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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

운영자 2021.04.12 10: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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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




요즈음은 일주일에 몇 번은 수영을 한다. 백세가 넘은 김형석교수가 아직도 수영을 하는 모습을 텔레비전 프로에서 보고 그 뒤를 따랐다. 풀장에서 수영을 끝내고 탈의실로 가다가 문득 뒤돌아서 내가 걸은 발자국을 볼 때가 있다. 물 도장을 찍은 듯한 발자국이 이리저리 비뚤어져 있는 걸 본다. 살짝 끌린 듯한 자국도 있다. 인생길도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대로는 바르게 걸어온 줄 알았는데 돌아보면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비뚤거리게 살아왔다는 생각이다. 변호사인 나의 삶은 전투적인 글 장인의 일생이었다. 법률서류로 상대방을 잔인하게 공격하고 우리 측을 무조건 방어하는 일이 많았다. 싸우다 보면 미움이 생기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많았던 것 같다. 변호사로서 걸어온 발자국을 생각하면 험하다고 할까. 그걸 뒤늦게야 깨달았다. 요즈음은 글을 하나 써도 상대방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한 후 반듯한 마음으로 쓰려고 한다. 너무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순간순간 반듯하게 살기가 쉽지 않았다. 판사는 변호사보다 백배는 살기가 힘들 것 같다. 하나하나의 재판에 현명한 결론을 내리고 혼을 쏟아부은 판결문을 만들려고 하면 말이다. 법조인 모임에서 이따금씩 김영삼 총재의 당권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한 법관의 얘기가 입에 오르내리곤 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랬다.

1979년 유신정권과의 강경투쟁을 선언한 김영삼이 야당 당수가 되겠다고 출마 선언을 했다. 정권은 김영삼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고민하며 그의 기를 꺽어 놓을 방안을 강구했다. 정권은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을 회유해 김영삼과 총재단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게 했다. 담당 판사는 이를 받아들여 김영삼을 당수 자리에서 끌어내고 정운갑을 야당 총재로 선임했다. 나는 담당 법관을 정권의 하수인이 라고 생각했었다. 그 몇 년 후 나는 사법연수원에서 김영삼에 대한 직무를 정지시킨 담당 법관을 만났다. 그는 고위직 판사들이 하는 사법연수원장이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천재로 소문이 나 있었다. 판사 중에서도 뛰어난 법 실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가 나 있었다. 사법부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사법연수원교수를 하는 판사 출신 교수들이 황제 모시듯 하면서 그의 뒤를 따르는 걸 보고 실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한번은 교실에서 사법연수원장의 특강이 있었다. 그는 강의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우수한 능력으로 선택되고 또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세상은 모두 우리를 질투합니다. 우리 편이 없습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잘 지켜나가야 합니다.”

나는 그에게서 특권층 내지 귀족을 느꼈다. 그리고 김영삼의 당권 정지 가처분 결정이 떠올랐다. 존경심보다는 경멸감이 솟았다. 직위보다는 인생에서 한발 한발 또박또박 반듯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묻고 싶었다. 성경속의 헤롯왕은 하룻밤 연회의 여흥 거리로 세례요한의 목을 쳐서 쟁반 위에 담아 가지고 오게 해서 그를 비웃었다. 그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정의를 부르짖은 죄였다. 그러나 성경은 세례요한을 하나님의 시각에서 위대한 인물이라고 했다. 나는 연수원장을 그리고 그에게 아부하는 나를 담당하는 교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목욕탕에서 연수원장을 봐도 아는 체 하지 않았었다. 담당 교수가 제자격인 연수원생들에게 산에 가자고 소집해도 거절했다. 아마도 그들의 나에대한 인성평가성적은 바닥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 후 개인 법률사무소를 차렸을 때였다. 한 출판사 사장이 와서 소송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그 출판사가 책을 내준 유명한 소설가를 상대로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소설가의 약속과는 달리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소설가는 돈을 받고 마음에 없이 권력자를 찬양하는 전기를 쓴 사람이었다. 독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권력에 복종하는 판결문이나 독재자를 미화하는 소설이나 세상의 반응은 얼음 같았다. 지뢰가 곳곳에 매설 된 세상이다. 한 걸음 한 걸음 인생의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이게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한 번쯤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바른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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