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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들의 의심

운영자 2021.03.29 1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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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배들의 의심



내가 이혼소송을 맡았던 한 여인이 의심을 했다. 자기 변호사가 적인 남편 측과 내통해서 돈을 받아먹고 자기에게 불리하게 했을 것이라는 의심이었다. 그 여인은 자기가 맡긴 소송에서 승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니 위자료를 내라고 소송을 걸었다. 그녀의 의심은 풀 길이 없었다. 나는 오랫동안 여러 가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죽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에 대한 재판에서 증인으로 소환된 적이 있었다. 핵심쟁점은 병무청에 낸 비정상적인 엑스레이 사진이 정말 시장 아들의 것이었느냐였다. 이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병원에서 공개검진이 있었다. 그리고 진실이 밝혀졌다. 법정에서 그 내용을 의심하는 고발자 측은 다시 한번 공개검진을 하는 게 어떠냐고 내게 의견을 물었다.

“다시 공개검진을 하면 그 결과는 믿으시겠습니까?”

내가 법정에서 그들에게 되물었다. 그들의 마음이 열려있다면 두 번 아니라 세 번 네 번이라도 못할 이유가 없었다. 증인으로 나선 나의 생각이었다. 그들은 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 번 의심을 하면 진실은 상관이 없는 부수적인 것이었다. 얼마 전 소설가 이문열씨와 점심을 함께 하고 그가 사는 장암리 마을을 산책할 때였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나경원씨가 찾아왔어요. 힘이 든지 혼이 반 쯤은 나간 얼굴이더라구요. 참 억울할 것 같아요. 서울시장 선거에 나갔을 때 일억짜리 미용마사지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서 그것 때문에 떨어진 거 아니예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았죠. 이회창씨도 그래요. 대통령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갑자기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이 터진 거예요. 그런 의심 때문에 떨어졌죠. 나중에 진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선거에서 패배했잖아요? 그런 억울한 일들이 참 많아요.”

정치판 만 아니라 사회 곳곳의 생활현장에 비열한 마귀들의 술수가 아카시아 뿌리같이 깊게 퍼져있다. 며칠전 나의 아파트로 올라가는 데 엘리베이터 안에 우리집을 비방하는 엉뚱한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주거공간에서 영업 회의를 하고 공용전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객관적 자료를 공개하세요’

익명의 대자보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사는 아파트를 공격하는 대자보였다. 아파트 내에 특이한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문 앞에 짐이 놓여 있는 사람은 소방법 위반으로 소방서에 고발했다. 흡연실이 불편하다고 구청에 철거하라고 고발했다. 화단 밖으로 꽃을 걸어놓은 집에 대해서는 공용부분 침범이라고 고발했다. 독특한 취미였다. 생각해 보니까 이십층 아파트에서 맨 꼭대기 층에 산다고 나를 펜트하우스라고 적은 것 같다. 나는 졸지에 전기도둑이고 내 방에서 비밀 영업회의를 한 사람같이 누명을 썼다. 화살이 제일 마지막 층인 내쪽으로 향하고 나는 과녁이 되어 버렸다. 그런 의심과 모략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 것 같다. ‘친차’라는 이름의 미녀가 저녁이면 부처님의 숙소 근처를 배회하고 아침이면 그곳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 군중에서 설법 중인 부처 앞에 그녀가 나타나 당신의 애를 가졌다고 폭로했다. 부처님은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런 소문은 일주일만 지나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무덤을 지키던 병사들을 매수해서 만든 헛소문이라고 했다.

“손에 난 못자국에 손가락을 넣어보고 옆구리의 상처에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믿지 않을 거야.”

예수의 제자인 도마의 의심이었다. 의심이 아니라 부활이 없다는 확신에 가까웠다. 그런 도마에게 죽었다는 예수가 나타나 말했다.

“네 손가락을 내 손과 옆구리에 넣어보아라. 그리고는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믿어라.”

예수의 마지막 제자인 바울은 부활을 오백명이상이 목격했는데 왜 믿지 않느냐고 성경 속에서 지금도 반문을 하고 있다. 큰 인물은 믿고 소인배는 의심한다고 성현들은 말했다. 예수는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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