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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와의 전쟁 쥐와의 평화

운영자 2021.03.29 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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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와의 전쟁 쥐와의 평화




나는 한 층이 열 평인 일본식 목조 이층집에서 자라났다. 일제 강점기 할아버지가 아들 때문에 무리해서 산 집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층 구석의 다다미 석장짜리 방에서 살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쥐와 벌레들과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오랫동안 갈지 않은 속이 썩은 다다미에서는 늘 비릿하고 쿰쿰한 냄새가 났다. 그곳은 빈대와 쥐벼룩의 세상이었다. 한 여름 불을 끄고 자려고 누우면 사방에서 숨을 죽이며 침입자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 불을 켜면 군대같이 나를 포위하며 다가오던 빈대의 떼들이 도망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다시 불을 끄고 누웠다. 옆에서 그놈들이 접근하는 사그락 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천정에서 뭔가 아주 미세한 것이 몸에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또 벌떡 일어나서 불을 켰다. 이놈들이 천정으로 올라가 공수부대처럼 내 몸에 낙하하고 있었다. 지붕에서 샌 물로 누렇게 된 천정 위에서는 쥐의 부대들이 달리는 소리가 이따금씩 요란하게 났다. 몸에 보이지 않는 쥐벼룩이 게릴라 같이 내 몸 영기 저기에 달라붙어 보급투쟁으로 내 피를 빨아먹고 있었다. 쥐들과는 거의 친구같이 지내기도 했다. 쥐들은 자기 집 같이 눈치도 보지 않고 방을 드나들었다. 한번은 내가 보는 앞에서 작은 쥐 한 마리가 열어놓은 내 책상 서랍에 들어갔다. 그걸 보고 내가 서랍을 탁 닫으면서 선언했다.

“너는 이제부터 징역형이다. 사형이 될지 무기징역형이 될지 몰라. 한번 혼나 봐.”

나는 그렇게 판결을 선고하고 그대로 서랍을 닫아두었다. 이틀쯤이 지나니까 갑자기 구속을 집행했던 쥐의 상태가 궁금해 졌다. 서랍을 살면서 열어보았다. 그 순간 쥐가 뛰어나와 구석에 있는 책장 아래의 작고 어두운 공간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먹지 못해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빠진 듯 휘청거리는 모습이었다. 도망간 쥐를 잡으려고 빗자루를 거꾸로 잡아들고 몸을 엎드려서 어두운 공간 안으로 시선을 향했다. 쥐의 작고 까만 눈이 나의 눈과 부딪쳤다. 쥐는 어느새 줏었는지 정신없이 뭔가 먹고 있었다. 뭘 먹나 봤더니 예전에 내가 먹다 떨어뜨렸던 것 같은 곶감의 씨였다. 이틀 동안 굶더니 잡혀 죽는 것 보다 배가 더 고픈 것 같았다. 갑자기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먹고 잘 살아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다미와 오래된 나무로 지어진 목조가옥은 쥐들과 공존하는 세상이었다. 한 번은 공부를 하는 데 회벽에서 아주 작은 무슨 소리가 들렸다.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벽 속에 소인들의 왕국이라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용히 벽의 위에 혼자 떨어져 있던 흙벽돌 하나를 집어내고 소리가 나는 그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커다란 나의 눈은 열 개의 작은 눈과 순간 마주쳤다. 쥐의 가족들이 두 발로 서서 뭔가 먹고 있다가 나를 본 것이다. 세 마리는 아주 작은 생쥐였다. 겁에 질린 쥐들의 눈은 나를 보고 기절하기 직전인 것 같았다. 그 쥐의 가정을 깨뜨리기가 싫었다. 측은했다. 나는 흙벽돌을 다시 그들의 집으로 통하는 구멍에 끼워놓고 돌아섰다. 고등학교 시절 나의 꿈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기울어가는 그 집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나이 들어가는 아버지는 그 집과 같은 운명이었다. 대학 시절 압구정동의 열여덟평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친구의 집으로 가 봤다. 시뻘건 진흙이 보이는 넓은 터 위에 하얗게 꿈의 궁전처럼 지어진 아파트촌은 황홀했다. 쥐나 빈대의 침입은 원천적으로 봉쇄된 구조였다. 내가 살던 집의 방보다 집 안에 있는 그 아파트의 화장실이 훨씬 더 좋았다. 열 여덟평의 그런 아파트를 얻는 것이 나의 꿈이 되었다. 그 무렵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포니가 다녔다. 결혼해서 가족과 작고 깨끗한 아파트에서 그런 자동차 한 대를 몰면서 살 수 있다면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내와 신촌 산동네 아래 단칸 셋방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대학시절의 꿈은 그 이상으로 이루어졌다. 힘들게 살 때 이따금씩 언제 그렇게 되느냐고 그분께 물어보았다.

“그 때와 기회는 하나님이 정해 놓으셨다.”

성경 속 예수님의 대답이었다. 참고 기다리면 항상 기도 이상으로 그 분은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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