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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운영자 2021.05.24 10: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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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죽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동네 산책길에서 우연히 소박한 차림에 성결해 보이는 여성 서너명을 만났다. 전단지 같은 책자 한 권을 겸손하게 건네면서 말한다.

“선생님 인간이 왜 죽어야 하는지 그리고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한 종교단체에 속한 그들은 자신의 삶 전체를 걸고 전도를 했다. 문득 호기심이 일었다. 살아있는 것은 죽는 것이 운명이고 자연의 법칙으로 알았다. 거기에 왜? 라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공자님은 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그걸 묻는 제자에게 대답했다. 죽었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을까?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가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전도하는 그들이 던지는 화두이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면서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 사학년 겨울 나는 청평의 강가 방가로를 빌려 공부하고 있었다. 혼자서 쓸쓸하게 사는 고시생들에게 이따금씩 그 종교단체의 전도자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성경 지식도 해박하고 자기 몸과 시간을 아끼지 않고 교리를 전했다. 그들과 대화하기 시작하면 견디기 힘들다는 게 고시생들이 전하는 말이었다. 일곱 시간 여덟 시간 지칠 줄 모르고 전도를 한다는 것이었다. 목숨을 건 열정 같아 보였다. 그 후에 나는 군판사가 되어 재판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따금씩 그 종교단체에 있던 사람들이 군사 법정에 섰다. 군 복무는 국민의 의무였다. 그런데 그들은 총을 들고 훈련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그 행위는 군형법 위반으로 무서운 처벌이 기다리고 있었다. 군생활을 대신 지옥 같은 육군교도소에서 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평생 전과자라는 딱지가 붙는 것이다.

“형식이라도 훈련을 받는 모습을 취해 정상적인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 다시 믿음의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그들에게 징역을 선고하기 싫었다.

“그렇게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들은 단호하게 거부했다. 군판사인 나 역시 군 복무를 하기 싫었다. 의무이기 때문에 청춘의 일부를 제복 속에 넣고 참는 세월이었다.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군대를 가고 세금을 바쳐야 그 자격이 있는 것이다.

“왜? 못하지?”

내가 물었다.

“성경을 보면 창과 칼을 쳐서 낫과 보습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전쟁은 안 됩니다.”

“적은 지금 반대로 낫과 보습을 쳐서 창과 칼로 만들고 있다면 그냥 그걸 받고 피 흘리며 죽을 건가?”

내가 보았던 그들 중 종교적 신념을 굽히는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대단한 종교적 확신이었다. 감옥 안에서 그들은 정직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밥을 하고 그걸 나르고 분배하는 일부터 잡역을 그들이 도맡아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감옥 안에서 다른 죄수들과 어떤 약속을 하면 석방이 되고도 교도소 담을 넘어와 그걸 지킨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돌았다. 그 종교단체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사를 본 기억이 없다. 나의 사무실이 있던 서초동지역의 책임을 맡고 있는 그 종교단체의 인물이 있었다. 나이 칠십이 넘는 그는 검사시절 전도가 되어 믿게 됐다고 했다. 변호사 개업을 하고는 서초동 지역의 전도를 맡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사무실에 나와 기도를 하고 오전은 전도를 하는 게 자신의 종교적 수행이라고 했다. 그와 만나 종교논쟁을 한 적이 있다. 성경의 특정부분들에 대해 그는 우물처럼 깊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집념도 대단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메마른 영혼을 적시는 촉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쉬웠다. 예수는 수가 우물가 여인에게 말했다. 너의 속에서 넘치는 생명수를 느끼게 해 주겠다고 말이다. 산에서 만난 그 종교단체의 여성전도자의 말처럼 언제 왜 죽을지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를 안다면 나는 즉시 휴거의 영이 내리듯 달라지지 않을까. 그들은 늑대와 양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 그리고 아기가 독사굴에 손을 넣어도 괜찮은 그런 세상을 희망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그런 세상이 올까? 이 세상은 악령이 지배하는 곳이라고도 하는데. 그런 세계가 바로 죽음의 커튼 뒤에 있는 게 아닐까 그게 죽어야 하는 이유는 아닐까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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