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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

운영자 2021.04.19 09: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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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녁




텔레비전의 한 프로에서 가수 송창식씨의 사는 모습이 나오는 걸 봤었다. 칠십대 중반이 되어가는 그가 교외의 산자락의 집에서 혼자 쓸쓸히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두 시간 이상 기타를 연습한다고 했다.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줄어드는 걸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상하게 화면 속에 나타나는 그에게서 음악 그 자체가 본질인 그의 인생이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 잠이 오지 않는 밤늦게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일본방송에서 노부부의 연극 인생을 보았다. 중풍으로 몸이 마비된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연극 대본을 들고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대사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류 탈랜트였다. 잠시 동안 그 할머니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대비되어 상영되고 있었다. 윤기가 도는 벚꽃같이 화사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늙어서도 연극배우 그 자체였다. 또 다른 종류의 인생이 있다. 대학 동기중의 한 사람은 졸업을 하고 정당의 사무국 직원으로 들어갔다. 평생 그가 바란 것은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가 당에서 일한지 이십여년이 흐른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그와 마주쳤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드디어 국회의원이 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좋아했다. 그 얼마 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갔다. 반짝거리는 금 뱃지를 옷깃에 단 그가 생글생글 웃으면서 영정사진 뒤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소시민으로 살면서 가족과 소박한 행복을 누리면서 오래사는 것과 국회의원이 되는 것과 어느 것이 더 본질적일까라는 의문이 막연히 떠올랐다. 변호사를 하는 대학 일 년 후배가 있었다. 그는 누가 봐도 도저히 당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계속 도전했다. 그리고 떨어졌다. 어느 날 강남에 있는 삼성병원 영안식장을 나오는 데 바로 옆방의 벽에 그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췌장암을 앓다가 하루 전에 죽었다고 했다. 그의 영정사진 앞으로 다가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마음으로 그에게 물었다. 변호사를 하면 됐지 그렇게 정치를 하고 싶었느냐고. 트롯가수 나훈아가 인기 절정에 있을 때 여당의 당직자가 그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정치를 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나훈아는 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저는 마이클 잭슨보다 ‘울긴 왜 울어’라는 제 노래는 더 잘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최고죠. 그러면 내가 뭘 해야 합니까? 정치를 해야 합니까? 노래를 해야 합니까?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저는 노래를 불러야 하죠.”

마음에 울림을 가져다 주는 말이었다. 인도 철학자 라즈니쉬의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활을 잘 쏘는 사람이 있었다. 시위를 당길 때마다 백발백중으로 과녁에 맞았다. 그걸 보고 있던 부자가 상을 걸었다. 과녁의 정 중앙에 맞을 때마다 금 덩어리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화살은 과녁을 빗나갔다. 라즈니쉬는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상이 걸린 순간부터 과녁이 두 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진짜 과녁과 금덩어리 두 개라는 것이었다. 활 쏘는 사람의 눈은 과녁을 그리고 마음의 눈은 금덩어리를 향하니까 당연히 화살이 제대로 맞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성경을 보면 초대교회는 철저히 공유를 하는 사회주의적 성격을 가진 것 같다. 당시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의 문제점이 있었다. 불평등한 분배문제에 대해 신도들이 지도자인 사도들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에 대해 사도들은 재정문제를 공정하게 처리할 사람들을 뽑아놓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온 시간을 기도와 말씀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것입니다.”

깊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변호사를 하겠다고 등록을 하고 삼십 오년의 세월이 흘렀다. 사건의 본질을 통찰하는 바른 변론과 적당한 거짓과 비겁에 걸린 돈이라는 두 과녁이 항상 존재했다. 욕심의 눈이 돈이라는 과녁을 보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작은 나의 법률사무소 책상 위에는 성경을 놓고 책장에는 좋은 문학을 쌓아두고 매일 그 영혼의 양식들을 먹게 해 달라고 소원했다. 변호사로서 시작했으니 변호사로서 끝나고 싶다. 눈도 침침하고 법정에 갈 때도 걸음이 힘들어진다. 이제는 의뢰하는 사건도 거의 없다. 그래도 내가 자청해서 도와줄 사건은 많다. 오 년만 더 하면 사십년의 변호사 인생이다. 그걸 향해 마지막 길을 휘적휘적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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