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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족과 거미의 원룸

운영자 2021.04.19 09: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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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족과  거미의 원룸  




십년 전 살던 집의 옥탑방이 나의 서재였다. 작은 유리창 앞에는 수도가에 물통이 보였고 그 앞으로 은행나무 한그루의 꼭대기 부분이 보였다. 이따금씩 참새들이 물통에 와서 주위를 살피다가 사람이 없으면 물속에 들어가 날개를 푸드득 거리면서 시원하게 목욕을 하고 갔다. 그러던 어느날 까치 부부가 집을 짓는 걸 봤다. 까지 부부가 나뭇가지를 양쪽에서 물고 올라가면서 그걸 놓을 적당한 집터를 찾고 있었다. 물고 가던 작은 가지가 나무줄기에 걸려 바닥에 떨어지면 까치 부부는 다시 내려가 그걸 물고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일단 집터의 기초공사가 되니까 그 다음은 크고 작은 가지를 입에 물고 와서 그 위에 엇갈리게 쌓는 것이다. 먼 조상 때부터 유전자 속에 입력된 공법인 것 같았다. 방 한칸 짜리 집을 짓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그 무렵 교외의 소가 풀을 뜯는 목장 옆을 지나가다가 재미있는 광경을 보았다. 까치 한 마리가 유심히 소를 관찰하다가 소가 방심하는 틈을 타서 부리로 배 부분의 부드러운 털을 뽑아서 얼른 도망가는 모습이었다. 둥우리 안의 새끼들을 위해 바닥에 깔아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세심한 배려 같았다. 높은 나뭇가지 위나 전신주에 보이는 까치집들이 눈물겹게 만들어지는 광경을 본 것이다.

예전의 가난한 동네에는 집과 집 사이의 허공에 펼쳐져 있는 거미집이 있었다. 어려서 여름 방학이면 가 있던 할머니가 살던 시골 초가집 처마 옆에도 기하학적 도형의 넓은 거미집이 공중에 떠 있었다. 어떻게 하늘에 저렇게 거미집을 지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사천성 출신 중국작가 양쉬의 글에서 그 공법을 발견했다. 거미 한 마리가 두 집 처마 사이에 집을 짓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거미는 한 집의 처마 끝에서 매듭을 짓고 벽을 따라 내려와 실이 땅바닥의 모래나 흙이 묻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꼬리 부분을 쳐들고 기어서 맞은편 벽을 타고 처마 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높이가 비슷해지면 실을 당겼다. 첫 번째 실을 당겨서 직선으로 만드는데 반 시간도 더 걸렸다. 이후의 진행 과정은 첫 번째 실을 뽑을 때 보다 좀 빨라졌다. 거미는 날 수 없지만 그렇게 공중에 그물 집을 지었다. 까치나 거미의 집에 그런 집념들이 배어 있었다. 집념들이 뭉친 인간의 힘은 더욱 무섭다. 중국으로 가서 만리장성 위를 걸어간 적이 있다. 길이가 육천킬로미터라는 만리장성은 육 억개의 돌로 쌓았다고 했다. 아래 마을 사람들이 산 위로 올라와 돌 하나 하나를 쌓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태리 여행을 하다가 거대한 수로 부근의 동굴을 본 적이 있다. 자연적인 게 아니라 로마시대 사람들이 망치와 정으로 조금씩 파들어가면서 만든 인공동굴이라고 했다. 돈황과 우루무치를 여행하다가 막고굴을 구경한 적이 있다. 수도승들이 염불을 하면서 파놓은 굴과 그려놓은 불상들 그리고 한 글자 한글자 정성스럽게 쓴 글을 보았다. 신앙과 집념이 결합한 거대한 돌산을 보았다. 성경을 보면 인간들이 들에서 벽돌을 굽고 그걸 역청을 발라 쌓아서 하늘까지 올리려던 게 바벨탑이었다. 인생도 죽을 때까지 무엇인가 하나하나 쌓아가고 그것들이 물방울 같이 하나로 모여 급류의 힘이 되고 대를 이어 인간의 큰 강과 바다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암으로 죽은 내가 알던 의사는 자기는 일생 오 천장의 환자를 본 임상차트를 쌓고 죽는다고 했다. 그게 자신의 인생이라고 하면서 의학계에 작은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어떤 소설가는 국립도서관에 있는 칠십권의 책을 만들고 죽는다고 했다. 자기가 메꾼 십만장의 원고지가 그의 인생이라고 했다. 그의 작품들은 문학도들의 교과서가 됐다. 내가 다니던 교회의 목사는 칠십 평생 매일아침 새벽기도를 거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가 평생 쓴 설교들이 열권 이상의 전집으로 발간됐다. 서울시장을 뽑는다고 선거전이 치열하다. 후보자들이 당선되면 국민 모두를 먹여 살리고 대신 모든 걸 해 줄 듯 큰소리친다. 자기들 돈도 아니면서 국민 한 사람당 얼마씩 준다고 선전을 한다. 욕심을 포장한 공허한 거짓 이념이 난무한다. 까치도 거미도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집을 짓는다. 아름다운 삶이란 이념이나 추상이 아니라 그 시대를 성실히 살면서 세상을 떠받친 한 장의 작은 벽돌이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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