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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가구점의 기적

운영자 2021.04.05 1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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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가구점의 기적




나와 가깝게 지내는 가구점을 운영하는 분이 있다. 사십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름이 알려진 점포였다. 외환위기때였다. 시대의 찬바람이 가구점들을 도미노같이 쓰러뜨렸다. 하루는 부도가 난 옆 가게의 사장이 그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는 옆 가게를 하던 사람을 측은하게 여겨 자신의 가구점 매니저의 자리에 앉히고 오갈 데 없어진 그와 가족에게 아파트를 세를 얻어 주기도 했다. 한 두달의 시간이 흐르면서 매니저의 행동이 이상해 졌다. 가구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기도 하고 물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걸 다른 직원이 목격하기도 했다. 가구 수입을 위해 해외출장을 가서도 이상한 낌새는 마찬가지였다. 그곳 업체와 모종의 뒷 거래의 냄새가 풍겼다. 제일 수상한 것은 가구점의 그동안 영업 장부를 몰래 복사하는 행위였다. 마침내 그의 각종 비리가 직원들에 의해 사장에게 알려지자 매니저는 그 가구점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얼마후 매니저가 보낸 내용증명의 우편이 사장에게 도달했다. 그동안의 탈세 내역이 적힌 협박장이었다. 쫓겨난 매니저는 거액의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가구점 사장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와 내용증명을 보이면서 말했다.

“저는 크리스쳔이지만 실정법의 세율대로 세금을 내고는 도저히 가구점을 운영하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탈세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런 협박장이 온 것은 하나님이 가구점 문을 닫으라는 계시로 받아들입니다.”

그의 무서울 정도의 정직성에 나는 놀랐다. 그리고 그를 협박하는 상대방을 증오하지 않고 그 사실 자체를 하나님의 메시지로 여기는 믿음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가 평생 천직으로 해 오던 가구점에 대한 미련을 그렇게 쉽게 털어버릴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해 믿음이 약한 나는 의아하기도 했다. 협박범이 그의 변호사인 나의 법률사무소를 여러 번 찾아왔다. 배신을 감추려는 그의 교활한 입술에서 나오는 말은 정의의 대변자 같았다. 가구점 직원들의 모략으로 자신이 처량한 처지에 놓인 것 처럼 슬픈 연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은근히 거액을 제시했다. 나는 그의 속에 들어있는 악령을 느꼈다. 악령은 그런 모습으로 인간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공갈범의 제의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그가 고발을 했다.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기관은 탈세 사실이 적힌 장부를 제시하고 협박범과 대질을 시키면서 가구점 사장의 탈세를 낱낱이 밝혀가고 있었다.

“제가 탈세해 왔던 게 맞습니다. 처벌을 받겠습니다. 그리고 가구점 문도 닫겠습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절벽 같은 현실에서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세계역사는 어느 면에서 권력과 국민들 사이의 세금을 둘러싼 저항의 역사였다. 봉건시대는 무거운 세금을 내지 못해 논밭을 버리고 산으로 도망가기도 하고 유민이 되기도 했다. 조직을 이루어 저항하기도 했다. 얼마 전 국회의원을 했던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국회의원을 하니까 사실적으로 몰래 세금을 확 줄일 수 있는 특권이 있더라구. 그래서 국회의원을 하는 사람도 있어. 재벌 회장인 모 인사는 지금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을 하고 있잖아? 예컨대 오백억의 세금이 나오는데 국회의원이 돼서 세금을 백억으로 줄일 수 있다면 선거비용을 빼고도 이익이 남는 거잖아? 그러니까 금뱃지를 계속 달고 있는 거지. 그런 사람에게 왜 표를 찍어주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

국회의원직은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한 울타리인 것 같았다. 대기업의 고용 변호사들의 업무 중에는 법을 악용해서 세금을 안 낼 궁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탈법을 눈감게 하려고 뒤에서 뇌물이 많이 오가는 경우가 세금의 영역이기도 했다. 이 십년이나 옆에서 지켜본 성실한 가구점 사장이 무너져 내려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때 이해할 수 없는 이적이 일어났다. 내가 아는 가구점 사장에게 세무서의 거액의 추징도 없었다. 법원의 처벌도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가구거리의 점포들 중에 최고의 납세실적이 드러났다. 외환위기의 태풍 속에서 그 가구점만 살아남았다. 그 후에도 이십년이 넘게 가구점은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머리에 하얗게 눈이 내린 팔십 노인이 된 가구점 사장은 지금도 가구점의 구석방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면서 성경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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