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중학교 교실의 살인

운영자 2021.04.26 10:22:52
조회 70 추천 1 댓글 0

중학교 교실의 살인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중년의 여성이 말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요. 아이들 싸움이 있었는데 상대방 아이가 지금 중환자실에 가 있다는 거예요. 제가 상대방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빌었죠. 그 집 부모가 용서를 해 주시고 합의금도 봐주셨어요.”

그건 내가 이십년 전 처리했던 사건이었다. 중학교 교실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한 아이가 맞아 죽은 사건이었다. 죽은 아이는 가난한 집에서 할머니가 키우던 아이였다. 재판을 하면서 사건 기록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죽은 아이의 사진을 보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아이였다. 평화로운 표정으로 누워있었다. 이상하게 그 사진을 보면서 가슴에 찬물이 뒤집어 씌우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그리고 죽은 그 아이가 한없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사고를 친 아이는 재판을 받으면서도 아직 철이 없는 것 같았다. 그 아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내 주먹 한 방에 그 아이가 죽었어요.”

사고를 낸 아이는 반성이 없었다. 상대방의 죽음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조에는 승리감과 자랑이 배어 있었다. 그 아이의 얼굴에서 죽은 아이의 고요한 얼굴이 겹쳐져 보였었다. 그 사진 한 장에 가슴이 시렸던 것은 그 죽은 아이의 모습에 나의 어린 시절이 겹쳐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칠십 고개를 앞에 둔 노인이 됐지만 냉기가 도는 쌀쌀한 봄날 중학교 삼학년 교실 앞 복도에서 겪었던 일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데 갑자기 귀가 따끔하고 날카로운 기운이 볼을 따라 흘러 내려왔다. 뒤를 돌아보았다. 그 아이가 손에 면도칼을 들고 당황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는 얼핏 상황이 파악되지 않았다. 교실 앞에 있는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잘린 귀와 볼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학교 근처의 병원에 가서 응급조치를 받았다.

“큰일 날 뻔 했네. 칼이 경동맥까지 왔으면 죽었어.”

의사의 말이었다. 나는 마흔 바늘 가량을 꿰매고 야구공 같은 모습이 되었었다. 외아들인 내가 그때 죽었으면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지금도 찡하게 저려온다.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죽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거기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의미 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내가 변호를 맡은 아이가 안타까웠다.

