜 갑자기 나뭇잎으로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느냐는 것이다. 몸이 더러워진 이브에게서 최초의 살인자 카인이 나오고 그 이후 인류에게 더러운 피가 유전되었다고 했다. 그 불결한 피를 정화시키기 위해 예수가 나왔지만 일찍 죽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영을 받은 시대의 중심인물이 메시아라고 하고 있었다. 그 인물과의 섹스를 통해 더러워진 피가 정결함을 얻는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현실의 세상에서 나는 법률가인 변호사였다. 법은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들의 교리가 어떻든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든 정통이든 이단이든 법은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 생활의 경계를 넘어 법규정을 위반했을 때에는 그 사실을 법의 제단에 올려놓고 법의 심판을 구하는 변호사였다. 교주측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강간이라는 건 말도 안됩니다. 도대체가 폭행이 있었습니까? 협박이 있었습니까? 아니면 술이나 약이라도 먹인 것 같은 심신상실의 상태가 있었습니까? 그래야 강간이 성립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법은 그런 요건을 필요로 했다.

“환각제를 먹인 건 아니지만 그 이상의 종교적 최면을 통한 강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상적인 분위기와 엉뚱한 교리로 판단을 마비시킨 상태에서 종교라는 포장으로 그런 행위를 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봅니다.”

그게 나의 주장이었다. 소송은 오랫동안 끌다가 마침내 교주측에서 항복을 하고 배상금을 지불 했다. 겉으로는 순수한 종교단체의 포장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영혼을 도둑질 하는 악령들이 성자같이 위장을 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한번 그런 곳에 발을 디딘 사람들의 영혼은 철저하게 피폐해져 있는 모습이었다. 물이 말라버린 강 바닥 같이 마음이 메마른 사람들이 영혼을 축여줄 물을 찾아 헤맨다.

곳곳에 그들을 노리는 늑대나 이리떼들이 모습을 위장한 채 숨죽이고 있다. 나 역시 영혼의 뿌리를 어디로 뻗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동서양의 고전부터 시작해서 철학과 역사 서적을 읽고 여러 경전 들도 보았다. 일생동안 배의 바닥짐 같이 나의 중심을 잡아 주었던 것은 신약성경이었던 것 같다. 증인으로 나온 여자는 성경을 읽어보았느냐고 나를 무시하는 투로 말했지만 그 속에 있는 말씀을 등뼈같이 주체성 같이 삼고 살아왔다. 성경은 열매를 보고 그 나무를 안다고 했다. 엉뚱하게 성경을 인용해 진리를 비틀어버리는 그녀나 교주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들은 양을 푸른 초원으로 인도하지 않고 젖을 짜먹고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먹는 포식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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