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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 노릇도 지겨워요

운영자 2021.05.03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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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 노릇도 지겨워요




이십여년전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던 마약범이 있었다. 마약에 중독이 되어 스스로 약을 하기도 하고 동시에 약장사 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가 어느 날 변호사인 나를 찾아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수사기관에 코를 꿰니까 사냥개 신세를 면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이 걸 벗어날 수 없을까요?”

“사냥개 신세라뇨?”

내가 되물었다.

“제 약점을 잡고 정보를 가져오라는 거예요. 제가 살기 위해서 스파이 노릇을 했죠. 정보도 점점 좋은 걸 가져오라고 목을 죄더라구요. 잔챙이 말고 탈랜트나 가수의 마약같이 신문에 날 만한 정보를 물어오라는 거예요. 처음에는 정보를 구하기 쉬웠지만 점점 제가 의심을 받기 시작하니까 그것도 쉽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수사기관은 저를 더 못살게 구는 겁니다.”

“어떻게요?”

나는 승진과 표창을 위해 혈안이 된 마약수사반을 떠올렸다. 조직은 그런 당근으로 사람들을 쥐어짜는 시스템이었다.

“나보고 마약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약을 하라는 거예요. 자연스럽게 마약하는 사람들에게 침투하기 위해서는 약을 같이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그렇게 했어요.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약을 했다고 보고하면 다음날이 되면 수사관들이 먼저 나의 소변검사부터 하는 거예요. 제가 그들의 개 노릇을 그만하고 도망갈까 봐 잡아두는 목줄이죠. 내가 자기들 말을 듣지 않으면 그 소변검사결과를 증거로 기소를 해서 징역을 살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 일을 계속했어요.”

공권력의 교활한 그런 속성을 세상은 알 리가 없었다. 그가 말을 계속했다.

“내가 마약반의 실적을 올려주니까 이번에는 다른 마약수사조직에서 나를 노리는 거예요. 자기들이 나를 빼내 가서 이용하려는 거죠. 지금 제가 찾아온 변호사님 법률사무소 아래에 다른 마약수사반 사람들이 저를 노리고 기다리고 있어요. 더 이상 개 노릇을 하지 않으렵니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 보았다. 몇 대의 수사 차량이 부근의 골목에 정차해 있었다. 나는 그를 정식으로 자수를 시키고 변론을 했다. 그리고 그가 정상생활을 하는 걸 돕겠다고 보증을 해 주었다. 그 해 겨울 나는 서울 변두리의 그가 일하는 공장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복사기에 사용하는 카트리지를 재생하는 공장이었다. 그는 검은 잉크 먼지가 피어오르는 집진기 앞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그와 공장 동네의 밥집으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 밥집에는 그와 함께 일하는 다른 공원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그는 별로 말이 없었지만 반가와 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가 보지 않는 사이에 지갑에서 십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손바닥 안에 접힐 정도로 꼬깃꼬깃하게 작게 접었다. 그와 헤어질 때였다.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모습이 멋있어요”

내가 칭찬을 해 주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 내 손에는 접은 수표 한 장이 들어있었다. 그게 뭔지 그가 단번에 눈치챘다.

“변호사님 정말 감사해요.”

그의 눈빛이 봄날 눈 녹듯이 부드러워지면서 하는 말이었다. 성경은 좋은 일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나의 오른손과 그의 오른손만이 우리들의 비밀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주님은 목이 마른 사람에게 냉수 한잔 주는 게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힘들게 노동을 하면서 궁핍할 때 이런 작은 금액의 돈이 그에게는 갈증 날 때의 냉수 한잔 쯤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그를 범죄의 사냥개로 쓰다가 그렇게 때려 잡거나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실적에 눈이 어두워 수사기관이 야비한 포식자가 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미끼를 놓고 하는 비열한 함정수사가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수사기관이 도덕성을 잃어버릴 때 법치는 더 이상 법치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몇 년이 흐른 어느날 오후였다. 그의 처라는 사람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남편이 다시 잡혀 들어갔다고 내게 말했다. 그의 의지가 약한 것인지 수사기관이 노린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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