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대통령들의 깡다구

운영자 2021.04.26 10:22:29
조회 108 추천 1 댓글 0

대통령들의 깡다구



천 구백 팔십년 계엄령으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였다. 당시 법무장교로 군 복무 중이던 나는 이따끔씩 육군본부 법무감실을 업무로 드나들었다. 계엄 군법회의에서는 김대중을 재판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곳에서 군 검찰관으로 근무하는 장교동기생이 나에게 내란 음모 사건의 피의자 신문조서 마지막에 적힌 김대중의 최후진술 부분을 보여주었다. 그 부분을 얼핏 읽은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김대중은 그때부터 이십년이 지나면 이 땅에 민주화가 올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 그리고 그 때가 되면 조서에 적힌 이 말이나 군사재판은 다시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순교를 한다는 뜻이 최후진술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에 대한 조사를 목격한 동기생 법무장교가 내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김대중 선생은 돋보기를 쓰고 조서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오탈자까지 다 고쳤어. 서명도 정성을 들여 하고 말이야.”

보통사람은 할 수 없는 태도였다. 계엄 군법회의에서 그는 사형선고를 받았다. 권력 내부에서 그를 진짜 죽이려고 했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그 정확한 의도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그를 죽이면 안된다고 확실히 못을 박고 견제한 건 사실이었다. 군에서 제대를 하고 개인법률사무소를 할 때였다. 우연히 전국적 주먹으로 이름이 난 김태촌이라는 사람의 사건을 맡아 상담을 할 때였다. 건달인 그는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를 한 것 같았다. 한번은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거물 정치인으로부터 건달들을 데리고 신민당에 난입해 작살을 내라는 명령을 받았었어요. 전국의 건달들을 소집해 당사에 쳐들어가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수고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몽둥이로 까고 주먹으로 발로 뭉갰죠. 그들에게 공포를 주입해서 기를 완전히 꺽기 위해 저와 몇 명은 날이 선 도끼를 연장으로 들고 갔어요. 윗층의 당수실 문을 도끼로 찍어 넘어뜨리고 들어갔어요. 그랬더니 김영삼이 도망을 가지 않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날 선 도끼를 쳐들었죠. 그랬더니 나를 쏘아 보면서 ‘어서 까라’라고 하더라구요. 난감했어요. 겁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내가 속으로 당황해 있는 순간 황낙주의원이 달려와 김영삼총재를 끌고 가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더라구요. 창문을 통해 내려다 보니까 그 옆의 일층 지붕으로 떨어져 다리를 절룩거리면서 가더라구요. 그걸 보고 내가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어요.”

대통령이 될 사람들은 그릇이 다른 것 같았다. 변호사를 하면서 전두환 대통령의 심복이었던 이학봉 민정수석의 민사 손해배상사건을 맡은 적이 있었다. 그와 친해지다 보니까 12. 12군사반란의 본질이 더러 튀어 나오기도 했다. 한번은 이학봉이 술을 마시다가 이런 얘기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전두환이나 우리 같은 육사 출신 장교들 일부를 친위대 같이 키웠어요. 우리들 한테 박정희는 거의 아버지 같은 의식이었죠.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김재규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는데 그 자리에 육군참모총장이 있었다는 거예요. 사십대 초반이었던 우리들은 순간 분노해서 눈이 돌았죠. 그래서 참모총장공관을 쳐들어 갑시다라고 전두환 사령관에게 말한 거예요. 전두환 사령관이 바로 그렇게 하자고 해서 거사가 된 거예요. 거사가 성공해서 우리들이 권력을 잡기는 했지만 참 무모했어요. 잘못됐으면 우리들이 반란죄로 사형될 수도 있는 사건 아닙니까? 전두환 사령관은 그때 우리 또래 청년 장교보다 나이도 열 살이상 많았던 오십대였는데 우리를 말리지 않고 바로 동조하게 일을 저질렀다니까요. 그게 용기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무모했던 건지 잘 모르겠어요.”

