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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사막 삼십년 수도의 결론

운영자 2021.05.10 10: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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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고사막 삼십년 수도의 결론




아흔 살 가까운 어머니가 살아계셨을 때였다. 어머니는 두툼한 성경을 얹어놓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서 성경 귀절에 플라스틱 자를 대고 한줄 한줄 읽으면서 훑어 내리고 있었다. 어느 날 어머니 방에 갔더니 금박을 한 두툼한 성경주석서가 놓여 있었다. 어머니는 교회에서 사라고 해서 사왔다고 했다. 주석서를 몇 장 펼쳐보았다. 대학을 나오고 고시를 하고 학위도 땄지만 나는 주석서가 성경보다 더 해독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성경이 오히려 주석서 보다 훨씬 이해하기가 쉬운 것 같았다. 가난 때문에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어머니가 과연 그 주석서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하나님은 배우지 못하고 나이든 노인에게 꼭 그렇게 조선 시대의 말로 된 성경과 주석서를 읽게 해야만 자신을 알게 하시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천년전 목수 출신의 예수가 무식한 갈릴리 어부들에게 그렇게 학문적인 수준을 요구했을까. 진리는 간단한 게 아닐까. 그냥 보면 보이고 들으면 들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경전도 신학자들의 주석보다 인생의 쓰라린 체험과 고통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었다. 어려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진리에 목마른 통찰력 있는 친구였다.

“뉴욕에 갔다가 사람들에게 기인을 소개 받았어. 몽고의 사막에서 삼십년 동안 수도 생활을 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가서 그 말을 듣자고 하는 거야. 그래서 그 기인을 만나러 갔었지. 처음에는 사교를 퍼뜨리는 가짜 선지자가 아닐까 하고 경계를 했어. 그런데 의외로 그렇지는 않더라구. 이적을 행하는 것도 아니고 마술 같은 걸 보여주는 그런 사람도 아니었어. 그냥 평범해 보이는 인간에 불과했어.”

“그래 삼십년 동안 한 수도생활의 결론이 뭐래?”

내가 물었다.

“겸손하게 살래. 그리고 물같이 착하게 살래. 결론은 딱 그 두 마디야. 그래서 내가 그 사람에게 말했지. 당신은 삼십년동안 수도해서 그 결론을 얻었는지 몰라도 예수 믿는 나는 애초에 성경으로 그 진리를 받았어요. 먼저 답을 알려주는 예수하고 수 십년 수도 끝에 나오는 얘기하고 다를 게 없었어.”

친구의 말에 나는 과연 그럴까? 하고 속으로 의문을 가졌다. 빨간 먹음직한 사과가 있었다. 그걸 한 조각 입속에 넣고 맛을 봐야 입안에 퍼지는 향기와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백과사전에서 ‘사과’라는 단어를 찾아 그 설명을 암기하고 그걸 줄줄이 외운다고 해서 사과의 본질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앙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체험이 아닐까. 나는 아무래도 어머니가 강요당해 사 온 주석서가 성경지식을 파는 백과사전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하고 땀을 흘려 만든 학문적 연구의 결과라고 존중한다. 친구는 수도 생활을 했다는 사람의 결론 두 마디를 듣고 애초에 성경을 통해 그걸 들었다고 했다. 그걸 뭘 시간을 들여서 그렇게 얻었느냐는 반론이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김치와 된장 고추장 같은 발효식품을 먹고 자랐다. 그것들이 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오랫동안의 시간에 절여져야 하고 맛의 우러남과 스밈이 있어야 했다. 김치의 겉절이 맛을 보고 숙성된 후의 익은 김치를 친구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겸손하라고 일찍부터 배웠지만 나는 오만했다. 조금 약아지자 겸손한 척 하는 위선적 겸손이나 자랑하기 위한 가짜 겸손을 했다. 그건 숨겨진 오만이고 어리석음이었다. 물같이 착하게 살지도 못했다. 나는 꽁꽁 얼어붙은 물이었다. 얼음이 된 물은 도끼로 쳐도 구멍이 뚫리지 않았다. 친구와 나는 진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건방진 지적 오만과 편견이라는 찌꺼기가 남은 그릇이었다. 진리의 생수가 들어와도 바로 오염된 물로 바뀐다. 그 찌꺼기들을 먼저 깨끗이 없애는 게 겸손이 아닐까. 우리는 얼어붙은 물이 아니라 진리를 열망하는 끓고 있는 물이어야 했다. 섭씨 백도의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원인은 물이 아니라 거기에 가해지는 열이다. 그 열이 성령의 불이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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