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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자유롭다

운영자 2021.03.22 1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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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자유롭다



어떤 사람이 법률상담을 했던 내용이 뜬금없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는 길을 가다가 법무사사무실이 있어 그 안에 들어갔었다고 했다. 담당 법무사는 없고 여직원이 있어 뭘 물어보았는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직원의 잘못은 전문가인 그 법무사의 잘못이니까 소송을 해서 배상금을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의식을 들여다보고 가슴이 섬찟했다. 선의로 얘기해 줘도 잘못되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아내는 변호사인 나 대신 여러 사람이 물어오면 상식선에서 대답을 해 주는 수가 더러 있었다. 어느 날 한 부인이 나를 찾아와 “부인께서 합의하는 게 좋다고 해서 합의했는데 그 때문에 손해를 봤어요.”라고 책망하듯이 말했다. 그 부인의 표정은 변호사인 당신이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전문가라는 딱지를 붙이면 그만큼 책임도 컸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기 위해 법률전문가의 자격증은 땄지만 그 외에는 어떤 자격도 따지 않고 아마추어로 자유롭게 즐기기로 했다. 삼십대 중반쯤부터 컬럼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컬럼이나 사설 같은 글들은 기존의 거푸집 같은 형식과 틀이 있었다. 서론 본론 결론이 뚜렷해야 하고 기승전결의 기법에 맞추어야 했다. 수필과 신문 컬럼의 형식을 엄격하게 구별했던 것이다. 나는 그런 틀 속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썼다. 전문 언론인의 틀 속에 들어가기 싫었다. 몇 개의 단편소설을 써 보기도 했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이 재미에 홀딱 빠져 모래성을 쌓듯이 그런 기분이었다고 할까. 부호인 글자로 자연을 그리고 인간들의 삶을 형상화 하는 게 기쁨을 주었다. 뭔가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게 즐거웠다. 대단히 성스러운 것으로 숭배받지만 성경 속의 누가복음도 의사 한 사람이 예수라는 인물을 추적해서 쓴 단편소설이었다. 주변에서 정식으로 등단을 하라고 권유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성의 작가들이 가르치는 문학교실에 가서 배우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런 작가들을 생산하는 공장에 가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궁금해서 몇몇 문학지에 발표되는 소설들을 보았다. 평범한 나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떤 같은 형태의 금형틀 속에서 나온 것 같은 모양을 가진 것 같았다. 사법연수원에서 판결문을 습작할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우리들은 기존 판결문의 문장들과 구조라는 거푸 집 속에 들어가야 했다. 그 틀에 찍혀져 나오는 제품이 아니면 용납되지 않았다. 현실에서 수많은 사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의 형태는 언제나 몇가지 정형적인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기 소신대로 쓰는 창작의 판결문이 용납되지 않는 봉건사회가 법원이었다. 문학의 집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속에 들어갔다가는 나는 붕어 없는 붕어빵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폐쇄된 법률 분야와는 달리 눈만 밝으면 문학 분야는 좋은 선생들이 얼마든지 많았다. 러시아의 톨스토이 토스토엡스키부터 영국의 서머셋 모옴과 크로닌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개인적인 스승들이었다. 나는 변호사로 법정에서 느낀 감정이나 내가 만난 인물들과 사건을 모티브로 내 작품을 만들었다. 변호사로서 내가 느낀 감정은 어떤 최고의 작가도 그려낼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재료였다. 그 느낌들과 체험은 어떤 소설의 고수라고 해도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물론 문장에 대해 의견을 말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문장 자체도 각 개인들의 고유한 체취같이 다 다를 수 있었다. 문학계의 원로가 추천서를 써주고 소설집을 발행하는 것으로 엉성한 등단이라는 형식을 갖추게 됐다. 추천해준 원로는 의미 있는 말을 한마디 해 주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통 문단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겁니다. 나중에 문단에서 ‘법정소설 나부랭이나 쓰는 놈’하고 욕 같은 말이 들리면 그건 대단한 칭찬이라고 해석하세요.”

원래 그런 게 세상이었다. 법조계도 정해진 고시라는 통로를 거치지 않으면 아무리 법 지식이 고매해도 무시했다. 모니터 위에서 손가락이 뛰는 대로 글을 쓴지 삼십년이 되어 간다.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으니까 자유롭고 편안하다. 이름에 갇혀있는 작가들이 안 스러울 때가 있다. 이제 글쓰기는 놀이이자 나의 기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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