역사의 물결은 그렇게 우연히 휘어지고 몰아치면서 이루어 진 것 같았다. 대통령은 목숨을 내 놓는 근본부터 그릇이 다른 사람이 하는 것 같았다. 혁명을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도 목숨을 내 놓은 사람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바위 위에서 떨어져 내려 자신의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삼십년 가까운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옥생활에 남은 인생을 제물로 바치면서 버티고 있다. 세대가 바뀌고 새로운 대통령 후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유승민등 반짝이는 별들이다. 예수는 십자가 위에 올라 목숨을 바치고 영원한 정신적 왕국을 건설했다. 새로운 정치스타들이 주역이 되는 세상은 보통사람들이 골고루 사람답게 사는 영혼과 의식이 한 단계 올라간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315 한 성자의 재봉틀 운영자 21.06.14 40 1
2314 좋은 영화 찍다가 죽고 싶어 운영자 21.06.14 33 1
2313 '사람의 아들'의 실제주인공 운영자 21.06.14 31 1
2312 작은묘지 하나는 마련해 놨어요 운영자 21.06.14 20 1
2311 빨간약 먹을래 파란약 먹을래 운영자 21.06.14 27 1
2310 나가에 도쥬 운영자 21.06.07 47 2
2309 좋은 배역을 맡고 싶어서 운영자 21.06.07 51 1
2308 나이들면 오는 병에 걸렸어 운영자 21.06.07 47 1
2307 혁명보다 무서운 세금 운영자 21.06.07 47 1
2306 풀뿌리 민주주의의 독초 운영자 21.06.07 41 2
2305 못 갚을 사람에게 돈 꿔주는 친구 운영자 21.06.07 53 1
2304 칠십에도 우리는 아직 현역이잖아 운영자 21.05.31 68 1
2303 아름다운 친구 운영자 21.05.31 55 1
2302 목사 죽이기 운영자 21.05.31 52 1
2301 내가 당한 진정과 고발이 오백건이야 운영자 21.05.31 60 1
2300 비뚤어지고 뒤틀린 혁명 운영자 21.05.31 51 1
2299 강가 초막의 꿈 운영자 21.05.31 49 1
2298 사기당한 기분이예요 운영자 21.05.31 56 1
2297 까치산역 동네에 살던 도인 운영자 21.05.24 66 2
2296 왜 죽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운영자 21.05.24 75 2
2295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 운영자 21.05.24 76 2
2294 신이 되는 방법 운영자 21.05.24 75 1
2293 늙으니까 참 좋다 운영자 21.05.24 194 2
2292 권력의 삐에로 운영자 21.05.24 77 1
2291 영적세계를 탐구하던 죽은 소설가 운영자 21.05.24 57 2
2290 한단계 낮췄지 운영자 21.05.24 57 1
2289 국정원의 협박 운영자 21.05.17 84 3
2288 다시 태어나면 기생이 되고 싶어요 [1] 운영자 21.05.17 115 1
2287 에그머니나 운영자 21.05.17 62 2
2286 나의 뻔뻔함을 반성한다 운영자 21.05.17 83 2
2285 창에 찔린 왕의 남자 운영자 21.05.17 72 2
2284 오늘 네 영혼을 가져간다면 운영자 21.05.17 61 1
2283 글자들이 개미로 변해서 기어다녀 운영자 21.05.10 66 1
2282 예수와 부처는 어느 하늘에 살까 운영자 21.05.10 82 1
2281 몽고사막 삼십년 수도의 결론 운영자 21.05.10 86 1
2280 마음교회 종이교회 운영자 21.05.10 57 1
2279 '빡빡교'를 따르던 노인의 고백 운영자 21.05.10 62 1
2278 싸이코 패스 운영자 21.05.10 66 3
2277 후지 TV의 귀신취재 운영자 21.05.10 71 2
2276 새마을 편물점 운영자 21.05.03 91 1
2275 입은 잘 놀리고 있네 운영자 21.05.03 98 1
2274 사냥개 노릇도 지겨워요 운영자 21.05.03 94 1
2273 대통령의 영어성경 운영자 21.05.03 82 1
2272 그 사람 산에서 쑥을 뜯어먹고 살았어 운영자 21.05.03 84 1
2271 어둠속의 커다란 눈 운영자 21.05.03 84 1
2270 때려봐 때려봐 운영자 21.05.03 74 2
2269 권력은 남용해야 제 맛이지 운영자 21.05.03 72 1
2268 맞장 떠 볼까 [1] 운영자 21.04.26 84 1
2267 동굴 속 썩은 냄새 운영자 21.04.26 94 2
2266 길거리에 있던 계집아이 귀신 운영자 21.04.26 100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힛(HIT)NEW

그때 그 힛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