어른이 되고 가족을 이루면서 이 세상을 살아갈 한 인생이 피기도 전에 지워져 버린 것이다. 그 아이를 키웠던 할머니가 어둠침침한 골방에서 소리도 나오지 못하는 메마른 울음을 우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법원의 관대한 선고를 받게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유명한 그 아이의 엄마가 텔레비전 방송프로에 나와서 그 사건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사고를 쳤던 둘째 아들이 이제는 삼십대 말의 전도사가 됐어요. 어린 시절 사고를 쳤는데 그 아이에게 두고두고 정말 미안하다고 해요. 열심히 예수를 믿으면서 나머지 인생을 목사로 하나님의 말씀을 세상에 전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아이가 자라면서 진정한 회개와 깨달음이 있었던 것 같다. 중학교 시절 나를 칼로 다치게 했던 친구를 본지가 십 오년이 넘는 것 같다. 그는 내게 레스트랑에서 음식을 사면서 그가 다치게 한 내 귀에 난 상처 자국을 보자고 했다. 그걸 보면서 그는 “정말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의 마음 한구석에 나의 상처 자국이 각인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중학교 삼학년 시절인 그때 찔린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보면서 나는 아팠다. 그리고 그 자극으로 영혼이 바뀐 것 같다. 하나님은 더러 사건을 통해서 역사하시는 것 같다. 세상 사는 게 고난이 더 많을 것 같으면 아예 일찍 데려가시기도 했다.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그런 사건을 통해 새로운 눈을 열어주시기도 하고 용서를 배우게 하기도 했다. 하나님은 불쌍한 인생을 어느 날 칼을 쿡 찔러 피가 철철 나게 한다. 놀라서 소리치며 아파하는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을 그렇게 넣어주시기도 하는 것 같다.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310 나가에 도쥬 운영자 21.06.07 36 1
2309 좋은 배역을 맡고 싶어서 운영자 21.06.07 46 1
2308 나이들면 오는 병에 걸렸어 운영자 21.06.07 35 1
2307 혁명보다 무서운 세금 운영자 21.06.07 39 1
2306 풀뿌리 민주주의의 독초 운영자 21.06.07 32 1
2305 못 갚을 사람에게 돈 꿔주는 친구 운영자 21.06.07 43 1
2304 칠십에도 우리는 아직 현역이잖아 운영자 21.05.31 63 1
2303 아름다운 친구 운영자 21.05.31 49 1
2302 목사 죽이기 운영자 21.05.31 48 1
2301 내가 당한 진정과 고발이 오백건이야 운영자 21.05.31 55 1
2300 비뚤어지고 뒤틀린 혁명 운영자 21.05.31 46 1
2299 강가 초막의 꿈 운영자 21.05.31 41 1
2298 사기당한 기분이예요 운영자 21.05.31 50 1
2297 까치산역 동네에 살던 도인 운영자 21.05.24 61 2
2296 왜 죽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운영자 21.05.24 70 2
2295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 운영자 21.05.24 72 2
2294 신이 되는 방법 운영자 21.05.24 67 1
2293 늙으니까 참 좋다 운영자 21.05.24 178 2
2292 권력의 삐에로 운영자 21.05.24 72 1
2291 영적세계를 탐구하던 죽은 소설가 운영자 21.05.24 53 2
2290 한단계 낮췄지 운영자 21.05.24 53 1
2289 국정원의 협박 운영자 21.05.17 80 3
2288 다시 태어나면 기생이 되고 싶어요 [1] 운영자 21.05.17 109 1
2287 에그머니나 운영자 21.05.17 57 2
2286 나의 뻔뻔함을 반성한다 운영자 21.05.17 74 2
2285 창에 찔린 왕의 남자 운영자 21.05.17 63 2
2284 오늘 네 영혼을 가져간다면 운영자 21.05.17 57 1
2283 글자들이 개미로 변해서 기어다녀 운영자 21.05.10 62 1
2282 예수와 부처는 어느 하늘에 살까 운영자 21.05.10 78 1
2281 몽고사막 삼십년 수도의 결론 운영자 21.05.10 82 1
2280 마음교회 종이교회 운영자 21.05.10 53 1
2279 '빡빡교'를 따르던 노인의 고백 운영자 21.05.10 58 1
2278 싸이코 패스 운영자 21.05.10 62 3
2277 후지 TV의 귀신취재 운영자 21.05.10 64 2
2276 새마을 편물점 운영자 21.05.03 85 1
2275 입은 잘 놀리고 있네 운영자 21.05.03 90 1
2274 사냥개 노릇도 지겨워요 운영자 21.05.03 87 1
2273 대통령의 영어성경 운영자 21.05.03 77 1
2272 그 사람 산에서 쑥을 뜯어먹고 살았어 운영자 21.05.03 79 1
2271 어둠속의 커다란 눈 운영자 21.05.03 80 1
2270 때려봐 때려봐 운영자 21.05.03 69 2
2269 권력은 남용해야 제 맛이지 운영자 21.05.03 63 1
2268 맞장 떠 볼까 [1] 운영자 21.04.26 80 1
2267 동굴 속 썩은 냄새 운영자 21.04.26 87 2
2266 길거리에 있던 계집아이 귀신 운영자 21.04.26 94 2
2265 목이 졸리고 얻어맞는 동양인 운영자 21.04.26 100 1
중학교 교실의 살인 운영자 21.04.26 70 1
2263 대통령들의 깡다구 운영자 21.04.26 108 1
2262 노년의 우울하고 고독한 날 운영자 21.04.19 115 3
2261 모략이 승리하는 사회 [1] 운영자 21.04.19 134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힛(HIT)NEW

그때 그 힛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