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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부처는 어느 하늘에 살까

운영자 2021.05.10 1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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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부처는 어느 하늘에 살까




안개 같은 봄비가 내리는 이천이십일년 사월 십이일 저녁어스름이 내릴 무렵이었다. 나는 둔촌동역 근처의 양고기식당에서 대학 동창 두 명과 저녁을 먹고 있었다. 앞에 놓인 화덕의 주홍빛 숯불 위에서 양 갈비가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었다. 거의 오십년 만에 만난 한 친구는 목사였고 다른 친구는 변호사다. 목사였던 친구는 풋풋한 신록 같았던 대학 일학년 때 보고 칠십 노인이 되어 만난 셈이다. 변호사인 친구가 목사인 친구에게 말했다.

“나는 평생을 부처님을 모시고 살았어. 불경도 읽고 염불도 하고 관세음보살님한테 자식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해서 뒤늦게 아들을 얻기도 했지. 나는 철저한 불교 신자였어. 그런데 요즈음은 열심히 성경을 읽어. 창세기부터 시작해서 요한계시록까지 세 번째 읽고 있어. 그렇게 하면서도 마음 한쪽으로는 부처님 한테 배신을 하는 듯한 그런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거야. 어떻게 생각해?”

목사인 친구가 신중하게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건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나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사도바울은 셋째 하늘로 올라가서 신비로운 여러 가지 상황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 위의 하늘에는 무엇이 있고 그 아래 하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했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 천국의 층층 마다 지옥의 층층마다 여러 가지 모습이 묘사되어 있었다. 목사인 친구가 신중하게 덧붙였다.

“만물의 창조주인 하나님은 한 분이라고 생각해. 그런 하나님은 만물의 존재들을 포용하시는 하나님이지. 하나님은 필요하면 사탄이나 귀신까지도 사용하신다고 생각하고 있어.”

직접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목사인 친구의 말의 행간에는 부처도 공자도 맹자도 그 지역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지혜를 전해준 존재같이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세의 엄격한 율법이 환경이 다른 모든 지역의 모든 인종에게 공통될 수가 없었다. 신의 메시지는 유대인만이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아라비아에서는 아라비아인을 통해 인도에서는 인도인을 통해 지역마다 그 지역을 아는 적합한 인물을 통해 하나님은 메시지를 전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백년전을 살았던 일본의 현인 우찌무라 간조는 백인선교사가 아니라 일본인에 의한 일본적 기독교를 주장하기도 했다. 서양기독교의 알맹이를 받아 소화 시키면 되지 포장까지 그대로 흉내 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조선말 동학을 일으킨 최제우는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는 서학의 본질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가 굳이 서양사람들의 양복을 입을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한복 바지 저고리가 우리에게는 맞다고 하면서 그걸 동학이라고 표현했다. 불교는 철학으로 최고봉인 것 같다. 그런 불교는 모든 걸 포용했다. 절 마다 산신각이 있다. 그건 불교가 토속신앙도 포용한 것이다. 기독교의 네스토리우스파가 중국에 들어가 불교의 한 종파가 됐다. 불교의 한 종파는 기독교의 신약을 핵심사상으로 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좁은 마음으로 편을 갈라 싸우고 있다. 우연히 불교방송에서 한 스님이 설법하는 이런 장면을 봤었다.

“어떤 종교에서는 부활을 강조하는데요. 우리 종교의 선사들 중에는 부활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달마대사도 부활했고 원효 스님도 어떤 섬에서 부활했대요.”

자비와 진리를 가르치기 보다는 기독교에 대한 적대감이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생각이 가벼운 목사들의 의식도 다르지 않았다. 젊은 시절 강남의 한 교회의 설교시간이었다. 목사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절에 가서 양말을 빨아서 부처님한테 걸어 놨어요. 금칠을 한 우상인 부처가 그냥 가만히 있던데요.”

그의 천박한 의식 수준을 짐작할 것 같았다. 이화여대에서 수십년 교목을 한 김흥호교수의 강연을 오랫동안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유불선에 통해 있었다. 성경뿐 아니라 일본인 스즈키 다이세스의 ‘선’에 매료되어 평생 불경을 연구했다. 예수를 믿는 나는 가끔 불교신자들이 물으면 이렇게 되묻는다.

“예수님이라면 다른 종교의 신자들을 사랑하라고 할까요? 아니면 차별하고 미워 하라고할까요?”

사랑하라고 할 게 틀림없다. 다른 종교들을 서로 존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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